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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Apr 09. 2016

나보다 더 큰 슬픔이 있는

# 아내가 항암치료중이에요



어쩐일인지 요 며칠 닭꼬치집이 문을 열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포장마차 휘장같은 것들은 두꺼운 동아줄에 묶인 채 이삿짐처럼 쌓여있었다.


 1년전쯤 새로 들어온 닭꼬치 점포 때문에 상가건물의 전 매장들은 조금씩 고민이 많아졌다.

길거리를 지나며 제법 손님이 많이 생겨서 점포 사장님께는 다행이었지만, 생닭고기를 꼬치에 끼워 하루 종일 구워대는 통에 환기가 되질 않아 1층 도로 주변과 2층으로 타고 올라온 형언못할 살코기냄새와 닭비린내가 연기로 꽉 차서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상가의 출입문 바로 옆에 5평 남짓한 이 매장에는 그동안 짧게는 반년, 길게는 2~3년 동안 떡볶이집, 김밥집이 거치며 장사를 이어 왔는데 지금은 닭강정과 닭꼬치를 팔고 있다.  매운 소스를 잘 만들어서 제법 고객 공략을 잘하고 영업도 꽤 잘 되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인상 좋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50대 중반의 사장님이 새로 입점해 들어왔을 때 이전 점주들과는 사뭇 다른 몸에 배인 매너 덕분에 상가 출입구를 홍보 배너로 다 막아버려서 싸움이 날 상황에서도 그 미소와 목소리 때문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해서 그러니 조금만 봐 주세요.  

 도저히 못 참겠다고 뛰쳐내려간 여름의 어느 날에도 사장님은 이렇게 말하며 유난히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선풍기를 틀어 2층으로는 냄새가 안올라가도록 조치하겠다고 말은 해도 어디 바깥의 바람이 내맘대로 되겠는가?  어휴! 어찌 말도 더 못하고 있다가

근데...무슨일 있으세요? 얼굴이 ... 어디 아프세요?

  건넨 나의 말에 지난 밤 가게 짐을 정리하다 무리했는지 허리가 아파 그런다며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으로 또 인상 좋은 웃음을 띄우시니 내 입에서는 따지러 내려왔던 말이 더더욱 쏘옥 들어가 버렸다. 몸 조심하시란 말만 남긴채 선풍기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놓는 사장님의 잔손길만 보며 그 날도 나는 맥없이 올라갔다.




 또 다시 며칠이 지나 수업을 끝내고 10시쯤 퇴근하는 길에 오랜만에 칙~칙~ 닭꼬치를 열심히 구워 팔고 계시는 사장님이 반가워서 인사를 건넸다.

또 아프셨어요? 며칠 안나오셔서 걱정 했어요. 사장님~^^

 기다리는 손님에게 바삐 움직이는 손질로 소스를 발라 건넨 후 인사를 받은 사장님이 감사하단 말을 연신 반복했다. 표정은 여전히 피곤하고 슬퍼 보여서 더 묻는 내가 실례일 듯 해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낮게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가 항암치료중이라 병원에 있었어요. 제 허리는 뭐 괜찮은데..

 

 아!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를만큼 당황스러웠지만 해드릴 수 있는 나의 최선의 행동은 눈을 들어 따뜻하게 바라봐 드리는 것 밖에 없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함께 기도할게요. 기운 내세요.
그리고...식사 잘 챙겨드시구요...


 아~ 그래서 상가 사람들이 모두 다른때와는 달리 그 가게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참아주고 배려해 주었던 것이란걸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들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위한 장사를 하느라 내가 처음 이곳에 왔던 8년전에는 정말 서로 매장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움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이 상가에 대부분 10여년을 함께 하는 이웃지간이 되어 살다보니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배려하며 참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고, 따뜻했다. 그리고 닭꼬치집 사모의 항암치료가 꼭 잘 되어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조금더 많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이 순간에도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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