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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n 09. 2020

[에세이 104] 벌써 2020년이?!

[하비엘의 크루에세이 11] 지난 반년 동안 무얼 가장 많이 했나요?

 "응?!"

지원님의 질문을 보자마자 노트북 바탕화면에 띄워져 있는 달력부터 확인했다. 그렇다 벌써 올해도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원래도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바깥 활동이나 사람과 약속을 잡게 되는 일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더더욱 날짜 개념이 사라져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갔어?라는 나의 반응을 살펴볼 때 그만큼 올 한 해를 바쁘고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뭘 했다고 벌써 6월이지?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나는 지난 반년 동안 무엇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올해는 시작부터 나의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며 아주 순조롭게 시작됐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신년맞이 카운트 다운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다. 사람이 북적거릴 정도로 정신없는 장소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하비엘의 일대기를 돌아볼 때 2020을 한 번 의미 있고 뜻깊은 연도로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며 함께 2020년을 맞이했다. 


2020년 1월 1일,  진짜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또 다른 버킷 리스트 하나를 달성했다.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운 좋게 교환학생 중에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미원 같은 조미료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나는 디지털 마케팅 팀에 배치가 됐다. 마침 기업이 타겟층을 기존의 부모님 세대에서 젊은 층으로 바꾸게 되면서 여러 가지 콘텐츠들을 공격적으로 실험하는 단계에 있었는데 덕분에 나도 내가 기획하고 싶은 콘텐츠를 실컷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라는 걸 알아가려는 중에 어느 날 팀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자카르타도 봉쇄되고 상황이 좋지 않은데, 졸업을 하고 다시 돌아와”


그림 속 내 모습도 너무 행복해 보인다.


비로소 일을 하면서 즐겁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너무 아쉬웠지만 도시가 봉쇄되고 나면 그때는 한국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수천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확진자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오히려 그곳이 안전하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보다 차라리 거기서 경험하며 하나라도 배우는 게 축복받은 일이라고 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은 이미 의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서 확진자들을 너무 잘 찾아냈던 것이고 반대로 내가 지냈던 곳은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는 한국에 돌아왔고 1년 만에 복학한 대학교를 온라인으로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내 대학생활 마지막 학기는 캠퍼스에 가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되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반년 동안 가장 많이 한 무언가를 꼽으라고 했을 때 머리에 딱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굵직한 게 없다. 2020년을 의미 있는 1년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굵직한 선을 그리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는 작은 점들만 찍혀있다.


 지원님의 질문 덕분에 2020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드는 생각 하나, 살아가는 게 참 예측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대학교 새내기였던 내가 과연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집에서 보내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을까. 

 

그런데 내가 새해를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맞이하게 된 것처럼, 해외에서 일을 시작했던 것처럼 바라고 기대하면 적어도 몇 가지는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인생에서 코로나와 같이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주 크지만 그 속에서도 어느 정도 계획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계획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마냥 흘러가는 대로 살기에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기도 손 놓고 있기보다는 곧 찾아올 기회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는 중이다.


다음 질문입니다.

지난 반년 동안 새롭게 만난 인연이 있나요?



가족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에세이 103]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아내이고 싶나요?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왜 선택하지 않을 건가요?

[에세이 102] 우리의 행복이 두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문득 어떨 때, 아빠 혹은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나요?

[에세이 101] 내가 근수저인 이유


나는 어떤 가족을 만들고 싶고, 왜 그런가요?

[에세이 100] 아빠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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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저너리는 일론 머스크를 만나 인터뷰하러 가겠다고, 다 같이 우주여행을 가자며 출발한 비영리 소모임(이자 우주 먼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와 팟캐스트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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