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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Apr 13. 2020

[에세이 96]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최근에 사랑하게 된 무언가가 있나요?


최근에 사랑하게 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 한 10초쯤 자신이 있었다. 나의 삶에서 모든 게 지루한 권태기, 삶이 잘 풀리지 않는 슬럼프는 있었어도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질문을 찬찬히 생각해보니 아차 싶었다.

"나 요즘 뭘 사랑하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의 일상이 특별하게 힘들다거나 삶의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갑자기 샘솟던 사랑이 사라진 걸까



우울한건 아닌데, 이건 내 얼굴 맞아




꽤 예전부터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던 “Monthly favorite” 콘텐츠는 말 그대로 이번 달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 습관, 장소 등을 공유하는 콘텐츠이다. 이번 달에 혹은 이번 분기에 내가 사랑하게 된 것. 그 제품 혹은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제품을 영업하기도 하고 삶의 단면을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소위 “Weekly favorite”을 찍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번 사랑하는 것이 넘치던 사람이었다. 그 사랑이 오랜 취미나 취향으로 굳어지진 않을지라도 그 관심이 드는 동안 터지던 에너지까지도 사랑했었는데, 요즘사랑이 쉽지가 않다. 





사실 최근 들어 이런 질문을 받은 것이 이번만은 아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심지어 각각) ‘요즘 어떻게 지내’를 시작으로 제일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쉽게 말해 뭐에 미쳐있는지를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요즘 별거 없어’라고 대답하면서 서로가 의아했다.

내가 요즘 이렇게 건조하게 살았구나 하는 스스로의 생각과 믿을 수 없다는 친구들의 반응. 사실 오랜만에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주에 몇 번씩 만나도 내가 요즘 사랑해 마지않는 것에 대해 보따리를 풀어내는 관심사 영업왕이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남도 나도 스스로가 어색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질문은 ‘내가 최근에 사랑하게 된 것’ 에서 내가 최근에 사랑하지 않는 이유’로 변해갔다. 그리고 지난 한 주 동안 그 이유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로또번호만큼 궁금했다.



앓다죽을 나의 사랑 욕조



그렇게 주말까지 고민을 미루고 미루다 금요일 늦은 저녁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서 문득 들었던 생각. 거기서 의외의 답이 나타났다.


원래 ‘한 달의 마무리는 대중목욕탕에서’ 라는 나만의 의식을 가지던 내가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목욕탕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가장 그리웠던 것. 필요했던 것은 바로 ‘욕조’였다.

근데 이게 참 스스로도 이상한 것이 나는 그 욕조를 이미 두 달도 넘게 전에 선물받았던 것이다.
한 3년쯤 전부터 (사실 그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욕조 욕조 노래를 부르는 내 성화에 못이겨 가족들이 생일 선물로 준 욕조.

그럼에도 그 욕조가 우리 집에 없는 것은 내가 아직도 주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왕 사는 욕조니까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걸 고르겠다고.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마음으로 (엄두를 낼 수 없는 가격의) 워너비 욕조와 가장 비슷한 욕조를 찾다가 바쁜 일상에 묻혀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이 욕조에 대한 상념의 시작은 샤워를 할 때 부터 주말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최근 내가 사랑하게 된 것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자주 하는 습관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껴두기.


매년 친구를 보러 가던 발리도,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하는 러닝이나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위한 쇼핑 아니면 새롭게 도전해보고싶던 원데이 클래스, 운동, 영화 등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다 미루고 아끼는 내가 보였다.


최근 일이 바빠지고 맡은 사업 범주가 넓어지면서 피로감은 쌓이면서도 언젠가 제대로 풀어야지 풀어야지 하던 것이  그 '언제'를 찾지 못하고 쉬면서 유튜브 보기, 밀린 숙면 정도로 대체하며 살고 잇었다는걸 내 스스로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것이다.


사실 이걸 깨달았다고 해서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주말을 시시콜콜한 유투브를 보고 밀린 숙면을 채우는 것으로 보냈으니까.

하지만, 여니님의 조언처럼 ;무엇을 사랑하고 싶은지' 찾는  주를 보내봐야지.그리고 다음  쯤에는  '사랑' 위해 주말 반나절쯤은 비워두고 미뤄왔던 것들을 만나봐야겠다.


그러다보면 매주는 아니어도 한달에 하나씩은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살금살금 자기 주장을 펼치며  삶을 간섭하지 않을까?







1분기 동안 겪어보니 사랑만큼 미루기 쉬운게 없더라구요, 저처럼 아끼고 미루다가 옆구리가 헛헛해지기보디는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잊지 않고 가보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타자 줄리아에게 묻고 싶어요



 에로스의 화살을    사용할  있다면 누구에게 사용하고 싶나요?



지금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에세이 95] 시국이 시국이지만


•무엇이 당신의 일상을 웃게 하나요?

[에세이 94] 내가 잘 웃게된 이유


•보통의 일상 속 새로움을 발견한 적이 있나요?

[에세이 93]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만나


지난 일상 속 어떤 소중한 순간들이 기억나나요?

[에세이 92] 울지말고 일어나 빰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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