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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Jun 03. 2018

1시간을 돌아가는 남자, 4시간을 자는 여자

밀당없는 연애를 하며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정의한다.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 인간의 행위를 규정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다.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것저것 계산을 해본다. 연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른 바 '밀고 당기기'이다. 서로가 심리와 상황을 놓고서 밀어보고 다시 당겨본다. 밀고 당김이 없는 연애를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요즘 시대에 밀당없는 연애가 존재할까 할 정도다.


지금 내가 연애하는 방식은 바보들이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연애에는 밀당이 없다.  그렇게 밀당없는 연애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게 가능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거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말을 할 때 조심한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걸러서 한다. 기본 예의는 지키지만, 보고 싶은 것을 참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한 가지다. 최소한 지금 만나는 사람이 호의를 권리라고 여기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는 호의를 여자친구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친구가 해주는 호의를 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해주는 것이다. 그 뿐이다.


내 기억은 판교 야경에 항상 멈춰 있다. 이곳까지 간 다음에 나는 간다. (출처:http://coman0213.tistory.com/entry/)


나는 여자친구 집에 늦게 데려다주면 차가 끊겨서 한 시간 정도를 늦게 들어가야 한다. 차가 끊기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랬다. 그날 30분을 더 보기 위해서 한 시간을 손해보는 것이다. 여자친구도 나랑 만나고 전화통화 하고 나면 2시 30분에 자서 6시 30분에 일어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니까 겨우 4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 이런 일을 우리 둘 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다.


감동하는 지점은 서로 모르게 한다고 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됐을 때다. 서로 희생하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생색 내지 않고 늘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고마움을 느끼고는 한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 이렇게 예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 만남은 비합리적이다. 비합리적인 만남, 밀당조차 없는 게임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런 연애 중이다. 머리 대신 마음이 먼저 앞선다.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마음에 열정에 따라서 서로 만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1 시간을 돌아가는 남자고, 내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를 만나는 날 4시간을 잔 채로 집을 나선다. 우리는 비합리적인 인간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합리적 행동이다. 왜냐하면 영원할 사람에게 투자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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