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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Mar 30. 2016

"거, 말 좀 예쁘게 하지 말입니다~!"

제 1화


며칠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한아름 들이친다.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에는 노란 셔틀버스가 비상등을 켜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봄에는 유난히 노란색 셔틀버스가 참 잘 어울리는 계절이란 생각이 순간 들었다.


"촤르륵, 탁! 촤르륵, 촤르륵!"          


건너편 아파트에서 집안이 훤히 보이는것이 싫어서 창문에 반쯤 내려 놓았던 블라인드를 모두 걷어 올렸다.  순간 한가득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셨지만 가슴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졌다.     


"아~! 봄이다, 좋다!"

소리내어 인사하듯 봄날을 반기니 좀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까톡! 까톡!"


화면가득 잔뜩 화가난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아침부터 등교하는 아들이랑 남편때문에 열폭 직전이라는 K의 문자가 쉴새없이  들어오고 있다.

빨리 답장이나 반응을 보내지 않으면 또 난리가 날 것 같아서 바로 톡에 답장을 보냈다.

"날씨도 좋고 햇살도 예쁘구먼 .. 그만 열폭하고 베이글샌드위치에 커피 어때?"


유난히 나는 샌드위치와 커피 브런치가 좋다.

오늘같은 기분에는 베란다에 의자 내놓고 세포 하나 하나에 봄볕을 쐬면서 여유롭게 토스터에 갓 구운 빵 위에 아삭한 양상추 몇 장 깔고 슬라이스 치즈와 햄을 포개넣어 만든 샌드위치와  손수 원두를 갈아 내린 드립커피 향에 취하듯 온갖 분위기를  다 내면서 늘어지게 여유를 누리는 것도 딱 좋은데...ㅋ

그러나 K의 응급 사태부터 해결하기 위해 일단 나는 내 천금같은 봄 향기는 뒤로 미뤄놔야 했다.  


순간 전화 벨이 울려댔다. 어김없이 예상대로 K의 이름이 뜬다.

"야! 열폭한다는데...친구 돌아가실 날 잡고 있냐? 왜 반응이 없어?"

"지금 전화하려고 했다~  거 참! 그걸 좀 못 참고 또.."

"열받으니까 그렇지! 너도 나처럼 살아봐라, 사는게 용하다. 아주 죽지못해 산다니까!"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지금 전화로 말 들어줘? 아님 얼굴 보고 들어주까~ 난 지금 커피에 샌드위치 먹고 싶은데... 넌? 밥은 먹은 거야?"

"밥 같은 소리 하네... 뭔 밥을 먹었것냐... 어휴~"

"그럼 지금 만나? 나갈까? 서브웨이 매장이 지금 열었을라나?"

"뭔...아침부터 빵조각 먹자구햐? 먹을라믄 뜨끈한 밥에 얼큰한 국물있는거나 먹지... 넌.."


K의 거침없는 말에 좋은 기운을 갖고 아침을 시작했던 나였건만 슬슬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K의 기분이 뭔가 엄청 뒤틀렸다는 느낌에 조금은 풀어주고 싶은 마음인지라 꾹 참고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24시간 하는 조마루 감자탕집 가서 밥 안 먹을래? 너 밥 뽂아 먹는거 좋아하잖아."

"무슨 해장하는 사람들 마냥 아침부터 감자탕집을 가자구 그래? 부담스럽게...너 어젯밤에  술 먹었구나?"

"아~ 몰라, 몰라! 감자탕 먹을라믄 나오고 빵쪼가리 먹을거면 밥탄물 같은 커필랑 난 싫으니까 너나 먹어! 나올거면 다시 니가 전화 해!"


K와의 전화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허!  참~~나!"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느낌으로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던 나는 일순간에 쭈글쭈글 뭉개진 감정으로 덩그런히 내팽개쳐진 모습이 되었다.


향 좋은 커피는 이제 더이상 향기도 없이 새까만 밥탄물이 되었고, 바삭하고 아삭한 샌드위치는 그저 그런 빵쪼가리가 되어 여기저기 새 모이처럼  던져진 꼴이 되어 버렸다.

식욕도 없어지고, 입맛도 싹 가셔 버렸다.


정말 생각할수록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K는 도대체 왜 나한테 아침부터 연락을 해서 이 난리통을 만든건지 모르겠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자기야말로 대화 상대도 필요하고 아침 해장이 필요하다면 좀 더 좋은 말로 예쁘게 해도 아침부터 뼈다귀 감자탕을 먹을까 말까인데 어찌 그렇게 당당하게 내가 그걸 함께 먹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는건지... 내 상식으로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도통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워낙 국물요리를 좋아하니까 국물을 먹고 싶으니 해장도 할겸 감자탕을 좀  먹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면 궂이 싫다고 거절할 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막역한 친구라해도 정말 무례한 태도인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내가 친구라고 그리 막 대해도 된다는 건 어디에도 없는 매너인데.. 자신은  털끝만큼도 상처받지 않고 싶어서 막 질러 대놓고 전화를 뚝 끊어 버리다니... !


아침부터 자신의 아들과 남편에 대한 얘기를 던져놓고 분명 지금 K는 자신을 위로하지 않는 나를 섭섭해 하며, 그걸 말꼬리 삼아 감자탕을 함께 먹으며 남편 욕도 같이 할 또다른 친구를 찾아 통화를 시도하고 있을것이다.  마치 내가 자신에게 사과라도 하기위해 전화를 걸었을때 계속 통화중으로 넘어가게 하는게 내가 받을 벌인양  반성하라는 싸인처럼 수년동안이나 해온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K의 이 무례함을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다 하여 불편한 마음까지 아예 없는건 아니라서 나는 우리가 오랫동안 우정과 애정으로 사랑하지만 매번 진심으로 나에게 상처주고 있었던 그녀의 행동들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싶어졌다.  마침 좋은 기회에 브런치 글 연재 테마를 고민하던 중 진심으로 내가 가까운 지인들과 나눌수 있는 글들이 세상에 퍼지길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귀한 브런치를 통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Words' Power>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나의 친구 K가 미모를 가꾸기 위해 '전지현의 트렌드 립스틱' 이나 '송혜교의 청순 메이크업'에 발빠르게 적응하듯 그 앵두같은 입술을 열어 예쁜 말좀 하길 원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순간을 못 참고 화내고, 소리치고, 확 뱉어버려야 시원해진다는 푸념은 결코 옳은 말은 아니지 않는가!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히면서 자신은 그 짐을 덜었다고  시원해진다는게 말이 되는가?  


언어에도 분명 '묻지마 폭행'이란 것이 존재한다. 실체가 없는 언행이 어쩌면  더 큰 상처를 남기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단 내 친구 K에게만 전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귀한 지면을 할당 받았기에   나의  첫 연재 글의 주제를  이미 출간된  내 저서 <나도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에서도 피력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 권하는 사회만들기>실천 운동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배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선한 영향력으로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 냄을 알리고 싶어졌다.  


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송중기)대위님 때문에 분명 오징어 같은 취급을 받았을 K의 남편과 아들이 안봐도 상상이 된다.

요즘 수목 "태양의 후예" 방영 시간에 아내를 방해하는 것은 대인지뢰를 밟는 것과 같다는 풍문이 재미날 지경이다.~^^

그녀의 말대로 왜? 자신의 현실에는 송중기같은 아들이 없고, 유시진 대위 같은 남자가 없냐고 한탄하며, 자신은 송혜교보다 더 낫지 않냐는 망언(?)을 거침없이 날릴때면 그저 허허 헛웃음이 난다 말입니다! ㅋ~

유대위(송중기님) 버전으로 녹음을 해다가 틀어주면 K가 말 좀 듣고 바뀌지 않을까요?


"거~ 말 좀 예쁘게 하지 말입니다~!!!!

(송중기표 살인 미소 함께 발사~   씨익~! ^^)


가수 션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서

"아내를 여왕님처럼 대하면 나는 당연히 왕이 된다. "는 말을 했다.

어쩌면 가장 쉬운 진실을 우리는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지는 않고, 귀한 대접은 받고 싶은 이기적인 심보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만 하다.


소망하기는 작은 바람들이 모여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아름다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다음 글을  이어가려 합니다~^^

제 글에 힘을 실어 주는것도 여러분의 관심과 공감입니다~~


함께 품어주고 손잡고 멀리가는 따뜻한 사회를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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