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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Feb 10. 2020

[에세이 87]잘 못하는데 취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제이영의 크루 에세이 08] "취미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만나서 반가워. 너는 취미가 무엇이니?

학창 시절 생활 기록부에 할 말 없으면 적던 취미는 독서였다.  (출처: 취미 표현으로 배우는 일본어 공부)

 

학창 시절부터 형식적으로 받아왔던 질문인 ‘너의 취미가 무엇이니.’ 별로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막상 대답하려고 하면 애매한 것이 바로 이 취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던 시절, 가장 쓰기 쉬운 답안은 '독서'였다. 그런데 스무 살이 넘어 외국에서 외국인들과 얘기할 때, 정말 다른 생각지도 못한 취미들이 나온 것을 보고 달라 보였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취미를 갖고 있다고 하면,  갑자기 광채가 나면서 그 사람이 뭔가 특별해 보였다. 남과 구별되는 뚜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은, 삶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이 딱 박혀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참고로 비저너리 크루들의 너리들은 각자의 취미가 있는데 다들 수준급 취미를 갖고 있어서 나만 쩌리인 기분이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해’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얻는 것이 1순위라는 점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인 노동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훈련, 공부 등과는 구별된다. 즐거우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하게 되고, 선순환이 되어 재미는 더욱 배가 된다. 하지만 나는 완벽한 성향을 추구하는 탓에,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내가 수준급이 아니면 내가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기 위해 가볍게 하는 활동들을 취미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자발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해왔던 독서나 영화보기 같은 것은 너무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말하기가 꺼려졌다.




나의 취미 변천사 (나도 몰랐던 수많은 취미 도장꺠기)

 

수영에 미쳤을때는 3달동안 매일 수영을 하러 갔다.(강사님이 잘생겼..)& 요즘은 학교공부하고 논문 읽는게 일상이라 블로그 쓰는게 무척이나 즐겁다. (출처 : 제이영의 허세게더링)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취미이다>라는 정의에 따라 스무 살 이후로 내가 가졌던 취미들을 적어보았다. 대략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취미들을 가졌다. 그중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고, 다시 하지 않는 것도 있다. 운동, 만들기, 보기의 세 가지 분류로 나눠보니 다음과 같았다.


운동 : 복싱, 주짓수, 등산, 달리기, 요가, 수영, 퀴디치

만들기 : 블로그, 공모전, 코딩, 요리

보기 : 영화, 자기 계발 관련 유튜브, 책 읽고 서평, 에듀테크 관련 박람회 참가

 

4년 넘게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취미가 있기도 하고, 3개월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는 취미도 있다. 복싱은 살을 빼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등록했지만 2달 만에 그만두었다. 삶이 지루할 때쯤 뭔가 등산 달리기에 미쳐서 주 5회에 주말마다 등산을 가는 삶을 1년 넘게 지속한 적도 있었다.  정해져 있는 길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스펙업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이곳저곳 공모전에 지원하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고 나서는 주말보다 나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삐까뻔적해보이는 코딩 부트캠프나, 에듀테크 박람회를 기웃거렸다. 나는 쉽게 지루함을 잘 느끼는 성격이라 항상 새로운 것을 갈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의 떡이 항상 커 보이고 새로워 보였던 것 같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은 더욱더 신날 거야. 그 길을 잘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했기에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직업을 갖기 위해 전문성을 목적으로 했다면 지속적으로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직업이 되었다면 아마추어보다 더 디테일에 신경 써야 했을 것이고, 즐기지 못했을 것 같다. 디테일에 강하지 못하면 돈을 못 버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김연아 선수도 처음에는 즐거워서 가볍게 시작했겠지만, 프로 선수가 되고서 하는 일들을 매번 즐겁게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제가 연아 선수 뇌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제이영 피셜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의 현재 주된 취미는?

 

동양인을 찾아보시길 (출처 : @osiquidditch)

 '누군가 너 쉬는 날에 뭐해? 니 취미가 무엇이니?'라고 나에게 물어볼 때, 요새 말하는 취미는 ‘퀴디치’이다. 퀴디치는 해리포터 소설에서 나온 가상의 퀴디치인데, 덕후들이 실제 스포츠가 가능하도록 현실에 맞게 룰을 만들어냈다. 내가 처음 퀴디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친구 따라서 였다. 그리고 ‘독특해서’ 왠지 그 운동을 하면 나도 특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상 가보니 웬만한 운동보다 힘들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운동하는 2시간 동안은 현실의 모든 걱정을 떨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노르웨이와는 아무 연고도 없던 나에게, 퀴디치는 노르웨이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친구를 소개해주었고, 미국과 노르웨이 둘 중 가성비를 따지던 나는 결국 노르웨이로 왔다. (이래서 사람이 취미를 가져야 한다!!) 현재 나는 노르웨이에 온 여기서도 일주일에 두 번, 많으면 세 번까지 퀴디치를 하러 간다.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는 퀴디치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다. 


 한국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동안에 나는 학생들에게 보통의 선생님이 아닌 ‘퀴디치 하는 별난 선생님’이었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월급이 얼마인지.’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떠한 대학을 졸업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에 대해 설명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사족으로 나는 소개팅에 나간 남자가 자신에 관한 애기를 어디 출신이고, 어디 대학 나왔고,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애기를 먼저 하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미에 관한 대답은 그 사람이 현재 관심 있는 것,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 줄 수 있는 사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퀴디치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수식어이다. 퀴디치는 사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덕후들만 하는 운동 같지 않은 운동이라는 편견의 시선이 많다. 그럼에도 이걸 하는 사람은 개방적인 마인드가 있음을 나타내고, 럭비와 비슷하게 거칠게 운동을 하기 때문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영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이 드러나고, 해외 퀴디치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 혹은 낯선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즉, 사교성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퀴디치라는 렌즈를 통해 본 나는 개방적이며, 운동을 좋아하고, 사교성이 좋다!



전문적이지 않으면 어때. 즐거우면 됨 ㅇㅇ.

취미를 가짐으로써 당신의 삶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세요! 출처 : 인사이드 아웃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취미를 갖는 사람, 자기 직군에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단체에 가입해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 자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군과 관련된 취미를 갖는 사람 누구나 취미에 대한 목적은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의 의미는 전문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즐거운 것이다. 취미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피곤해서, 자기 계발도 할 시간도 부족해서 라는 말로 취미를 사치라고 생각해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현실의 걱정들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내가 못하더라도 즐겁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낮을수록 좋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며, 숙련도와 상관없이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취미는 나를 내가 생각하지 못햇던 다른 삶의 국면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취미를 통해서 나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자신의 몰랐던 재능이나 흥미를 발견하거나, 일을 할때 느낄 수 없었던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치 않는 직장에 다니고 있더라도 숨을 트일 수 있는 모두가 자기의 취미 하나씩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분에게 취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다음 주자인 원영님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에세이 86] 빗속에서 춤을 추자


한 살을 더 먹는 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요

[에세이 85] 지독한 멀미를 멈추는 법


2020년 12월 31일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에세이 84]  편한 얼굴에 흔들림 없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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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저너리는 일론 머스크를 만나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다 같이 우주여행을 가자며 출발한 비영리 소모임(이자 우주 먼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와 팟캐스트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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