밀당없는 연애를 하며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정의한다.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 인간의 행위를 규정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다.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계산을 해본다. 연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른 바 '밀고 당기기'이다. 서로가 심리와 상황을 놓고서 밀어보고 다시 당겨본다. 밀고 당김이 없는 연애를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요즘 시대에 밀당없는 연애가 존재할까 할 정도다.
지금 내가 연애하는 방식은 바보들이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연애에는 밀당이 없다. 그렇게 밀당없는 연애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게 가능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거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말을 할 때 조심한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걸러서 한다. 기본 예의는 지키지만, 보고 싶은 것을 참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한 가지다. 최소한 지금 만나는 사람이 호의를 권리라고 여기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는 호의를 여자친구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친구가 해주는 호의를 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해주는 것이다. 그 뿐이다.
나는 여자친구 집에 늦게 데려다주면 차가 끊겨서 한 시간 정도를 늦게 들어가야 한다. 차가 끊기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랬다. 그날 30분을 더 보기 위해서 한 시간을 손해보는 것이다. 여자친구도 나랑 만나고 전화통화 하고 나면 2시 30분에 자서 6시 30분에 일어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니까 겨우 4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 이런 일을 우리 둘 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다.
감동하는 지점은 서로 모르게 한다고 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됐을 때다. 서로 희생하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생색 내지 않고 늘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고마움을 느끼고는 한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 이렇게 예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 만남은 비합리적이다. 비합리적인 만남, 밀당조차 없는 게임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런 연애 중이다. 머리 대신 마음이 먼저 앞선다.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마음에 열정에 따라서 서로 만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1 시간을 돌아가는 남자고, 내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를 만나는 날 4시간을 잔 채로 집을 나선다. 우리는 비합리적인 인간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합리적 행동이다. 왜냐하면 영원할 사람에게 투자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