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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n 01. 2020

[에세이 103]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지원의 크루에세이07] 가족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가족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 이번 에세이에서는 ‘가장’이라는 단어가 참 어려웠는데 왜냐면 나는 가족들과 하고 싶은 게 이미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누군가에겐 꽤 일상적이거나 정기적 이벤트로 생각될지도 모르는 것들이지만, 이를테면 가족들 다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거나 고급 뷔페에 가보는 것도 그렇고 가족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그렇다. 그러면 왜 그동안 못했나 생각해보면 우선 가족이 다같이 모이는 것부터가 흔치 않았던 우리 가족이기 때문이었는데, 뒤돌아보니 가족끼리 제대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오랫동안 없었다. 누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지방에서 일을 한 기간이 길었고 누나가 집에 돌아오니 그 땐 이미 내가 군인이 된 후 였다.


나는 가족을 생각하면 종종 애틋한 감정이 든다. 부모님이 가족을 이끌어가고자 쉽지 않은 세월을 보내시기도 했고 열 살이나 나이 터울이 있는 우리 누나도 이미 긴 시간을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아직 안정궤도에 오르기 위해 또다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의 안정을 위해 힘쓰는데 안정에 가까워짐에 따라 모두가 나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새해가 밝아오곤 했다.


한 가정에서 늦둥이 막내 아들로 태어난다는 건 누군가의 시선에는 오로지 복받은 일 일지도 모르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면 또 그 자리에 맞는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마흔이 넘으실 때 나를 낳으셨고 태어났을 때 이미 누나는 11살이었어서 어릴 때부터 줄곧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부모님 환갑 때조차 자식 덕을 보기에는 그저 수능특강을 들고 다니는 고등학생일 뿐이었으니까.


고등학생 때 뿐만이 아니라 대학생 때도 내 생각은 이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식으로서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건 빠르게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서 그 돈으로 무언가를 선물하거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 늦게 태어난 자식이라는 생각에 갇혔었던 나는 그게 급했다. 그런데 장교로서 어느정도의 자립도 하고, 집에서 몇 년을 떨어져 지내면서 조금 관점이 변한 부분이 있다. 물론 여전히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찾는데에 기여하고픈 마음도 크지만, 그보다도 가족이랑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해보니 앞으로 가족과 떨어질 일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뿐 내가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가족과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휴가를 나가게 되어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고, 가족이 한번에 모이지 못하는 대신 집에 거의 상주하면서 누나와도 어머니와도 아버지와도 각각 시간을 함께 하려했다.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근사한 장소에서 식사대접을 하는 것도, 모두가 같은 기간에 휴가를 가지며 여행을 하는 것도 물론 너무나 황홀하지만, 그러지 못한다고해도 시간은 흐르고 있기에 일분일초라도 같이 있는것만이라도 하려는 것이다.


2년 전 쯤, 친척 결혼식이 생겨 정말 오랜만에 가족이 다같이 모여서 차를 탔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언제 우리 가족이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었고, 왠지 모를 억울감이 나를 감쌌다. 그래서 그 날 처음으로 가족 앞에서 떼를 썼다. 이렇게 모인 오늘 가족사진 한번만 제발 찍자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에는 가족사진이 두 개가 되었다. 한 개는 내가 세-네 살정도 였을 때 찍은 빛바래가는 정식 사이즈의 가족사진이고, 또 한 개가 2년 전 그 날에 계획없이 찍은 작은 디지털 사진이다. 당시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다음에 제대로 오자고 하시던 어머니께서 지금은 그 날의 사진을 어찌나 소중히 바라보시는지 생각하면 미루지 않고 작게나마 행동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제 조금 있으면 전역을 앞두고 있고,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학생 때는 빨리 독립하고만 싶었는데 오랫동안 나와서 살다보니 지금은 우리 집을 어떻게 가꿀까 기대한다. 그래서 앞으로 안통할때까지는 몇 번 더 떼를 써볼 생각이다. 그렇게 가끔이나마 가족들이랑 같이 시간도 갖고 뭐라도 해볼 생각이다. 그게 분명, 좋을 것 같다.



다음 질문은 6월의 주제인 시간입니다.

지난 반년 동안 무얼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나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아내이고 싶나요?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에세이 102] 우리의 행복이 두 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문득 어떨 때, 아빠 혹은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나요?

[에세이 101] 내가 근수저인 이유


•나는 어떤 가족을 만들고 싶고, 왜 그런가요?

[에세이 100] 아빠에 대한 이야기


•일상속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에세이99]일상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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