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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Mar 24. 2019

[에세이 41]시즌을 타는 취미

[클로이의 크루에세이 04] 나와 어울리는 취미? 그렇지 않은 취미?

3월 너리 달력의 세번째 질문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혹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3월 한달 동안 너리 달력의 주제는 매주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사실 나는 뚜렷한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피규어를 모으던, 매주 동호회 혹은 꾸준히 나가는 모임이 있던,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쫒아다니거나 앨범을 사모으던..자의의 순수한 동기로 '오랫동안' 즐겨왔던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취미를 가져봐야 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있었다. 한달 전 있었던 회사 수습평가때 팀장님이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취미요..? 딱히 없는데요?"라고 말하기가 민망스러워서 일까, 짧은 고민끝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럴듯 하면서도 찜찜한, 그런 답을 드렸다. 팀장님은 일에 몰아쳐있는 내가 단기간에 번아웃 될까봐 걱정스런 마음에 건넨 질문이었지만, 괜히 스스로가 취미도 없는 사람같아 씁쓸했다.


마침 3월의 너리 달력의 주제가 '취미'였기 때문에 회사-집을 반복하는 상항에서 틈틈히 나의 취미에 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여전히 단편적인 생각들만 떠올랐기 때문에 결국엔 '굳이 사람이 취미가 있었야해? 일도 취미가 될 수 있잖아..ㅠㅠ' 라며 스스로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쪽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고민했던 기간은 짧았지만, 결국 나의 중심에는 '일'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풀리냐에 따라 보충제처럼 하고 싶은 일들이 간헐적으로 생겨나는 모양새였다. 예를 들어, 어버버 거리며 당장 해야하는 일에만 급급해하던 쌩신입 시절이 지나자 마음속엔 스물스물 '나만의 철학'이라는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왜 이렇게 해야할까? 어떤것을 중요하게 만들어야 할까? 결국엔 난 어떤점을 기준으로 작업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나 둘씩 쌓여갔고, 순수하게 궁금함을 풀기위한 목적으로 관련 책들을 흝어보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1교시때 졸며 들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서야 자세히 알게되었고, 디터 람스, 조너선 아이브, 켄 시걸 등등 크리에이티브계의 위인(?)들에 관한 책을 시간이 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주아주 흥미롭게 탐독하는 수준으로 책을 읽고 있지만, 또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바뀐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디터람스의 Universal Shelving System(1960)이케아의 노르들리와 하단 서랍장의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다. 그들도 영감을 받은것일까? 조너선 아이브가 그랬던것처럼


다시 너리 달력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를 고민을 해본다. 사실,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는 많다.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지만 조금 예를 들자면 자동차, 컴퓨터, 피규어, 낚시, 골프 등등등!! 죽을때까지 쳐다도 보지 않을 취미들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야기를 끝내버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취미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사실 이것도 고민해보니, 결국 나에게 취미란 현재 나의 생활속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더해주는 '보충제'같은 개념으로 다가온다고 생각이 든다.


초중고시절 내가 전과목 통틀어 제일 못하고 힘들어했던 과목은 바로 '체육'이었다. 운동신경도 없을뿐더러, 뜨거운 태양 아래서 들고 뛰는 것이 도대체 무슨 재미인가라는 생각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해왔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신나했던 '운동회'는 학창시절 제일 싫어했던 행사였고, 귀찮게(?) 소풍가는 날보다 평소와 같이 교실에서 책읽고 공부하는 것을 훨씬 좋아했었다.


이러한 생각은 대학시절까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시간 로동의 힘은 위대한것인지, 직장인이 된 이후부터 한강 러닝과 더불어 출근 전 스트레칭은 근래 내가 파이팅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매일 컴퓨터 앞에서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 한 것이 느껴졌고, 다리를 쭉죽 뻗으며 한강변을 달리는것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나.. 한편으론 짠한 생각도 들긴 했지만, 어쨌든 죽을때까지 증오할 것만 같았던 '운동'을 스스로 찾고 있는 나를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미세먼지 없는 시원한 한강변!


3월달 너리 달력의 주제로 덕분에 '취미가 딱히 없는 사람'에서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이라고 주변에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만 같다. 남들처럼 무언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가지는 취미가 없어 때론 서글펐지만, 시즌마다 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취미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한 달이던, 일주일이던, 하루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저너리의 크루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갑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Hobby-

경제적인 제약없이 딱 하나의 취미만 배울 수 있다면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새로운 당신을 발견하는 취미가 있었나요?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혹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취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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