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지난주,
하비에르에게 '지금 이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넘겨받았다.
지금 이 시기라고 하면 코로나로 온 지구가 뒤숭숭한 이 시기일까. 잠잠해지려나 싶을 때 크게 한 번 터지더니, 세계로 번진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나부터도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이다. 어영부영 고양이 세수 후 출근을 외치고, 나갈 땐 지갑보다 마스크를 먼저 찾고, '코로나 잠잠해지면 보자.'가 안부 인사인 일상. 나에겐 나와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삶의 모양이 조금 달라졌을 뿐,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누군가는 생사를 가르는 최전선으로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내가 추천할 수 있는 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저런 책을 떠올리며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생각해보았지만 결국 이 시기에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가장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이면서도, 이 시국에도 내가 읽는 책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에세이, 라이프스타일에 관련한 책을 읽는다. 세상은 요지경 속에서도 최대한 평소처럼 내 일상에 집중하는 게 이 시기를 대처하는 나의 방식인 셈이라고 할까. 잘 자고, 잘 먹고, 집에서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외부의 수많은 일로 조금 소홀해졌던 나를 돌보는 요즘이다. 그런 내가 요즘 번갈아가며 아껴 읽는 책 두 권을 가져왔다. 한 권은 아틀리에 드 에디토에서 출판한 <문장 수집가>,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룬아 작가님의 <취향집>이다.
문장수집가
<문장수집가>는 아틀리에 드 에디토라는 에디터 레이블에서 출판한 수집가 시리즈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문장들로 이루어진 문장 집인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그리고 그 문장들은 모두 'Love yourself.'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Love yourself, 이제는 너무 클리셰 같은 말이면서도 여전히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싶다.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 그 자체인 만큼, 이 책은 한 번 펼쳤을 때 많이 읽을 필요도 없다.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면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건, 읽고 계속 되뇌고 곱씹어보며 내 생각을 연결해보는 것. 그러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나는 책의 가이드에 따라 랜덤으로 한 페이지씩 펼쳐서 읽는데, 같은 페이지를 펼치게 되는 날도 좋다. 문장은 파도에 쓸려가 없어져 버리는 모래성 같다가도, 계속 새기다 보면 또 그렇게 진짜 나의 성이 되기도 하니까. 오래도록 좋은 문장들을 마음에 가져갈 수 있는 책이다. 아직까진 표지의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No need to be yourself. No need to sparkle.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self.'
취향집
<취향집>은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라는 부제 하에 여러 브랜드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오르에르, 앙봉꼴렉터, 티컬렉티브, 이라선 등 저마다 뚜렷한 색을 지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이야기를 오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건, 그냥 좋아했던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그 브랜드가 입체적으로 좋아졌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감정이 한 층 더 진해지는 근거가 생겼다고 할까.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관계를 맺어나가듯, 브랜드 역시 나의 경험 플러스 브랜드 이야기가 더해질 때 조금 더 돈독한 관계가 된다. 알고 있던 브랜드는 조금 더 가까워지고 몰랐던 브랜드는 새로이 알아가며 결국 내 취향을 다지게 되는 책이니 <취향 집>이라는 제목, 참 적절하다.
더불어 온전히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싣기보단 인터뷰어인 룬아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곳곳에 녹아있던 게 이 책이 좋은 또 다른 포인트다. 내가 밑줄 친 부분은 인터뷰이의 이야기 반 그리고 인터뷰의 앞뒤, 중간중간에 붙어있는 룬아 작가님의 짧은 글 반이었다. 룬아 작가님의 시선으로 전하는 브랜드에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특유의 톤으로 전하는 따뜻한 지지의 메시지까지 빠짐없이 좋았기에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포토그래퍼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사진도 찍었다 하니, 여러 의미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어찌보면 시국과 동떨어진 소소한 주제들의 책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나와 나의 일상의 일부다. 불편함 속에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오늘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일상을 응원하며, 다음 타자인 정인님에게 넘기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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