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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an 20. 2020

[에세이 84] 편한 얼굴에 흔들림 없는 눈

[여니의 크루에세이] 2020년 12월 31일 나의 모습은?

12월 31일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른을 맞이할까.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한 모습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타는 모습이 깊게 뿌리내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편한 얼굴에 흔들림 없는 눈을 하고 있기를.




올해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투두 리스트의 계획을 크게 세우지 않았다. 나의 인생 모토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어떤 계획을 세워왔다. 크게는 커리어 계획부터 작게는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계획까지. 물론 계획대로 인생과 나의 하루들이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망했다며 축 처져 있다.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 나의 모토를 새삼 떠올리곤 "그래. 인생이 원래 돌발상황이지 뭐!" 하며 넘겨 버리고 또 다음 계획을 짜곤 했다.


모토 중 전자의 '하루하루는 성실하게'는 그렇게 살았다 자부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후자의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는 그 말 그대로 산다기 보단 계획을 세우되 실패했을 때 조금 더 부드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말이었다. 내가 만든 말이 아니라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서 빌려 왔던 인생 모토기에, 나만의 해석을 더했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말 그대로의 의미가 와 닿기 시작한 요즘이다. 되는대로 라는 단어 앞에는 '자연스럽게' 혹은 '흘러가는'과 같은 말들이 가장 잘 어울린다.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 이후로 끊임없이 나를 찾았고, 그동안 이룬 것과는 별개로 나의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나답게', '나의 속도대로', '나의 모양'을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고 아파했던 게 과연 정말 나다웠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틀린 건 아니지만 내 해석을 충분히 더하지 않은 채 그 단어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지 않았을까. 뼈 아프지만 나는 현재의 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리며 수반되는 고통을 나다움을 찾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요새 내가 깨달은 나다움이란 건, 무엇을 행하든 애씀이 없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계속 역풍이 불고 에너지를 자꾸 쥐어 짜내야만 한다면 진짜 나답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즈음 되돌아보려고 한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다. 힘들지 않길 바라는 건 아니다. 정말 나 자신과 일치하는 길이 맞다면, 힘들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자연스레 충전이 될 테니까. 어쩌다 보니 한 해가 바뀌는 시점에 이런 생각들이 스며들어, 올해의 키워드는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이 될 듯하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괜찮다. 이렇게 조금 더 깊은 나다움의 의미를 몸으로 마음으로 익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그리고 그 끝에 나는 편한 얼굴에 흔들림 없는 눈을 하고 있었으면 한다.


마침 자연 그대로인 제주에서 마치는 글



다음 타자인 정인님께 던지는 질문!

한 살을 더 먹는 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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