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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Feb 25. 2019

[에세이 38]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준 음악

[미셸의 크루 에세이 04]

    오늘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나로부터 다시 깨달으며 배운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요즘은 특히 스스로를 의심하는 말을 던지게 되곤 하는데, 오늘 비저너리 멤버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과거에 멤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 속을 지나가기도 했고,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하다가 이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요새는 주변에서 '너라면 항공학을 배우러 미국 간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아'라는 말을 들어도,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못하는 때였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가 어떤 이유에서건 만족스럽지 않았고, 만족스럽지 않다 보니 자꾸 주변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는 데다가, 지금까지 내가 해내 온 것들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해온 것들인가, 또는 나는 사실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꿈만 커서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많아져,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긴 한지, 지금은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지, 길을 제대로 들어선 것은 맞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설렜는지도 가물가물하다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고,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 하는 할머니 같지만 (그리고 실제로도 맞지만) 이번에는 나를 응원해주기 위해, 그리고 나 이외에도 혹여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적는다.



    중학교 3학년, 어쩌면 대학교 수능 공부보다도 더 열심히 입시 공부에 매진했던 때였다. 사는 대로 살다가 난생 처음 정말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게 생겼었던 때였다. 가족 형편은 좋지 않았으나, 언제나 세상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했고, 그러려면 해외에서 공부해야 겠다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외고라는 발판이 너무 간절했다. 심지어 기숙사에서 사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치킨을 시켜 먹는 추억도 너무 만들고 싶었다.


    때는 5월. 결정적으로 몇 년을 좋아하던 버즈 오빠들이 군입대로 해체를 했다. 삶의 낙도 없어진 참이었다. 입시 공부를 시작하기에 엄청나게 늦은 때라는 것은 알았지만, 타이밍이 좋게도 그 즈음 우연히 앙드레 김이 교복을 디자인 했다는 외고에 대한 책을 접했고, 그 늦은 타이밍마저도 어쩌면 내게 신이 주신 엄청난 기회인 것 같았다. 사실 착각은 자유인 게ㅎㅎ 나는 영어 학원에서 중간반 정도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10월이 시험인데,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미 외고를 준비한다고 하는 친구들은 벌써 1년 전부터 시작한 친구들도 많았다. 게다가 내가 준비한다는 외고는 전국에서 민사고 다음이라는 곳이었는데 문제는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전교 5등 안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포부에 비하면 형편 없는 성적표의 소유자였다. 친구들과 노는 것에만 열중했기에..ㅎㅎㅎ 심지어 학원 마지막 달 모의고사까지도 단 한 번도 '합격 안정권'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딱 한 번 '도전 가능권'에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매번 합격 가능권에 드는 친구들도 있었기에, 아무도 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붙기까지는.


    그렇다면 대체 왜 이 이야기를 꺼낸 걸까. 이 고릿적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결코 똑똑했거나, 남들보다 더 부지런했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들어갔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늦었고, 남들보다 느렸으며, 더 똑똑하지도 않았다. 다만 남들보다 미친 척하고, 나를 좀더 믿었고, 믿음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계획을 짰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아무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내가 해내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요즘, 다시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리고 싶다. '간절함.' 내가 어쩌면 못 이룰 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간절함.' 게다가 이번에는 나만을 위한 꿈이 아니다. 내가 내 꿈을 이루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엉뚱하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그런 꿈이다. 


    그래서 중3 때를 다시 떠올리자면, 마음 아프지만,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좀 줄이고, 독서실로 출퇴근을 하면서 마음 속에는 온통 그 학교에 가는 날만 계속 상상했다. 모의 고사 한 문제 한 문제를 풀면서는 내가 뭐가 약하고, 뭐가 강한지를 분석해가며, 전략적으로 공부했다. 학교에 가는 길, 학원에 가는 길, 모든 길 위가 내게는 기회였다.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꿈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런 나약한 생각이 들 때마다 계속 나를 다독였던 건, '그래, 지금의 나는 이것 밖에 안 되지만, 내일의 나는 어제보다는 나아질 거야'라는 믿음 하나였다. 큰 목표를 세웠고, 큰 목표가 너무 멀게 느껴지니, 작은 목표부터 도전했다. 그 작은 목표는 매 달 시험에서 월반을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늦은 거, 남들보다 많이 성장하자는 나만의 목표를 세우자고 생각했다. 또 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떳떳할 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했다면, 결과가 어떻더라도 나는 나에게 자랑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일찍 집에 가도 나는 학원에 남아 있었고, 때로 가장 늦게 독서실에서 나왔으며, 불안해질 때면 습관처럼 생각을 통제하려고 했다. 분명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어쩌면, 해내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나한테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차차, 매달 한 반씩 월반하는 기염을 토해내게 했고, 시험을 보는 마지막 날에는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올 거라는 최면까지 걸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학교 이후, 만만해 보이는 목표들에만 도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최근에는 과거에 했던 후회들을 반성하면서 중학생 때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고, 뇌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다가, 한 영상이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아서, 착각을 자주 합니다. 과거에 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에 대한 생각과 자기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리는 생각을 착각하는 거지요. 만일 과거를 계속 후회하고 있다면, 뇌는 그 과거에 대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고 착각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새롭게 상상해야 하고, 미래 속의 내 모습을 선명하게 계속 떠올려야 하고, 그 모습의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26살, 27살, 28살,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처한 사람이더라도. 혹은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특히 지금 이 순간 가장 크게 반성한 점이 있다면, 어쩌면 나는 나에 대한 상상하기를 그만 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깨달았으니 정말 더 격렬하게,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상상하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상황이 거지 같아도, 아무리 남들이 뭐라고 해도, 유일하게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자유 영역'이 있다면 그건 내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때로 부정적인 환경이 내 발목을 잡을 것 같으면, 그 환경 속에서도 자꾸 나를 타일러 내 상상만큼은 누구도 오염시키지 못하게 할 것이고, 때로 부정적인 말들이 내 꿈을 정박시킬 것 같으면, 또 역시 자꾸 나를 타일러 내 상상에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정말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상' 뿐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상상'의 힘을 안다. 자기 최면의 힘을 알고, 안 될 거라는 말에, 힘들 거라는 말에 유일하게 대답하는 방법은 '내면에서 나오는 말대꾸'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상상'과 '말대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혹시 지금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면, 혹은 조금이라도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면 그 시간을 '상상'에 쏟았으면 좋겠다. 


    제목과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로 흘러온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제목과 연결지어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면,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준 음악'이라는 질문에 떠오른 노래는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였다. 중 3,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지금은 낡아 버린 내 mp3에서 무한 재생되는 노래 중 하나였고, 대학교 수능을 준비하느라 도서실에 짱박혀 있을 때도, 재수를 하느라 또 학사에 있을 때에도 가끔 내 곁을 지켜주던 노래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일 내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나, 나약한 생각이 들 때면 떠올릴 노래가 이 노래 아닐까 싶다.


    만약 지금 당신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부디 '나비'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억지로라도 그리면서,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 


    당신을 제약하는 것도,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도 오직 당신의 상상 뿐이니까.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상상의 주인공은 당신 자신이니까.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Spread my wings and fly away
Ride the wind sailing on the world today
Sing a song reach for the sky
Flying butterfly God save me
I wanna fly away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5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Beginning-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Music-

당신을 음악 장르로 표현한다면 당신은 어떤 음악일까요?

가사가 딱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 준 음악이 있다면?

당신의 상반기를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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