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의 크루에세이]
1살을 더 먹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어 멋지게 자립해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는데,
언제나 상상하던 것과 실제로 그 나이가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은 많이 다르다. 친구들과 우리가 벌써 15년 친구라고? 이런 얘기를 할 때면 우린 그때 그대로인 거 같은데.. 혼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던 나에겐 자립이라는 것은 내가 시기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멋지게 자립하고 싶다는 생각과 자립하기 위해선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덕분에 그 나이 치고는 각종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 부동산 계약할 때 체크해야 하는 것들, 혼밥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스킬들이 늘었지만, 힘든 시기도 많았다. 아무래도 혼자서 잘 해낼 수 있는 과정을 겪는 것은 실수와 넘어짐의 연속이었고 자립은 한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살을 더 먹는다는 건 내 주위 사람들도 1살씩 더 나이를 더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어릴 때부터 조금씩 성장하는 만큼 부모님은 노화의 과정을 겪게 되신다. 명절에 내려가서 아버지의 주름이 늘어난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괜히 찡해짐을 느꼈다. 부모님이 점점 몸에 불편한 곳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벌써부터 겁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지켜보는 것은 참 힘들다.
전 크루 에세이에서도 소개했었지만 나에게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페이스북을 보다가 선생님의 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병원을 가보니, 망막의 문제로 회복이 어렵고 지금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시력이 많이 나빠져 당장의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보였다.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연락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어설픈 위로의 말로 상처를 드리는 일이 생기진 않을지..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한 번씩 진료를 받게 되어 볼 기회가 생겨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선생님은 오히려 너무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조금 놀라웠을 정도였다. 예전처럼 따뜻하고 밝은 모습을 하고 계셨다. 선생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단단한 내면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많이 흔들리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 주변에는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 사랑하는 아들이 있고 옆에서 선생님의 아픔을 가족들이 담담히 지켜보며 도와준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다고,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에게 어느 날 그런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그런 역경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 어려움을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자립이란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누구에게 의존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이렇게 의존할지 아니면 저렇게 의존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따름이고, 그런 선택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선택지가 많아졌을 때 마치 자립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뿐이다.
선생님을 뵙고 며칠 후 “좋은 말이다 요즘 나에게 필요한 말”이라며 공유하신 글을 보았다.
보고 나서 글이 와 닿아 저장해 두었는데,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자립은 '혼자 무엇이든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이고 자립이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비빌 언덕이 없어 힘들었고 그런 의지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지하기만 하는 사람, 의지해주기만 하는 사람은 잘 없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의지했던 가족, 나에게 정신적으로 힘이 되어준 선생님, 내가 힘들 때 항상 내편이 되어주던 친구들. 내 자립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나도 누군가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살이 더 먹은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믿는 구석인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들이 늘어났다.
여러분에게 1살을 더 먹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5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Beginning-
1살을 더 먹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내가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나요?
-Music-
당신을 음악 장르로 표현한다면 당신은 어떤 음악일까요?
가사가 딱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 준 음악이 있다면?
(매주 월요일 오전 발행인데, 이번 주는 사정이 생겨 발행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늦어지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