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저너리 Dec 09. 2019

[에세이 78]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줄리아의 크루 에세이]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언제 인가요?


2019년이 지나가면서 올해 무엇을 했었지 생각을 해보다가,

선뜻 한 가지를 고르기가 어려워 사진첩을 열어서 하나씩 보는 데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언니가 새로 준비하는 미술 학원에 페인트칠을 하던 사진이었는데 언니랑 함께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며 학원을 구상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았다. 



어느 날은 언니가 고민이 있는지 전화가 왔었다.

몇 개월 전부터 지인과 함께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운영에 있어서 의견이 자주 좁혀지지 않아 함께 운영을 하는 게 어렵게 되었다고 했다.  언니는 앞으로 계속 학원 운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혼자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지금 학원을 마무리짓게 맞는 것일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언니가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뒤 내린 결정이라는 게 보였고,

그동안 상담, 운영 업무에 대한 일들은 모두 맡아서 했었기에, 어렵겠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언니를 응원했다.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꼭 돕고 싶었다. 혼자 시작하는 언니와 함께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언니는 설렘 반 불안한 마음을 하면서도 혼자서 차근차근 준비했고

새로운 학원을 시작할 공간을 마련했다! 학원은 주변에 아파트들도 꾀있고 초등학교도 근처에 있어 2층이긴 하지만 위치가 크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최대한 아껴보자는 마음에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해보기로 했고, (사실 인테리어라고 하긴 조금 거창하지만..! 나도 같이 내려가서 페인트칠을 돕기로 했다.



영차영차

처음엔 '생각보다 재밌는걸?'으로 시작해서 점점 '여기를 다 언제 칠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갔지만 그래도 함께 한다는 생각에 언니랑 장난도 쳐가며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근데 벽은 화이트로 했는데 창틀 색이 문제였다. 창틀은 짙은 초록색이었고, 어린이 미술 학원답게 좀 더 밝은 컬러로 바꿔보자라는 생각에 베이지톤으로 결정했다. 창틀에는 페인트를 칠하면 질감이 남으니까 스프레이형 페인트를 뿌리자고 의견을 냈고 그렇게 창틀을 하나하나 떼었지만, 결국 모든 창틀을 칠하는 건 무리고 제일 메인 창틀만 칠하기로 했다. 페인트 칠을 해보면서 느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창틀에 페인트를 그냥 뿌리면 유리창에도 페인트가 같이 묻어서 유리창이 시작되는 부분을 모두 테이프, 두꺼운 종이로 막아주어야 했다. 창틀과 벽이 만나는 부분도 모두 그렇게 테이핑을 해주어야 했고, 벽을 다 칠하고 떼었던 창문들도 씻고 말리고, 창틀 페인트까지 하고 나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 저녁에 되어있었고 우리는 인테리어 업체 직원들처럼 곳곳에 페인트를 묻히고 수산시장에서 회를 사서 저녁으로 맛있는 회를 먹었다..!



여차저차 페인트칠을 하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공간을 만들었으니 새로운 로고가 필요했고, 사장님은 팅커라는 새로운 학원 이름을 생각했다.

생각하는 Thinker라는 의미도 있고 팅커벨처럼 요정 같은 아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로고..!

처음에 얘기를 나누었을 때 타이포가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이미지를 원했고, 첫 번째 시안에서 수정사항을 거쳐 2차 수정까지 해서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로고로 홍보용 이미지도 만들었다.

하지만 원래 전 학원에서 지었던 학원명이 계속 마음에 밝혔는지 사장님은 결국 기존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전 로고도 작업하긴 했지만 폰트를 다듬은 거라 크게 내가 한 일이 많지는 않았다. 전에 했던  작업들이 아쉬웠지만.. 운영하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 사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했다면 억울했을지도 모른다..!ㅠ_ㅠ


실제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만든 인스타 홍보용 이미지
1차  2차  현재!


그렇게 어글리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반년 정도 지난 지금 학원은 엄청나게 잘되어서 학원생이 넘쳐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원생도 늘어가고 이름을 알려가는 중이다. 그리고 낮에는 아이들 수업이 있고 저녁에는 어른들을 위한 수업이 있는데, 주변 친구들을 많이 영입해서 저녁 수업에 같은 학교 동창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중이다..! 종종 학원 계정 인스타그램 사진에서 친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친구들이 미술수업을 설레 하면서 기대하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함께 고민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언니는 지금도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수업사진, 아이들 사진을 올리고 있고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는데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모습이 멋지고 응원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힘들기도 하고 불안한 순간들이 있지만 그걸로 끝인 순간들은 없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연속이 있을 뿐이었다. 2020년에는 그런 마음으로 모든 일에 더 담담하게 해 나갈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현재 학원 모습


아이들 그림은 참 사랑스럽다!



[에세이 77]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언제 인가요?.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언제 인가요?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에세이 77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지난 한 달, 스스로를 너무너무 칭찬해주고 싶은 사소한 일은 무엇인가요?

[에세이 76. 일상 속 길어 올리는 작은 성공들의 힘]


•이번 한 주, 하루에 한 번씩, 마음속에 감사한 일을 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에세이 75. 일상 속의 작은 감사]


•지난 한 주,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나요?

[에세이 74. 어제 나는 부분적으로 죽고 말았다]






* 글을 읽으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덧글로 살짝 남겨주세요! 크루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비저너리는 일론 머스크를 만나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다 같이 우주여행을 가자며 출발한 비영리 소모임(이자 우주 먼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와 팟캐스트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 커피값 후원 : 신한은행 373-04-247722 (오윤선)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77]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