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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Mar 03. 2019

[에세이39] 플레이리스트: 터널,새벽

[허승의 크루 에세이04] 상반기를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2019년 새해가 밝은날, 노트북을 켜고 올해의 목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소 두루뭉실했던 2018년의 목표와는 달리, 2019년에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그 중 첫번째 목표는 보금자리 이동(a.k.a 이직).

그것을 이루기위해 다른 목표들도 열심히 적었다.


1월에는 당차게 세운 목표를 바탕으로 세부 계획도 열심히 지켜나가려 노력했다.

연초라서 그런지 몰라도, 열정이 불타올랐고 매일매일 파이팅을 외치며 살았다.


헌데 누가 마음 속에 스프링쿨러라도 트는 것이었을까.

2월이 되면서 이상하리만치 열정으로 무장했던 정신이 차가워지는 날이 생기곤 했다.


'무엇이든 부셔버리겠어!' 라고 외치는 날도 있었지만,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같이 생각의 늪에 빠진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여름쯤이면 다른 보금자리에 있을거에요”라고 하고다녔지만, 속에선 두려움이 올라왔다.


내 안에 있는 욕망과 현실 사이의 투쟁이었다.


생각해보면 올해가 시작되고 언젠가부터 여름에 보금자리 이동을 완료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강한 욕망으로 커져왔다.


누가 부추기거나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만든 욕망이었다.

아마 그렇게 해야 내가 세운 한 해 계획대로 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그 욕망은 자꾸 현실과 부딪혔다.

여름이라고 해봤자 사실 몇 달 안 남았는데, 

'내가 진짜 그 안에 할 수 있는건지',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면 목표도 이룰 수 있는건지'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스스로 만든 것이라 내가 바뀌면 모든게 해결 될 것 같았지만,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스스로 바꾸는건 쉽지않았다.


스스로를 병들게 할 수도 있는 욕망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든 게 그런 욕망이었기 때문에 쉽게 놓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욕망이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묵묵히 하루하루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았다.

오늘은 열심히 살았는지,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잘 하고 있는건지 매일 되물었다.

간혹가다 하루 목표를 못 이룬 날이 있으면 죄책감이 들고 초조해지고 두려워졌다.


재밌는건, 그 초조함과 두려움이 다음날의 나를 열심히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시기이다.

근데 올해 상반기는 내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앞이 잘 보이진 않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든 아둥바둥 걸어 가려고 하는 모습 같이 말이다.



물론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고,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을 것이니 

묵묵히 터널을 지나다보면 저 멀리 반드시 희미한 빛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루하루 엎치락뒤치락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비저너리 달력 질문에 맞게 이런 내 모습을 표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플레이리스트의 컨셉은 '모호함'이다.

여기 있는 노래들은 막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들은 아니다. 

근데, 막 우울한 노래들도 아니다.

노래들을 듣다보면 감정이 복잡미묘해진다. 


마치 밤잠 못 이루는 새벽에 계속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13WzN7xcx4k

LUAMEL - Blue

https://www.youtube.com/watch?v=dyF18GB3SYk

Ashmute - Rose


https://www.youtube.com/watch?v=2jRYAy226Aw

서교동의 밤 - 밤공기


https://www.youtube.com/watch?v=jAPrF8sPrcs

최솔지 - Flaw


https://www.youtube.com/watch?v=yQ4iVO7iD54

greenblue - greenblue


https://www.youtube.com/watch?v=D1Qy9b550xU

Offonoff - Cigarette


신기한건 이 노래들을 듣고 있다보면, 갑자기 정신이 딱 맑아지는 순간들이 한번씩 온다.

복잡한 머릿속의 실이 엉키고 섥히다가 폭발해버린 느낌이랄까.

사실 요샌 그런 순간들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3월에는 모호한 이 순간을 더 즐기려 노력해야겠다.

그게 이 긴 터널을 지나는 새벽에는 최선인 것 같으니까.




p.s 저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로 한번에 듣고싶다면 아래 링크로 들으면 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NBz5HkCM8rWSJtfJwyGJP_PkDMVS5Gq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5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Music-

당신을 음악 장르로 표현한다면 당신은 어떤 음악일까요?

가사가 딱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 준 음악이 있다면?

당신의 상반기를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Hobby-

경제적인 제약 없이 딱 하나의 취미만 배울 수 있다면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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