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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Feb 03. 2020

빗속에서 춤을 추자

[줄리아의 크루 에세이]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저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유치원 때 일기장에 쓰인 꿈은 개그맨이었다. 요즘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유튜버가 많다고 하는데

내가 어릴 땐 그래도 주변에 종종 대통령이나 축구선수 같은 꽤 다양한 꿈들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꿈에 대해 비웃거나 평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뭔가 나도 이제 그저 어리다고만 할 수 없는 나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뭔가 모를 불안한 감정들이 생겼다. 얼마 전 지금은 이직하신 회사 팀장님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던 분이기도 하고 하고 가끔 밥 먹으며 얘기하는 시간이 즐거워서 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40대 중반 정도에 들어선 팀장님이 본인도 이제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고 놀랬다..! 내가 알던 은퇴는 60대쯤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은퇴 나이가 내려오기도 했고 디자이너는 더 수명이 짧아 팀장님도 은퇴 후의 삶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를 나누고 갑자기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노후준비, 결혼, 연금, 제2의 직업, 적금, 우리 부모님은?... 온갖 현실적인 질문들이 들었고 지금 모두 다 완벽히 계획하기엔 버거웠고 그럴 수 도 없었다.




불안한 감정들은 꿈을 위해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새해가 밝았고 나도 올해 계획과 목표를 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내 꿈이 뭐였지..? 


사실 언젠가부터 내 꿈이 현실적이고 이룰 수 있는 것들일까 하는 마음에 꿈꾸는 것도 스스로 검열하게 되었다. 지금 내 상황에 맞는 꿈일까? 내가 이런 목표를 말하면 듣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어릴 때부터 미술 시간이 즐거웠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지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과 디자인을 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생각해보면 시작할 때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던 것 같다. 그림 그릴 땐 그림 그리는 행위가 즐거웠다.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해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디자인할 때는 어떻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피드백이 안 좋으면 어쩌지? 항상 좋은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변에 디자인 전공을 하신 분들 중에도 이런 이유들로 본인이 디자인을 즐기며 하기엔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은 취미로 남겨두고 다른 길로 가시는 분들도 꽤 보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온갖 현실 적인 부담, 긴장이 쌓이면 좋아하는 일이 즐겁지가 않게 된다. 하고 싶어도 못 그려내는 상황이 생긴다. 


꿈을 대할 때는 그림을 그릴 때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있는 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꿈 자체가 목적이 되면 힘들어진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즐겁지가 않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불안해서 만들었던 꿈이라는 포장을 한 성취, 목표들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했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꼭 이뤄내야만 행복할 수 있고 지금의 불안을 떨쳐낼 수 있다고 믿으면 조급해진다.


내 꿈은 내 삶의 부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거나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조금씩 노력해보자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는 무언가를 이루자는 성취보다는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ife isn'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Vivian greene-





여러분은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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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저너리는 일론 머스크를 만나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다 같이 우주여행을 가자며 출발한 비영리 소모임(이자 우주 먼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와 팟캐스트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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