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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Apr 18. 2017

꽃잎은 떨어져도 잎새는 더 푸르리라

# 꽃잎이 흩어져 눈꽃처럼 떨어진다



다른 계절에는 그냥 나무들이 있다는 느낌으로 스쳐지났던 도로변에 봄이 되니 연분홍빛 벚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서 무료한 운전길을 반겨준다.

아~ 벚꽃나무였구나!

며칠동안 지날때마다 "와~ 예쁘다~!"를 연발하던 가족들도 며칠이 지나니 그 감탄이 일상이된듯 별 반응이 없어졌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더니...
비라도  한번 내리면 다 떨어지겠네
에휴~~ 이쁜것도 한때라고
꽃잎 떨어지는게 왜이리 서러운겨~


요 며칠전 산부인과를 찾은 J는 벌써 폐경이라는 의사의 무심한 선언에 하루종일 화가나서 억울한듯 많이도 서러워했다.

아직도 30대 때 운동근육을 간직하며 날씬한 그녀에게 벌써 폐경이 왔다고 갱년기 우울증  처방전을 휘갈겨 써준 그 의사는 가끔 J의 연애감정을 가끔 발산하게 자극했던 인물이었기에 우리는 J가 실컷 화가 풀릴때까지 더 열받아 내뱉는 말들을 고스란히 받아줬었다.


아직도 우리중에 니가 젤 아가씨같아!


차안에 앉은 모든 친구들이 "맞어! 맞어~ 그건 그래~" 등 어떤 말을 붙여줘도 그녀의 갱년기 선고에는 전혀 위로방법이 없었다.


며칠 뒤 나는 J에게 연두색 나뭇잎 빛깔의 편지봉투에 길지 않은 손편지 한통을 건넸다.

 형형색색의 꽃잎이 떨어지고나면
그 자리에 사계절을 버티고 살아갈
더 푸르른 잎새가 돋아난다~


지금껏 아름다운 외모로 꽃같던 자신이 이제 봄비맞아 다 떨어진채 길위에 흩어져 딩구는 벚꽃잎들인냥  그녀의 인생을 비춰보며 자신을 비관하고 우울해 하는 J에게 편안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사는 세상이 바뀐다


어쩌면 화려한 꽃보다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를 좋아하는 나라서 이런 위로를 건넸을지 모르지만 내심 나로서는 백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가 어떻게 20대의 꽃다운 젊음만을 갖고 살려 애쓴다는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않는가 꼬집어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 젊은 에너지로 정신을 맑고 현명하게 긍정에너지 충만하게 산다며 평생 붉은 꽃잎처럼 열정적으로 살수있는것 아닐까?


열흘 붉은꽃은 없다지만
그 꽃잎 진 자리에 돋아나는
잎새는 더 푸르리라


속으로는 폐경을 맞은 갱년기의 여성이든 뭐든 여전히 지금 이순간에도 아름답고 매력넘치는 J가 더 싱그럽고 푸른 잎새처럼 돋아나길 응원할 뿐이다.


누구나 내일은 처음사는 인생일것이고 한번도  가지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은 설렘과 두려움이 한쌍으로 함께 오는 것일테니 마치 늘 푸르른 나무였다가 또 한순간 꽃으로 만개하는 클라이막스를 느끼고 또 잔잔히 살아가는 인생을 산다면 이또한 행복한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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