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링의 크루에세이 03]
- 2018 월간 윤종신 9월호 '기댈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ocrCHbfY1k
인간은 본디 완벽하지 못한 존재다. 그렇기에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과학기술로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자신을 완벽하다고 착각하는 시기가 존재한다. 어쩌면 이 점이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근거가 되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는 부족함. 나도 그랬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학교 밖을 나가서 비선형적인 상황들에 부딪히니, 내가 사실은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좀 더 성장한 거다. 나의 불완전성을 드디어 깨달은, 데미안의 알을 깨고 날아간 새 정도의 존재가 됐다. 그러자 세상에 세 종류의 사람이 보였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지한 후 혼란에 빠진 사람,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극복한 사람.
나에게 윤종신 '기댈게'의 화자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극복한 사람이었다. 나 혼자 모든 걸 다 이루고 세상과 맞서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는 연대의 세상이라는 걸 등을 맞대본 후 깨달았다. 그리고 연대가 주는 편안함을 당연하다고 여긴 게 아니라, 살짝 뒤돌아봐 나를 편안하게 해준 그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낄 줄 알았다.
비록 개개인이 자기 허리를 자력을 세울 정도의 완벽한 능력은 없지만, 등을 맞대 기대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는 팀을 꿈꾼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모든 관계에서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기꺼이 타인에게 기대는 사람들과의 팀. 그러기 위해선 기댈 용기뿐만 아니라, 타인이 나에게 기댈 수 있는 넓은 등을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널 지켜볼게 혹시 지쳐 가는지/어떻게 항상 행복해/미울 때 지겨울 때도/저 깊은 곳에 하나쯤 믿는 구석에/웅크린 채로 견뎌"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내 주변인들에게 이 말이 닿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