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의크루에세이08]2020년은 나에게 어떤 해가 되었으면 좋겠나요?
첫 번째.
"주임님은 참 물 같은 사람이에요.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아도 자연스럽게 담기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회사에서 내가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나의 보스는 별자리(점성술?)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회사분들의 별자리를 봐주셨다고 했는데, 우연찮게 나도 기회가 되어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열심히 경청하고 이것저것 질문을 드렸었다.
"음.. 상처 받는 거 싫어하고 상처 주는 것도 싫어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이해심도 높고 좋아요.
하지만 물이라는 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고,
이게 악화되면 마음속에 염세적인 구석이 생길 수가 있어요."
나에게 하시는 말씀마다 어쩜 저렇게 맞는 말만 하시는 건지
왜인지 모르게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스레 부끄러웠다.
그래. 내 마음의 강은 평안할 땐 한 없이 평안하다. 특히 마음의 강물에 따듯한 봄바람이 스칠 때는 호흡하는 온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한 없이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만이 든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그 자체로 너무 반짝이고 소중하니까! 모르는 사람이어도 달려가서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스치는 그 어느 때였다.
햇살이 비쳐도 쓸쓸한 그 느낌. 그럴 때마다 강물 속 작은 소용돌이가 폭풍이 되지 않길 기도하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했다. 이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해 달라고. 어쩔 땐 이런 온도차가 스스로도 너무 어이가 없어 그냥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때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사를 되뇌며 다시 활짝 웃으며 즐겁게 임할 수 있길 기다리면서.
흔들리는 풍경은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 되고
다가오는 폭풍은 그저 또하나의 노래가 되네.
두 번째.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기.
작은 실패와 성공에 너무 아파하고 기뻐하지 말기.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더욱더 잘하고 싶다. 이왕 하는 거 대충 하는 건 지독하게 싫고 일로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더더욱이 싫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람인 것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맘 때쯤은 한 해를 돌아보며 다들 새해 목표를 정한다지. 연말까지 휘몰아친 많은 일들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다 내린 결론은 바로 위에 큰 글씨로 적혀있는 문장.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기'이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로 인해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바뀌어지는 과정들이 주를 이룬다. 그 과정이 화기애애할 때도 있지만 분명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면 순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회의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용보다 비언어적 태도에 더 신경이 쓰일 때가 많았다. 찬 공기가 느껴지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앉아 있는 그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또한 그저 그때의 충돌은 피하려는 요령으로 그리고 나에게 실시간으로 돌아오는 반응들이 두려워 에둘러 말할 때도 있었다. 내 마음의 온도차는 이럴 때마다 조금 더 할 수 있는 일도 스스로를 가두어버려 안 되는 일로 치부하곤 했다.
그래서 프로(Pro)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무섭던지.
여전히 일은 어른들의 세계 같고 내 업무 능력이 잘났든 못났든 나는 여전히 어른인'척'하는 꼬맹이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노숙한 복장으로 나의 흔들리는 멘탈을 숨겨보기도 하고 가면을 써보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그때일 뿐이었다.
감사하게도 나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프로'라는 것을 스스로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나에게 제일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조금 더 굳건한 마음가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조금 더 평온하게 받아들이며 나의 생각을 흔들림 없이 펼칠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 서로가 다를 때도 있지만 너그럽게 합을 맞춰가며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응원하며 나아가는 것.
그리고 사람으로서도 조금 더 성숙해지려면 이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는 내 마음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더욱더 생긴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말이다. (다들 제가 많이 사랑해요! 알죠?!)
세 번째.
2020년은 나에게 어떤 해가 되었으면 좋겠나요?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세요.
원래 이 글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었는 것을 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글의 형식을 이렇게 잡은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그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색하다. 글쎄..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잘했어. 너무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문장만 머릿속에 천천히 떠올랐다.
분명 쉽진 않을 것 같다. 개복치 같은 나의 성격이, 나의 강물이 또 깨지고 흔들리겠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으니까 아마도 조금은 더 괜찮아지려 노력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분명 노력한 만큼 조금 더 내가 그려왔던 모습에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가는 것에 내 생각을 담는 일. 조금 더 내 생각을 드러내며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치열한 고민을 쏟아붓는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주변 사람들과도 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고 말이다.
"그래! 고생 많았어.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해주고! 행복하자."
한해를 무사히 보낸 내게 해주고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에게 2019년이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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