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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Mar 23. 2020

[에세이 93]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만나

[지원의 크루에세이 06] 보통의 일상 속 새로움을 발견한 적 있나요?

'보통의 일상'이라는 말과 '새로움'이라는 말이 함께 떠오르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요즘의 일상을 보면 처음부터 '보통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기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감염자를 늘려나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따른 일상에 변화가 번져나갔고,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 집, 동네 등 많은 곳에서 사람들은 '보통의' 행동패턴을 자제하고 '새로운' 행동방식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통의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상이 새로워졌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   )하는 건데!


요새 부쩍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한강에 야경보러 갔을텐데' 혹은 '코로나만 아니면 너랑 만나는 건데' 등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고자 개인의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어도 당신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국어시간에 배우듯 '못'만나는 것과 '안'만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며, 고등학교 야자시간을 제외하고는 나가고 싶을 때 '못'나가는 경험이 낯선 우리에게 이 상황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 모두가 힘들 뿐 누군가의 탓을 할 수도 없다.) 분명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상황의 끝은 올 것이며 그렇게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면서도, 하지말라고 못하게 하면 점점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인지, 아니면 나중되어서 이러한 불안함이 끝날 순간을 더 빨리 확인받고 싶은 마음인지 계속해서 '코로나만 끝나면~'과 같이 아쉬움 묻어나는 희망사항만 쌓가는 요즘인 것이다.

요즘 날씨도 좋던데...ㅠ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황사마스크, 미세먼지마스크 등 개인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 익숙했지만 요즘처럼 거리의 대부분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인 마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까진 아니었고, 마스크가 이토록 귀했던 적도 없었다. 약국에는 이제 약을 사러오는 손님보다 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더 많고, 불금에 사람들과의 모임보다 불꺼진 방안에서의 넷플릭스가 일상이 되어간다. 그래서인지 휴업중인 가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밖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휴업으로 인해 먹고싶던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지난 주말 계획되어 있던 어떤 문화행사 역시 잠정 연기되어 보러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되었다. 틈틈이 응시하던 토익도 시험이 취소되어 응시할 수 없었고, 이쯤되면 만나야지 싶은 친구들과의 모임도 '이 시국에 무슨..'이라며 성사되지 않았다. 이것은 새롭게 만들어진 보통의 일상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는 감염병의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 보통의 일상을 원치 않는 모습으로 재조립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자유의지에 의하지 않은 재조립이기에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견디고 극복해내야만 다시 이전의 일상이 보통의 기준으로 돌아온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평화 속에 살아가는 데에 적응되어 있던 사람들로선 이와 같이 불안한 세상모습이 낯설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을 때도 그것이 1600선을 부수고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사라지게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총선은 이제 3주 앞에 놓였지만 거리에 선거유세하는 후보도 거의 없다. 새롭다. 경제도 새롭고 정치도 새롭다. 뉴스에서 보내주는 확진자와 사망자에 대한 소식은 마치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나와버린 것만 같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고해서 못할 건 또 아닐 뿐더러 과거의 여러 위기들을 극복해 온 인류의 역사를 알기에 조만간 다시 모든 것이 회복될 희망은 있다고 본다. 그러니 이러한 상황이라도 불평만 하거나 짜증을 내기보단 누구보다 앞장서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는게 더 필요한 요즘인 것 같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새롭게 맞이한 보통의 일상과 함께 기존 일상속에선 일상에 익숙해져 오히려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보거나,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일상을 반복하며 미뤄둔 일들을 이참에 해치워버리는 것도 지금의 상황을 이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어차피 못나가는데 묵혀둔 청소도 하고 클라우드 정리도 하고...


마지막으로, 최근 재택근무를 권하는 회사들이 생기면서 집에 갇혀버렸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나는 일하는 곳에 숙소가 있어 반대로 일터에 갇혔다. 그래서 전에는 해본 적도 없던 생각을 하며 지낸다. 다음주엔, 혹은 그 다음주엔, 아니면 다다다음주엔, 나는 집에 갈 수 있을까.

모두들 잘 지내!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만나!

다음 타자 하비에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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