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Jun 07. 2018

취업준비생인 여자친구에게 박사준비생 남자친구가

주제넘는 말, 다 아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알면서 

예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7년전에 크게 유행했었어. 문제는 "청춘은 아플수도 있는 것이지, 아프니까 청춘인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우리 청춘은 참 아픈 것은 맞는 것 같아. 초중고등학교 때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너희만에 스토리를 만들어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잔인한 일이야. 단 한 번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해준 적은 없으면서, 일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야.  참 나쁜 사회인 것 같아. 살기 힘든 이야기는 머리 아프니까 하지 말자.. 하하하..

오늘은 주제넘는 이야기고, 다 알 것 같은 이야기를 해. 네가 4학년 1학기가 지나가면서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 보여서야. 나는 이제 겨우 석사학위 논문을 내고,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풋내기 사회학도야. 사회생활도 제대로 해본 적 없이 내일모레 30살을 맞이하는 사람이 무엇을 아냐는 말을 들 수 있지만,  나는 학생기자 출신으로, 고등학교때부터 알바를 해온 참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수백명과 깊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어. 그것을 바탕으로 네가 참고해줬으면 하는 말들을 이렇게 글로 남겨봐. 또, 내가 지금까지 비교적 하고픈 일을 찾아 하면서 살 수 있었던 이유를 고민하면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춘이 아플 수도 있는거지, 아프니까 청춘인 사회는 너무 아픈 사회인 것 같아.


첫 번째는  나는 네가 너무 멀리 안 보고, 가까운 중요한 일부터 챙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단기간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가지만 했으면 하는 거야.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부분은 사실 별 게 아닌 것 같아. "너무 먼 미래"를 보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것 같아.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면 할 일이 너무 많고 막막한 것 같아. 계획이 너무 먼 미래인 3년, 5년, 10년을 대비하니 너무 힘든 것은 아닐까. 3개월에 하나, 6개월에 하나씩만 해도 1년이면 2,3개는 해내는 거든. 그런데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해내려니까 머리가 아파오는 거야. 그러고 쉽게 포기를 하게 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터 하나씩 끝내는 것, 더 나아가서는 중간중간 행복하게 지내는 게 필요한 것 같아. 그래야 멀리갈 수 있거든.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너무 희생하지 말고, 조금씩 쌓아서 크게 만들면 좋겠어. 


두 번째는 '너무 큰 회의론'에 빠지지 않고, 뭐라도 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이냐하면, '지금 이거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이야.  자격증이건 학위건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사람들이 하고는 해. 그런데 내가 지내보면, 그래도 자격증이 있는 게 훨씬 더 편하더라. 저번에 이야기한 자격증인 경영지도사가 불필요하고,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누군가해. 요즘 변호사 자격도 힘들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런데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항상 달라. 그래도 있으면 어디엔가는 쓰는 것 같아.  여기저기서 말하는 회의론에 빠지기보다는, 네가 할 일을 준비해나갔으면 좋겠어. 어떤 자격이건 간에 자기 사용하기 나름이야. 그러니까 지금 회의론에 빠지지  말고, 뭐라도 했으면 해. 


세 번째는 공부를 하는 것, 일하는 것은 사람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으면 해.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게 중요해. 우리나라 취업의 50% 이상이 인맥을 통한 취직이고,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어. 이건 학계가 됐건, 정계가 됐건, 기업이 됐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 공부하는 곳, 네가 준비하는 곳에는 너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도움을 줄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래서 추가적인 공부를 해나가는 것은 이제 단순히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 같아. 그러니까 늘 좋은 사람들을 이어간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는 장소에 갔으면 좋겠어. 공부하러 다니는 것을 너무 염려하지 말자. 


네 번째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하는 일에 사람들이 "안 될거야"  혹은 "하지마" 많이 해. 중요한 건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 거야. 그 사람들은 나보다 내 문제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없이 이야기 해. 자신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툭 하고 던지는 말들이 많아. 걸러듣고, 다시 고민해봐야 할 일들도 당연히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인생의 주인은 그 사람들이 아니기에, 네가 하고자 하는 일, 네가 행복했으면 하는 일에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어. 힘들면 같이 있어 줄게. 

마지막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그리고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 너무 먼 미래, 보지 않을 것 때문에 행복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부터 계획을 하자. 늘 이야기하지만, '하고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것 같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우선적으로 하면서 남은 시간은 너의 행복을 위해 보냈으면 좋겠어. 지금 행복할 줄 알아야, 앞으로도 행복하니까 말이야. 


이 편지가 너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출처:https://blog.hmgjournal.com/People/reissue-family-letter.blg)


그냥 저 네 가지는 내가 공부하면서,  중간중간 일하면서 느꼈던 사실들이야. 저 사실들을 마음 속에 기억하면서 일을 하고는 하거든. 박사준비를 하는 20대 후반 풋내기의 조언이 너한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너의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너무 먼 미래에 행복하려고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말자. 우리 하고픈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그게 사람사는 일인 것 같아. 취업도, 공부도 지금 우리가 행복하자고, 하는 거니까 말이야. 


2018년 6월 남자친구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1시간을 돌아가는 남자, 4시간을 자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