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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an 28. 2019

[에세이 35] 2019년,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크루에세이 시즌 2 - [하비엘의 크루 에세이 04] 

 벌써 2019년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1년이라는 시간은 매년 같은 365일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교복을 입고 싶어서 중학생이 되고 싶었고 회원가입을 할 때 부모님의 동의를 받고 싶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항상 운동장을 차지할 수 있는 고학년이 되고 싶었고 수능을 끝내고 대학생이 되고 싶었지만 그 시간들은 정말 느리게만 흘러갔다.  

 

 하지만 지금은 1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먹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왜 그렇게 어른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한 두 살 나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셨는지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작년에 치렀던 것 같은 수능이 벌써 수년 전의 일이고 20살이 됐다는 묘한 기분 좋음을 느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더 이상 한 해 한 해 흘러갈 때 마냥 기분 좋지는 않다.

 

 이번 일 년도 작년과 달라진 게 크게 없는 내 모습을 보게 될 때 답답하고 화가 나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신년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그렇게 최근 몇 년간 반복되는 굴레로 지내왔던 것 같다.

 

 신년 계획은 세우지 않지만, 신년 맞이 방청소는 한다. 방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내가 제대할 때 노트에 끄적여 둔 28살까지의 로드맵을 발견했다. 하고픈게 정말 많았던 20대 초반에 21개월이라는 군 복무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 전역하고 사회에 나가서는 그 누구보다 미친 듯이 질주하리라 다짐했었던 모양이다. 


청소를 하다가 찾은 반가운 노트. 세워 둔 목표에 비해 나의 노력들이 많이 부끄럽지만 올해부터 다시 시작이다

 제대하기 전 마지막 휴가 때 그 들끓는 열정을 가지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삼촌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사업을 배우고 싶으니 무슨 일이라도 시켜만 주시면 해보겠다고 부탁드렸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대로 일을 배워나가면 이제 나도 성공한 자기 계발서의 저자들이 언급하는 사례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내 모습이 많이 불안했고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복학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 우선 졸업은 하자라는 생각에 학교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나의 시선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고, 창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6개월간 치열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제 나도 사업을 시작하고 오랜 기간 학교로 돌아올 일은 없다는 부푼 기대감으로 자신 있게 휴학을 신청했지만, 6개월 뒤, 나의 현실은 남들보다 한 학기 뒤쳐진 복학생이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내가 그려 둔 인생의 로드맵은 잊고서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다. 아주 가끔씩 지금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면 ‘이대로 사는 게 뭐 어때?’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우연의 일치였는지, 창업을 지원하고 투자해주는 기관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하긴 했지만 한 사람을 뽑는 면접장에 무려 15명에 달하는 사람이 도착해있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새해부터 그곳에 출근하고 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당시 면접관 분들이 내게 해주신 말씀은 바로 ‘장헌 씨는 스토리가 이어졌네’라는 말씀이셨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어서 발버둥 쳤지만 결론적으로는 내 삶을 남들보다 늦어지게 만든, 실패였다고 생각했던 그 일들이 그나마 나를 남들과 다르게 만들어주었고 내 정체성을 갖게 해 준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 “미래를 보면서 (인생의) 점들을 연결할 순 없다. 오직 과거를 돌아봐야 점이 연결된다.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 믿어야 한다. 여러분의 배짱, 운명, 인생, 인연 등 여러분에 관한 모든 걸 신뢰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결코 날 실망시킨 적 없다. 이 방식은 내 인생을 크게 바꿔 놓았다.” 


 말이 길었지만 난 올해도 점을 찍는 데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래서 나의 올해 신년 계획은 최대한 다양하고 도전적인 일들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적인 것 중 현재 가장 구체적인 계획은 인도네시아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다. 그 점이 지금의 점들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스티브 잡스 말처럼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 믿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019년을 마무리하는 날에는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말을 해줄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 힘을 내 본다.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1월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 당신에게 2019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 올해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한 달이 지난 지금 올 한 해 꼭 이루고 싶은 단 한가지는 무엇인가요?

* 1살을 더 먹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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