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영의 크루에세이 04] 매트 위에서의 나
매서운 겨울이 오면서 더 이상 야외 달리기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뭔가 추운 날씨에 나가서 뛰면 멀쩡하던 발목도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덜컥 하고 요가를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헬스장에서 요가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동적인 스포츠만 해 온 나로서는, 친구들이 꾸준히 한다는 ‘요가’ 할 때 1도 공감을 못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장난 아니었다. 운동 꽤나 했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코어 힘이 약하세요’라는 말을 나마스떼 만큼이나 많이 들었고, 골반이 뒤틀어져 있었으며, 요가 자세를 따라할 때는 시간의 상대성 이론같이 10초가 1분처럼 느껴졌다.
요가를 엄청 잘하는 건 아니니까 세달이 지난 지금에도 ‘나 요즘 요가해’ 어디 자랑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언가 나의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할 떄는 준전문가급은 되어야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느끼게 된 점 혹은 장점을 공유해보면
요가를 할 떄마다 잠시나마 온전히 나에 집중하게 된다. 자세를 취하면서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중심을 잃게 된다. (수업 중 중심을 잃게 되면 부끄러움은 나의 몫). 요가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성격이 급하고, 무엇이든지 더 빨리 결과를 봐야하는 성격인지 알게 되었다. 자꾸 조급해하지말자 하면서도 서두르는게 몸에 배어 있어서 처음에 쉽지가 않았다. 요가는 그런 나를 다독여준다. 지금은 어떤 자세를 빨리 만드려고 하기 보다는 내 호흡에 맞추어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서두르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세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십초를 천천히 센다. ‘하나, 두울, 셋, 넷 – 열’ 셈과 함께 내 마음도 함께 차분해진다.
요가의 하이라이트는 그날의 요가 프로그램을 마치고 마지막에 불도 다 끄고, 몸에 힘도 다 빼고 누워있는 시간이다. 난 이떄가 제일 좋다. 현실의 모든 걱정들이 아스라이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냥 무중력 상태에 있는 느낌 같다.
작년 12월, 아침 숨을 크게 내쉬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운 적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도 나는 계속해서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것 만 같은 기분이어서. 문제는 나의 조급함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것에 쉽게 현혹되고, 시작하는 것을 잘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한 나의 모습. 그러나 진짜 어려운 일은 계절을 넘기고도 지속적으로 그 일을 하고 마무리 짓는 일일 것이다. 요가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뭐든지 잘함의 기본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더라도 기본 동작들을 반복하는 과정이 수반되야 하는 것을 말이다.
매일 갈때마다 선생님은 항상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하셨다. 같은 동작이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 몸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하다보면 저번보다 더 나아질것이라고, 처음에 뭣도 모르고 숙련자들만 시도하라는 자세까지 따라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욕심내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내가 그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면서 내가 나의 '새로운'모습을 발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비루한 몸뚱아리를 이끌고 요가를 하러 간다. 매트 위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나를 발견하러.
비저너리의 크루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갑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Ho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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