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화살을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사용하고 싶나요?
에로스의 화살을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사용하고 싶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회가 있다면 어디에 써야 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를 보다 보면 사람들이 올린 멋진 사진, 다양한 스펙, 여행 이야기 등에 세상에는 멋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쉽지만 나를 좋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저 사람은 이런저런 것도 잘하는구나 멋지다 하면서 '나는 뭐했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다 각자의 삶이 있지 하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부어주지만 회사에서 조금 실수하거나 부족한 모습이 보이면 쭈구리가 되어버린다. 나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엄마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엄마가 슈퍼를 갈 때면 꼭 따라 나가곤 했었다
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도 고를 수 있기도 했고, 엄마가 혼자 가면 심심할까 하는 마음에 항상 엄마를 따라다녔다 그럴 때면 엄마는 "우리 딸~" 하면서 나한테 팔짱을 꼈다. 호기심천국 초딩이었던 나는 엄마가 요리를 할 때도 옆에 서서 쌀은 왜 세 번 씻는지, 엄마는 요리를 어떻게 배웠는지 이것저것 묻고 수저도 놓으며 요리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엄마는 그때마다 웃으면서 내 질문에 모두 대답해주었다 어머니는 친구같이 다정하고 소녀 같은 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경상도에서 보냈고 어머니는 고향이 서울이었다. 아가씨일 때 언니인 이모와 지방에 내려와 함께 일을 하다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두 분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모집이 근처에 있어 한동안 어머니와 이모는 자주 만나며 지냈고 덕분에 언니와 나는 사촌 언니 오빠와 자주 놀 수 있었다. 우리 넷이 서로에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친해졌을 무렵에 이모네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언니와 나는 사촌들이 떠나는 날 가지 말라고 울었다. 사실 우리는 같이 놀던 사촌들이 사라져서 아쉬운 정도였지만 타지방에서 같이 지내던 언니가 이민을 가게 되어 엄마는 마음이 많이 허전했을 것 같다. 함께 지내던 이모네 가족도 가고, 다른 지방에서 지보니 엄마는 지역에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지금처럼 sns를 활발하게 쓰던 세대도 아니다 보니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분들이나 아빠 회사 가족분들과 한 번씩 만나는 정도였다. 이런 생활들이 엄마가 점점 가족들을 바라보며 지내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쯤 아버지는 우리가 크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시고 따로 사업을 시작하셨다
사업이 잘되면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집에 여러 장난감도 생기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었다
집에 디디알 패드나 플레이스테이션 노래방 디비디 등등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많아졌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더 줄어들어 갔다. 아빠는 잦은 회식으로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 많아졌고 엄마는 먼저 주무시지 않고 거의 항상 아빠를 기다리셨다. 하지만 그런 날에는 두 분이서 종종 싸우는 모습을 보곤 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기다린 아버지가 왜 늦게 들어오게 됐는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얘기도 나누고 싶은데 아버지도 회사일에 지쳐 어머니의 말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 감정 상하는 말을 하게 되었다.
눈치 빠른 둘째였던 나는 아버지가 늦는 날이면 두 분이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는 걸 알았고, 그래도
내가 깨어있으면 내 앞에서는 잘 다투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기다렸다.
같이 빨래를 개기도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어머니들한테 물어보는 물어보는 부모님 연애 이야기는 비슷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따라다녔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청혼에 못 이겨 결혼하게 됐다는 이야기..!
어릴 적 나의 귀여운 노력으로 그 순간 분위기는 바꿀 수 있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이해를 좁히기는 어려웠다. 어릴 때 나에게 에로스의 화살이 있었다면 두 분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해주고 사랑하길 바랬을 것 같다.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 생각하지 않고 있던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노후, 결혼, 아이,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해.. 지금 돌이켜 보면 엄마가 낳고 키웠을 때가 내 나이 정도 되었을 때다 어릴 때는 엄마는 왜 엄마로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내가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면 나는 아직 너무 어리고 부족한데 내가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부모였던 사람도 없고, 다들 부모가 되는 일은 처음이니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어머니가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가 엄마를 만난다면 아이들과 남편을 바라보는 시간을 줄이고 엄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엄마는 그때 힘들었던 기억을 자주 얘기했었다. 그때 좀 더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가족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을 모두 놓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큰 마음에 상처로 남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엄마가 마음이 아프면 아이도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어려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의 눈만 보아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나도 어릴 때 엄마의 힘든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아팠다. 내 마음에 구멍이 나있지 않아야 그 사랑이 흘러넘쳐 아이에게 까지 가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던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엄마를 만난다면 엄마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좋은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이번 에세이를 쓰게 된 Julia입니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어머니 생각이나 글을 써 보았어요.
아래는 다음 제이영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에요
사랑을 받는 것과 사랑을 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최근 사랑하게 된 무언가가 있나요?
[에세이 96]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지금 이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의 일상을 웃게 하나요?
•보통의 일상 속 새로움을 발견한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