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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Mar 31. 2016

"네 잘못이 아니야!"

제2화  

  대학시절 풋풋했던 20대시절  특별한 취미나 특기가 없던 나는 공부이외의 시간은 무조건  영화보는 것에 빠져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던 시절이니 개봉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영화도 두편을 연속상영하는 좀 후미진 극장을 싼 값에 찾아다니며 지금 CGV나 메가박스 같은 극장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추억의 장소에서 영화감상에 푹 빠지곤 했었다.

 코미디 배우는 결코 아니지만 너무나 재밌고, 위트있고, 인간적이고,  상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것  같은 Human Being의 대표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무진장 그 배우를 좋아했던 것도 딱히 아니 그렇다고 관심없다고 하기에는 한국에서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작품을 모두 보았던 나는 그가 생을 마친 지금까지도 가슴 먹먹하게 아끼고 소장하는 특별한 그의 작품들이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굿윌헌팅》  《바이센테니얼맨》        


 오늘은 이 세 작품 중 1997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는 1998년 개봉되었던 영화인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속 명대사에 대해 다루려 한다.


 실제로 영화배우 맷 데이먼이 하버드 대학 재학시절 과제로 작성한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각본을 절친사이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함께 쓰고 연기까지 해서 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 제 70회 아카데미 영화제와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 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로빈 윌리암스에게 안겨줬던  멋진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로빈 윌리암스는 빈민가에 사는 수학천재인 '윌 헌팅'을 심리상담하는 교수로 등장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희망을 주는 열연을 보여 준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위로하는 말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로빈 윌리엄스는 영화속에서 양부에게 학대받고 불량아로 성장한 수학천재 윌 헌팅(맷 데이먼)에게 "It's not your fault...It's not your fault..It's not your fault!" 라고 계속 반복해서 말하면서 끌어 안아 준다.

 이 영화를 DVD로 20여년동안 수십번은 보았을법한데 그 때마다 가슴 저릿한 감동이 이 대목에서  폭풍처럼 밀려들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최근 사회적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비극적인 가정내 아동 폭행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퇴근 길에 늦은 저녁식사로 속 편하게  콩나물 해장국 한그릇을 먹고 들어가려고 근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혼자 앉은 식탁 뒷쪽으로 소주를 벌써 몇 병 마신 뒤 좀 취한듯한 남자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TV를 통해 엄마의 재혼 후 양부에게 몇 년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한 10대 딸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저런 , 우라* 눔! 도대체 저런 눔들땜에 우리 같이 딸래미 이뻐하는 딸딸이 아빠들이 욕을 먹는다니까? 에잇~"

"그러게 말이다..어떻게 재혼이라고 해도 지 딸인데 저러냐...말세다 말세야!"

"울 막둥이 나이고만...저 어린걸...에잇!"

"아주 나는 요즘 울 막둥이 애교에 녹는다 녹아~"

"짜식~ 너는 얼굴 좀 펴라 임마... 오늘도 또 니 딸한테  뽀뽀 못 받았구나?

"이제는 다 컸다고 옆에 가지도 못하게 한다. 마누라도 조심하라구하구."

"얌마~ 조심해야지... 내가 아껴줘야 남도 푸대접 안하는겨..."

"저런 **놈들땜에 아주 집에 들어가면 왕따여...왕따! 나쁜 **들..."

"저 어린것 인생이 뭐가 되것어. 엄마는 재혼해서 애한테 좋은아빠 만들어주려다 저게 뭔 날벼락이냐고. 쯧쯧쯧! "

"애들이 뭔 죄야... 얼마나 무서웠을겨! 에이...개***시키...세상이 요즘 왜 이러냐? 남자 망신 다 시킨다...아무리 그래도 지 딸한테 그 짓하는 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들인지...원"

 

 주문한 콩나물국밥이 나올때까지 이어지던 딸바보 아빠들의 대화는 각자의 딸들이 요즘 부쩍 이뻐진다는 얘기, 애교가 말도 못하게 늘었다는 말에 부러워하는  얘기로 서로서로 자랑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정말 보기에 훈훈하고  좋았다.


 나도 딸이 넷인 집안에 둘째딸이다.  어릴적에는 남자 어른들이 무릎에 앉혀놓고 귀엽고 예뻐한다는  미명아래 거친 수염을 볼에 문지르거나 신체 일부가 변하는 걸 느끼며 마치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비벼대던게 너무 싫었던 6~7살의 기억이 지금도 수십년이 지났어도 선명하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이유로든 귀엽고 예쁘다는 핑계로 성희롱이나 성적 수치심을 무차별하게 일으키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경계한다.


 '구성애선생님의 아우성' 운동처럼 어른들이 더 조심하고 배려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이 되는지 더 깊게 인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 상처가 치유되어 새롭게 일어설 때까지 감싸주고 배려하며 계속 응원해 주어야 한다.


 도둑이 들면 도둑놈을 욕하고 도둑맞은 사람은 위로해 줘야 마땅한데 가만보면 우리 주변에는  위로를 해주기는 커녕 ' 왜 문단속을 제대로 못했냐?'' 니가 철저히 예방하지 못한게 잘못'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니 당한 사람만 억울하기 짝이없는 그런 인식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널리 퍼져 있다.

우리 속담에 "열 사람이 도둑 한 명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당연히 훔치려 마음먹은 것 자체가 나쁘고, 해를 입히고자 음흉한 마음을 먹는 사람이 나쁜거지 서로를 경계없이 믿고 존중하는 사람이 왜 약자가 되어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하는가!

요즘은 선한 일을 하려해도 그 의도가 의심을 살까봐 주춤해지는 아쉬운 일들이 많다. 그만큼 각박해져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나는 선한 일들에 더 큰 희망을 걸고 싶다.

우락부락한 세 남성들의 술자리 대화가 자신들의 예쁜 딸들 얘기가 아니었다면 나또한 그들을 향해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약하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이 지구상의 어떤 것들보다 용감하고 강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큰 소리로 말해 주자!

"나쁜것은 그런 행동한 어른이지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절대 니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게 아니야. 넌 여전히 보석같이 귀한 존재란다! 절대 니 잘못이 아니야!"

끊임없이 ...그 나쁜 일들이 무뎌져서 잊힐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따뜻한 포옹으로 상처가 빨리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새로운 희망을 응원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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