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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Mar 09. 2020

[에세이 91]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움직이는 힘

일상을 붙들고 매달리자. 나의 귀한 인연들에게는 더 끈적(?)하게

솔직히 요새 아주 죽을 맛이다.

뻥 좀 보태서 하루에 약속 2개도 잡던 평소와 달리..

(점심도 친구를 꼬셔서 회사 근처로 모시고ㅋㅋㅋ

저녁에 또 약속 감..정신은 안 나감^^..)

나의 이동 경로는 요즘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좌절.. 공포..)


반대로 말해, 요즘 같이 코로나로 인해 

돌아다니는 동선에 제약이 걸릴 때는

반복되는 일상조차 얼마나 소중했는지 돌이켜볼 수 있다.


나는 사실 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신기하고 새로운 발전들에 눈부셔 하는 타입(?)이기에


매일 반복되는..은 사실 생각만 해도 싫다.

‘똑같은 일 반복’은 생각만 해도 지겹고

거기에 ‘매일 반복’이라면 오바 좀 보태서 죽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나의 사기와 

원동력을 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꼼꼼히 하라느... 휴 

다 쓰기도 싫은데 저런 일 하라고 국가에서 시킨다면,

도망가다 차라리 전과자가 되리..)


암튼 나는 그래서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다음 날은 또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예측조차 불가한 교환 학생 시절이 가장 좋았고,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과연 내가 반복적인 일들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적응해 지낼 수 있을까..

사회 부적응자(?)가 되지는 않을까 

아주 잠깐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 화려한 자극만을 ‘신남’이라고 착각하던 때와 다르게

나는 아주 평온하고도 감사한 하루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반복되는 일상 지겨워! 나에게 왜 이래?했다면,

요즘은 매일 6줄 감사 일기 쓰기 덕인지,

매일 퇴근 전에 KPT로 작성하는 업무 일지 덕인지,

꾸준히 하는 운동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하루하루는 

요즘 감사하게도 ‘차분한 에너지로 가득한’ 상태다.


그리고 그 ‘차분한 에너지 만땅!’에는

풍랑(?) 앞에 등불 같았던 20대 초반보다

좀더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진 20대 중반,

내가 나를 보듬고 지키며 이해해주고 사랑할 줄 알게 된..

켜켜이 쌓인 시간의 여유와

그 시간을 함께 보내준 여러 사람들의 도움

모두가 서려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권태를 느낀다.


업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를 나아가게 하지만,

어느 정도 원리를 이해했다고 느끼거나

이전에 진행한 방법대로 또 해야하는 일임을 발견하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느 누구와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되도록 많이 웃고 떠들지만,

그 웃고 떠들 상대가 하나도 없는,

고독을 즐겨야 하는 순간이 오면

괜시리 외로워지거나 공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출렁이는 물살 위에서

과거의 나는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몰라 벌벌거렸다면,

요즘의 나는 때로 물결이 높낮이를 주더라도

그 물결에 몸을 맡기며 거드름(?)을 피워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오늘은 그 ‘반복되는 일상을 즐겨주는 힘’,

“작은 것들을 지속하는 힘”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다.



1. 매일 일기 쓰기 -

작년 10월부터 매일 6 일기를 썼으니,

이제 5  쓰고 있다.


Daily Note 라는 앱인데,

1) 오늘 기뻤던 일

2) 오늘 힘들었던 일

3) 오늘 감사한 일

4) 내일 할 일

5)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나아질까?

6)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까?


요 6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매일매일 기록해서 남겨두고 있다.

글쓰기나 기록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기를 꾸준히 써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또 어떤 날은 그냥 별 거 없었던 날 같아서,

너무 힘든 날이었어서, 혹은 단지 귀찮아서,

또는 여행 가느라 몸이 너무 피곤해서..

무수히 나를 일기 쓰는 것으로부터 

막을 만한 이유는 많았다.

그런데 그냥 눈 딱 감고 썼다.


그리고 나는 혼자하는 건 어려워하는 걸 알기에

‘감정 일기’라는 익명 모임에 

매일 업로드를 하는 귀찮음까지 넘겼고,

그게 하루, 이틀, 사흘이 되고, 한 달이 되더니 

지금은 5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마 평생의 습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일기장들을 들춰보면,

가족들과 소소하게 보낸 시간들이나,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에게 온 연락 때문에

심장이 쿵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부터,

회사에서 동료들과 떠드는 시덥잖은 이야기,

비저너리 멤버들에게 고마웠던 순간들 등..

하루하루 소중하지 않았던 날들이 없었다는 게 

꽉꽉 담겨있다.


그리고 바쁜 날은 엄청 많은 양을 쓰지는 않지만,

잠자기 전에는 꼭 쓰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서 

이제는 ‘양치’처럼

마치 하지 않고 잠들 수 없는 ‘디폴트’ 값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나는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일 때 가장 뿌듯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2. 사람들과 함께 하기 -

일기장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모아서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나의 경우 ‘사람’인데, 그게 친한 후배일 때도 있고,

오랜만에 본 지인일 때도 있고,

회사 근처로 찾아와준 친구일 때도 있고..

결국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도와주었다’고 느낀 날 

나는 가장 벅차고(?) 기뻐서 신나게 일기를 쓴다.


회사-집을 핵심 반경으로 오가다 보니 

회사 동료들 위주로 매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는 

바운더리(?)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꼼수(?)를 써서 

친한 후배들/보고싶은 지인들/친구들을 

회사 근처로 부른다ㅋㅋㅋㅋ

그리고 와주는 친구들/지인들/후배님들..

진짜 감사합니다 엉엉.. 그대들은 나의 태양..(별) 암튼..


저녁에는 아쉽게도 대체로 일정이 있기에 된다면,

점심에 회사 근처로 와준다면 함께 맛있는 밥을 먹자고,

점심을 먹으러 와줄 수 없는 친구라면ㅋㅋㅋ

우리 미래 놀이 할래?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서..


회사 아래층 카페에서 아이패드로 영상 통화를 하면서

각자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떠들다갘ㅋㅋㅋㅋ

같은 팀 차장님과 마주쳐서 놀림 당했다...

약속 있으시단 거 아니었냐고...ㅋㅋㅋㅋㅋ


아무튼간 그렇게 애틋하게 만난 친구들과

맛있게 밥을 먹고 근황 이야기,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라..

꼭 오지랖 넓게 이것저것 요새 힘든 것 없냐고 물어보고

(물론 내 힘듦도 공유하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자 한다.


대체로 그런데 조언이랄 게,

사실 다 각자 삶에서 헤매는 과정 중이라

딱히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것 같은데,

이렇게 나는 내 마음 편한 게 좋다.


그리고 친구들/후배들/지인들을 

도와줄 일이 없으면 회사에서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국장님, 팀장님, 이사님, 대리님, 인턴님 등.

일을 도와드려서 행복했다! 좋아하셨다! 끝내서 뿌듯했다!

실수가 있었지만 내가 끝까지 처리했다! 등등..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격려해주는 멘트들이 가장 많다는 걸 발견했다.








아무튼, 요즘 같은 때에 멘탈을 잘 붙잡고 있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한없이 힘들어진다.


집단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어 내고 있다고도 생각하고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봄을 맞이하고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지금과 같은 과정 속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더더더 깨닫고,

그 일상을 이끌어 가고,

어제보다 1인치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더 끈적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잔정이 많은 편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며칠 전에는 군대 간 남동생한테 인편 쓰다가

(쓰면서도 내가 이걸 왜...ㅋㅋㅋ로 시작했는데)

몇 글자 안 쓰긴 했지만 결국 줄줄 눈물로 마무리 했다..

 까까머리 시키.. 밥은  삼십 그릇 먹으라고 썼음..


암튼 그 가까운 사람이 내 가족이든,

소중한 친구이든, 직장 동료이든 간에

요즘 같은 때일 수록

물리적으로 가까울 수는 없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늘 가깝다는 표현을 하면서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럼 그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이끄는 힘 아닐까.








다음 타자, 클로이님에게 질문합니다...!

지난 일상 속에서 어떤 소중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나요?







[에세이 90] 혹시 한 주 동안, 계획 밖에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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