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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May 18. 2020

[에세이 101] 내가 근수저인 이유

[미셸의 크루 에세이 11] 어느 불효자식의 반성(?)

5월은 가정의 달이고,

나는 비교적 가족들과 친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질문은 내가 지금껏 비저너리 에세이에서 받은

모든 질문 중에서 가장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문득 어떨 때, 아빠 혹은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나요?


요즘은 한 지붕 아래에서 엄마, 아빠와 지내도

하루 빨리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인지

두 분에 대한 생각 자체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이런 불효자싁..(?)).

게다가 물리적, 심리적 거리도 꽤나 있고..


그래서 이번 한 주는 내가 하는 행동들,

태도들을 좀 관찰해(?) 봤다.


오랜만에 혼자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품기 위해 노력해 봤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딸이라서 그런가..

자연스레 엄마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걸

발견하기도 했다.


지난 한 주 잘한 일(?)로 셀프 칭찬..^^



1. 뭔가 신기한 걸 발견하거나 

신나는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우리 엄마 아빠는

두 분 다 말씀들이 많으신 타입이신데,

모임도 많이 나가신다.


요샌 코로나로 잘 안 가시지만,

상해에 있을 때 가족 모임이 있을 때나

여러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보면

말씀이 많으신 축에 속했다.


두 분 다 원래는 흥들이 많은 편..


각자 호기심들이 참 많으신데,

보면 배우신 것들이나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을

기본적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신다.


특히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자라면서까지

늘 신기하게 여겼던 점이,

엄마의 친구들이며, 내 친구들의 엄마들이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발이 넓으시고

에너지가 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다양한 분들과 전화 통화도 참 많이 하셨다...


나도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럼 없는 점, 활발한 점이나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점 등을 보고 배운 것 같다.


밥 먹으러 나가서나 친구들을 만나서나..

심리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면 느끼는 대로,

아직 잘 모르는 사이여서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별에 별 말을 참 많이 하고, 듣고..

그냥 그 상호작용들이 참 재밌다.


근데  남들이 보기엔 우리 가족 모두 이런 건 아닐까..? (왜 쓰다보니 걱정 되죠^^;;)


암튼 요즘은 업무에도 이런 게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 같은데,

재밌는 마케팅 기사들이나 뉴스레터를 발견하면

회사 사내 메신저에 바로바로 공유하고,

주간 업무 회의 때에도 이것저것 배운 것들을

요약해서 공유하려고 하고..

정말 이건 말해줘야 겠다 싶은 것들은

인턴분들께 따로 이야기를 건네주기도 한다.


그냥 그런 지식의 선순환과 교류 자체가 참 좋다.




2.알고 싶은 게 있으면

온갖 검색 창구/사람/책을 통해 파고 든다.


엄마는 요새 작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기 시작하시고,

제 2의 인생을 살기 시작하시고 나서

잘 하고 계신 건지,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시기도 하지만

주말에는 침대에 누우신 상태로도

이것저것 다큐멘터리나 유투브도 찾아보시고

필요한 책이 있으면 아빠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읽으시기도 한다.


경력 단절이 되신 후 거의 20년 만에 새로 일다운 일을

(그것도 전혀 몰랐던 일을 바닥부터 세워 나가는 일을)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마음 만큼 배우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답답하고

사람이 제일 힘들다고도 하실 때도 있으시지만


여러 사람들로부터 도움도 곧잘 받으시고

말씀 들어보면 도움을 주는 것도 잘 하신다.


사람을 꼬드기시는 엄마의 능력이란..(?) 주의해야 함(?)


나는 뭐가 되었든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특성도 사실 엄마 아빠 모두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빠도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찾아 읽으시는 걸

좋아하시는데 그게 그냥 보인다.


문제는 딱히 두분 다 전형적인 범생이 타입은 아니심..


다만 특히 50이 넘으시도록 계속 계속 

새로운 걸 배우고 시도하시는 엄마께는 

참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책임감만으로 배움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걸 느끼면서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일을 하시다 보면 밥 드시는 것도 잊으시고

일을 하신 이야기를 하신다던지

가끔 업무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들로

밤잠을 설치시는 모습을 뵈면 마음이 너무 안 좋은데,

그럴 때는 그냥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 드리고

도움 될 만한 이야기를 해드리려 하면서도

나는 내 5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 좋게 말해 그렇지.. 사실 우리 가족 다.. ^^



마지막으로 안 가본 길을 가는 것.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를 생각해보면,

(즉 할머버지 세대.)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내신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계시다.


이건 우리 엄마 아빠 뿐이 아니라

이 글을 읽을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친할아버지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셨는데,

아빠는 경제학과 쪽으로 진학하셔서

30년 넘게 경제 쪽에서 일하고 계신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 커리어를 서포트해주시는

정 많고 손이 크신 가정 주부셨는데

엄마는 생물학과를 졸업하신 후

경력 단절 전까지 그 당시에도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셨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분들에게도 그 분들께서 가시는 길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선택한,

당시 가족 구성원 중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분도 없는,

누구도 먼저 해본 적 없는, 그런 유례가 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선택들을 해오신

엄마아빠가 존경스럽다.


부모님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사춘기 때는 어린 마음에

왜 우리 엄마 아빠는 다른 엄마 아빠들과 비슷하지 않나..


나도 좀 평범하더라도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여러 생각들도 했었다.

어린 시절 나의 꿈 : 엄빠로부터 도망..



하지만 요새는 평범함 너머의 삶을

상상도 해보고 실천해 가고자 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나도 엄마 아빠처럼

누가 미리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움 없이 만들어 나가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나는 금수저가 아닌 ‘근수저’인 점에 감사한다.

근수저는 제멋대로 생각해본.. 

(마음의) 근육+수저?ㅋㅋㅋㅋㅋ다.

그리고 내 기준 금수저보다 

'근수저'가 더 좋다ㅋㅋㅋㅋ(정신 승리일지라도^___^)


암튼.. 살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 안에는 그것들을 헤쳐나갈 힘과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갈 근육 또한 있음을 안다.

(사실 지금도 매일매일이 쉽고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감사할 일은 많고

그 일들은 다 내가 의식적으로,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도 주변 사람 탓은 잘 안 하지만,

'부모님 덕분'이라는 생각도 

딱히 콕 집어 안 했던 것 같아...

이 얼마나 불효 막심한 자슥(?)이었던 건지

월요일 오전 새삼 반성을 하며..



다시 한 번 한 주를 살아나갈 마음의 근육을 펌프업 해봐야 겠다!!


아.. 이 글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랐는데, 끝내긴 끝냄. 와우 스스로 한 번 더 셀프 칭찬^^



암튼 다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며,

또 한 주 살아가실 힘을 함께 비축해 나갔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불효자슥덜의 월요 반성을 응원한다.






다음 타자 클로이께 질문,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아내이고 싶나요?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왜 선택하지 않을 건가요?"



--



나는 어떤 가족을 만들고 싶고, 왜 그런가요?

[에세이 100] 아빠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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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99]일상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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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98]사랑을 주는 것의 기쁨


•에로스의 화살을 딱 한번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사용하고 싶나요?

[에세이 97] 사랑은 안에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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