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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Dec 02. 2019

[에세이 77]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미셸의 크루 에세이 08]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지난 주말, 책상에 앉아 아쉬워하며 

달력 한 장을 뒤로 보냈다.

숫자 1과 2가 큼지막하게 쓰인 종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짧지만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은박 스크래치를 긁자 눈앞에 놓인 문장 하나가 

쿵하고 마음에 떨어졌다.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냐는 질문은 

이미 마음에서 지워졌다.



그보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를 시험대에 세웠다.



'올해 마지막 세일'은 아껴두었던 통장 잔금도 

한 번쯤 고민해보게 한다.

'마지막 열차'는 느긋했던 발걸음도 

약간의 불안과 간절함으로 바꾼다.

'올해 마지막 모임'은 왠지 모를 애틋함을 주고,

'마지막으로 보게 될지 모르는

(즉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들은 

짧게 나마 쌓인 정을 아쉬움과 감사로 탈바꿈 시킨다.



그런가 하면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라고 

나에게 변명하고, 허락을 구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다짐과 기대, 더 잘 해보고 싶은 욕심들이 

꿈틀꿈틀 마음을 채운다.



그래도 어쨌거나 수많은 '마지막의 순간들'은 

우리를 더욱 더 현재에 집착하게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은 내 젊은 날의 가장 끝자락이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 순간이기에.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그래서 그 뒷 문장을 다시 읽어 보았다.


헌데 이번에는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라는 질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앞 단어가 발목을 붙잡았다.



되돌아보면, 2019년 내게 '올해'는

과연 마무리가 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굴곡 깊고 긴 롤러코스터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곤란할 때나,

좌절했다가 다시 털고 일어서 감사할 때나..

모든 감정들이 다채롭게 1년 안에 가득가득 했다.



(그래서 아래 내용들은 TMI일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고 떠나라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년을 채우지 않고 첫 회사를 떠나며 

후련함과 불안한 설렘을 모두 느낀 때가 있었던가 하면,

처음으로 컴퓨터 언어를 배우며 

아주 작은 희열들을 쌓아가기도 했다.



파이썬이라는 언어의 기초의 기초를 배우며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이 이렇게 꼼꼼성을 요구하고,

엉덩이 싸움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 깨달아서 

조금 더 실무 속에서 데이터를 보고자 했고,


어렴풋하게나마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CEO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갈래 중 하나로는 세일즈다! 컨설팅이다! 하며 

관련 직종들을 찾아 헤맸다.



그래서 실제로 데이터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은 후에 이 기술을 활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데이터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다는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에 아주 잠깐

세일즈 우먼이자 모바일 광고 컨설턴트로 조인했다.



하지만 그 방황기가 

그렇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 지금까지 왔다면

아주 블링블링하고, 삶이 평화로워 

남들이 읽기에 재미 없었겠지^^..!


요 얄궂은 인생은, 특히 2019년은,

나에게 어디 헤쳐나가 보라고 시련을 던져주었기에 

길고도 길었다.



빠르게 조인한 곳에서는 

매일 1시 전에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다양하게(?)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실감했고,


실제로는 신입인데 경력직으로 덜컥 뽑힌 만큼 

나에게 기대해주시는 왕관의 무게와 

내 실력 차이에서 오는 괴리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온갖 것들을 시도는 하나,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몰래 찾아와준 불면증이라는 친구와^^

(별로 반갑지 않은데^^..) 날을 지새우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는 나도 든든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서

우스갯 소리하며 일단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점심도 걸러가며 컴퓨터 앞에서

나와의 싸움을 지속하고

주어지는 것들은 다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엄밀히 말해 '경력직'은 아니라는 것을

'진짜 경력직 분들' 틈바구니에서 

깨지고 부딪히며 깨달았다.


그러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 풀릴 줄을 모르니 

신기하게도 몸으로 신호가 와버렸고,


여러저러 사정들과 상황들을 종합하여

짧은 시간이지만 정 들었던 곳과는 이별을 했다.



아무튼!


그래서 아주 잠깐이지만,

2019년 직전 회사에서 보낸 

세 달의 시간은 아주 강렬했다.


아주 집약적으로,

삶과 나만의 우선 순위,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

내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태도 등 

모든 것을 치열하게 깨달으며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처음으로 10월을,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미셸은 미셸 씨를 좀더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고마운 말씀을 해주신 경력직 동기분의 말씀을 마음 한 가득 안고, 힘겨운 과정 속에서 술을 마시러 기꺼이 달려와준 고마운 언니와의 대화 속에서 힘을 얻고,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온라인 수업 속에서 만나 뵌 문우분들께 받은 칭찬들과, 나의 떠남을 진심으로 아쉬워해주던 동료들의 따뜻한 인사와 아쉬움이 가득한 손짓들로 마음 구석구석을 보듬었다.



마음과 몸의 건강을 다시 찾으려고

지난 한 달 간,


나는 명상을 배웠고,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여행을 다녔고(무려 2년 만에..ㅋㅋ),


운동을 하며 변화되어 가는 나의 모습들,

아주 작은 변화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드디어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되었고,

나에게 샘솟는 사랑을 

주변에도 편안하게 나누어줄 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발버둥치며 애썼기 때문에 

얻어왔다고 생각했던 여러 것들이

결코 나의 노력만은 아니었음을,


부족한 나에게 베풀어주고 보듬어 주며 기회를 주었던

주변의 모든 사람들 덕분이었다는 겸손을 

아주 조금 더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돌아돌아 

내가 받은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보고자 한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그동안 너무 거창하게 살려고 했다.


그 모든 것을 올해는 내려놓으며 

나는 올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


물론 성격상 '문샷!' '더 크게 생각하기!'와 같은 

기본 골조는 잘 안 바뀔 것 같긴 하다.


여전히 우주 여행은 가고 싶고,

우주 여행을 나 혼자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 

다함께 가보았으면 좋겠기에

나는 아마 평생에 걸쳐 그 방법을 찾으려 

꿈틀거리고, 헤맬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우연들이 주는 감사와

일상들이 선사해주는 소소한 기쁨들과 행복을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곁에서 나의 슬픔과 기쁨들을 함께 지켜봐주며 

지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의 온기와 사랑을

올 연말에는 하나하나 마주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12월 한 달은 그래서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못 만났던 인연들과 직접 마주하느라 또 아주아주 바쁠 것 같지만^^


26년 인생 처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감사로 편안하고 충만하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이 평화와 안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꼭 붙잡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의 나는

현실을 직시해, 현재에 머물고,

매사에 감사하며 2019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19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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