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저너리 May 25. 2020

[에세이 102] 우리의 행복이 두배가 될 수 있다면

클로이의 크루 에세이 10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아내이고 싶나요?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왜 선택하지 않을 건가요?


사실 나의 인생에는 결혼이라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늘 어른들이 연애나 결혼에 물어보시면 ‘저는 결혼 안 할 건데요. 혼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라고 학창 시절부터 같은 대답을 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지만 ‘연애 = 결혼’이라는 위험한 사고방식을 가지고도 있었기 때문에 연애에 소극적이기도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하나둘씩 들려오면서 ‘아참 내가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 나이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아직 할 일도 많고, 이뤄야 하는 것도 많고, 성격 급하고 멀티태스킹에 서투른 사람으로서 한 번도 부럽다거나 나도 얼른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지 왜 스스로 답답한 환경을 만들지?'라는 주제넘은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엄마 아빠에게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데 한 가정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이 상상이 안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결혼을 하는 순간 부모님과 나의 위치가 뒤바뀌어 생떼 부리던 딸내미에서 부모님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할 수 있는, 집안 이벤트에도 관여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기대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직 모르는 그 상대방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고.




결혼이라는 제도는 정말 신기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몇십 년간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도장을 찍으면서 인생에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이 된다. 도대체 그 감정이 무얼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느 분야든 빠르게 집중하고 빠르게 식는 나의 성격상 문득 겁이 나기도 했다. 밥 먹는 상대방의 모습이 꼴도 보기 싫으면 다 끝난 거라던데, 어느 날 아침밥 먹는 상대방의 모습이 갑자기 싫어진다면? 평생 동안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거야? 결혼도 결혼이지만 이혼은 죽어도 싫은데. 


'인생은 결국 혼자야'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굳건히 변함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사회란 무서운 곳이라서 그럴까. 일을 시작하며 이제는 부모님께도 말 못 한 고민들이 많아지면서 '어쩌면...'이라는 나의 생각의 틈에 다른 상상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문득 '아 이래서 결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잠깐씩 스쳤었다. 어찌 됐던 혼자보단 둘이, 나보다는 우리가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갈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에서 기인해서 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은 ‘사람 인’ 자의 모습이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번 글을 적으면서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그리고 영감을 많이 준 부부의 모습은 어찌 됐던 우리 부모님이니까. 좋은 아내와 남편의 모습, 부족함 없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저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질 수 있었다.


가끔 티격태격하시지만 다 필요에 의해서 나오는 잔소리일 뿐..(엄마 피셜.. 하지만 엄마가 백번 맞는 것 같다!) 살면서 한 번도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날 선 말을 내뱉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너희 아빠는..'이라는 엄마의 말에서 아빠를 존경하는 엄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표현은 서투르지만 좋은 것을 볼 때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항상 엄마를 생각하는 아빠의 순애보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쁘고 크고 좋은 일을 매일 해주면 너무 좋겠지만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아내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하러 나가는 내 사람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못해도 계란 한 장이라도 부쳐주려는 엄마의 마음을 보면서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아내의 모습이 무언지 언뜻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즐거운 일이 많을까? 그러면 참 좋겠지만 매번 그렇듯 인생의 힘든 고비는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적어도 당신이 이렇게는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날선 말로 서로를 힘들게 하기보다는 '내가 조금 더 잘해야지'라는 서로를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었다. 


즐거울 때는 둘이니까 더 즐겁고, 힘들 때는 둘이니까 조금 덜 힘들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 너는 이런 역할 나는 이런 역할 프레임에 갇히기보다는 어쩔 땐 상대방이 어쩔 땐 내가 이끌어주고 당겨주고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었다. 


아직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라고 생각이 드는 결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부디 축복 속에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고 싶다.





다음 타자 지원에게 질문

"내가 가족에게 제일 해주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내가 문득 어떨 때, 아빠 혹은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나요?

[에세이 101] 내가 근수저인 이유


나는 어떤 가족을 만들고 싶고, 왜 그런가요?

[에세이 100] 아빠에 대한 이야기


일상속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에세이99]일상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사랑을 받는 것과 사랑을 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에세이98]사랑을 주는 것의 기쁨


* 글을 읽으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덧글로 살짝 남겨주세요! 크루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비저너리는 일론 머스크를 만나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다 같이 우주여행을 가자며 출발한 비영리 소모임(이자 우주 먼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와 팟캐스트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 커피값 후원 : 신한은행 373-04-247722 (오윤선)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101] 내가 근수저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