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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Feb 17. 2020

[에세이 88]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속상하게도 전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이영님이 저번 주 올린 글을 보고 다음 순서인 나에게 묻는 질문에 뜨끔 놀랐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가 나의 '안녕'에 대해서인데 어쩜 이리 콕 찔러 묻는 것일까? 혹은 제이영님이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먼저 말하자면 요즘의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

얼마 전 경력증명서를 제출할 일이 있어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들어가서 보니 벌써 3년이 되어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뭐 하겠다 하겠다 하면서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시간을 보낸 게 무려 3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에서 제대로 전문성을 쌓은 것도 아니고, 커리어가 이어지지도 않다 보니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점 더 모르겠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웨딩 사진 스튜디오의 어시스트로 들어간다고 하니 팀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홍프로, 왜 인생을 다운그레이드 하려고 해?

   

그만두기 전에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었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으며, 개개인의 인생을 등급으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말씀이 지나치시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른 필드에서 경험해 보니 그동안 내가 누리던 안정적인 직장, 높은 연봉 그리고 각종 복지들이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퇴사 전, 당시 팀장님의 말은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대기업이라는 틀보다는 사진이라는 예술가들의 세계로 가면   자유롭게  생각들을 펼칠  있고 하고 싶은 대로   있을 것이라는 '확증편향' 빠진 나는 상상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었고,  대가는 컸다. 숨만 쉬어도 밥도 먹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다녀야 하니 간간하게 촬영일 프리랜서로 하며 생활비를 생활비가  떨어져 3년간 붓던 적금을 깨고 이를 생활비로 쓰고 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이 경험이 없기 전에는 일단 저지르고 방법을 찾아가고 해결하는 성격이었다. 주변에서 "그거 안될 텐데.. 그게 되겠어?"라고 해도 시도를 하던 황소 같은 고집의 내가 이제는 달라졌다. 돌아오는 월급날이면 매달 통장에 돈이 채워지며 느끼는 안정적인 기분과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보는 기분은 분명히 다르다.


무섭다. 또다시 통장이 바닥을 보일 때 해지할 적금도 없으니 그렇게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무게감은 실패하면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만들고, 발을 하나 딛는 것도 신중에 신중을 가하다가 결국 때를 놓친다.   이상 때를 놓치기 싫어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 제품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형 제작   시사출까지 완료했는데 으음.. 솔직히 말하면 처음 생각한 컨셉과 결은 이게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배가 산으로  경향이 많다 ,. 없는 살림에 일을 벌려놓으니 역시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고, 이는  품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질까 두렵다. 패기를 갖고 로켓의 발사 버튼을 눌렀는데  얼굴을 아래의 이미지처럼 때리면 어떡하지? 이젠 무섭다고 징징거리기에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밥을 먹고 자란 어른이가 되어버렸다.

출처 : Gipthy

내가 어렸을 때 다친 상처들은 몸에는 흉터가 남아있더라도 마음에는 남아있지가 않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경험들에 묻혀 잊혔기에 기억을 하려고 해도 기억나지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진다는 말은 그만큼 고통의 크기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로댕이 만든 생각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 일단 밟아보자! 나의 안녕을 위해.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출처 : https://bit.ly/2HrtanN





다음 모티베이터인 승님에게 묻고 싶어요 :)

"5년 전에 생각하고 기대한 승님의 모습과 지금은 얼마나 가까워졌나요?

그리고 5년 뒤인 2025년 2월, 승님이 상상하는 모습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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