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주고 싶었던 맥북 프로를 질렀다. 삼성 노트북에 길들여 있지만 입학하게 된 학교에서는 맥북이 필요한 것. 10월에 16인치는 신모델이 나온다는 소문, 그리고 무거운 것을 감안하여 13형 MacBook Pro - 스페이스 그레이. 학교에 가면 필요한 프로그램 팩도 똭 심어 준다니 모든 게 완벽하다.
16GB로 통합 메모리 늘리고, 1TB로 저장장치 늘리고, Logic 등은 학교에서 넣어준다니 패스하고, 애플케어하고 나니 꽤 비싸다. 진짜. 내가 필요한 거라면 이렇게 쭉쭉쭉 눌러서 바로 구매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기분 좋게 Mac을 살까.
무이자 할부를 받아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니 익일 택배도 되고 당일 밤 9:15분부터 여의도나 압구정동 Apple Store에서 직접 픽업도 가능하단다. 학교도 들어가 주고 이번 달에 생일도 맞은 아이와 좀 있어 보이게 Mac을 직접 모셔오고 싶은 마음에 아이 잠시간을 고려하여 익일 오후 3시로 예약을 했다.
이 얼마나 좋은가. 비행기표도 구하고 집도 어렵게 찾고 서류 한두 개만 더하면 모든 준비가 기적처럼 뚝딱 다되는 것이다. 이제 당당하고 우아하게 모녀가 하얀 상자의 Mac을 받아오면 된다. 수령할 때 여러 설명을 해준다니 시간 맞춰서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일찍 그러니까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게 편리하다. 그래도 수령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예약 고객답게 우아하게 서비스받고 싶어서 혹 조금 일찍 도착해도 될지 Apple여의도에 전화를 걸었다. 이것이 큰 불행의 씨앗인 줄도 모르고.
전화를 받은 상담사님은 내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상담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하신다. 물론 알 수 있죠. 내가 필요해서 전화드린 건데.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어제 9:15분 픽업도 가능하다 했는데 수령만 오늘 2시에 하면 안 될는지. 상담사는 내가 오후 3시에서 3시 15분 사이에 픽업 예약이 되어있으니 그때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는데 예약을 해 놓은 Apple 여의도에 좀 일찍 가서 수령만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애플 상담사는 여기는 여의도가 아니고 외부이므로 물어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기다렸다. 4-5분의 침묵이 지나고 내가 여보세요 하자 상담사는 3시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예약시간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수백만 원어치 물건 사고 어제 매장에 들어온 거 공지받고 오늘 직접 가서 받아오겠다는데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게 맞나? 얼굴색이 조금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 되자 밤낮이 바뀌어 눈이 쾡한 아이가 내 전화기를 채 갔다.
고객 (아이) : "여보세요. Apple 여의도에 전화하셔서 조금 일찍 수령 가능한지 알아 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애플 상담사 : "여기는 외부이고 따로 Apple Store에 전화는 하지 않습니다."
고객 : "그럼 업무연락을 어떻게 하시나요? 방법이 없을까요? 저희는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제품 수령하려고요"
애플 상담사 :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약 2분 정도 소요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분 후
애플 상담사 : "알아보니 이메일 연락이 가능합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답을 받으려면 2-3일 소요됨을 양해 바랍니다".
고객 : 오늘 3시에 예약한 제품을 1시간 일찍 가서 직접 수령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는데 그 답을 2-3일이 기다려서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혹 전화는 안되시나요? 전화번호를 주시면 저희가 직접 해보겠습니다
애플 상담사 : 그럼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약 2분 정도 소요됨을 양해 바랍니다.
2분 후
애플 상담사 :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아보니 전화번호를 드리는 것을 안된다고 합니다. 오늘 3시에 시간 맞추어 가셔야 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일찍 가실 경우 대기 시간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 : 그럼 전화번호를 줄 수 없다는 분과 잠깐 통화를 할 수 있을 까요?
애플 상담사 : 머뭇거리다, 제가 지침 읽어 보고 말씀드린 겁니다. 통화 따로 하실 분은 없습니다.
고객 : 여의도에 물건이 있는지만 확인할 수 있을 까요?
애플 상담사 : 오늘 예약하신 시간인 오후 3시에 방문 바랍니다. 여의도와 따로 전화는 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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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신이 투철하신 애플 상담사님과의 이야기는 이렇게 돌고 돌았고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당당하게 IFC L1 애플 스토어 여의도에 아이 손잡고 들어가서 친절하고 시크한 애플 매니저 님의 안내를 받으며 수백만 원짜리 Mac을 수령하고 아이손에 쥐어주고 싶었던 나의 로망은 도착시간을 앞당기려는 욕심에 큰 재앙으로 끝났다.
통화를 끝내고 아이는 내게 3시에 예약했으면 3시에 가면 되지 왜 이렇게 때를 쓰냐고 마사지 예약 3시에 했으면 3시에 가야지 2시에 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한참 잔소리를 듣다가 큰소리로 이어지고 급기야 나는 개밥 그릇까지 던지며 나의 답답하고 억울함을 화로 표출했다. 3시에 가거나 조금 일찍 도착하면 주변 구경하면 되는데 머가 그리 바쁘다고 애플에 전화를 했나 나 자신이 제일 싫었고 그런 엄마 때문에 아이가 기분 나쁘게 만드는 애플 상담사와 시간낭비 기운 낭비하는 게 속상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개밥그릇을 던지다니. 미안해. 엄마를 용서해 주렴.
예약한 시간 3시에 맞춰가야 한다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신 상담사의 말이 주문처럼 머리에 맴돌아 그 말씀에 순종해야지(?) 정신줄을 다시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아이와의 외출을 위해 챙겨 입었던 실크 원피스가 청승맞게 혼자 도착해서 주차 자리 찾다가 여의도 IFC L1층 애플 스토어에 3시 7분에 도착했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애플 직원들이 복도 쪽에서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말을 걸며 어떤 일로 오셨는지 물어보았다. 애플 스토어에는 직원과 고객을 구분 짓는 창구나 데스크는 없지만 거기 서있는 직원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도 업무적으로 스탠딩 리셉션을 할 때 직원 한 두 명이 문쪽에 대기하며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담당 인원과 연결해 주는 서양 파티 문화가 연상되었다. 편안하고 격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더 경직된 룰과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나도 애플 스토어 매장 입구 복도 앞에서 키 큰 직원에게 나의 용무를 이야기했다. 아까 애플 전화 상담사님과의 대화 이후 3시에 도착하지 못하고 3시 7분에 도착한 것 때문에 혹 불이익이라도 당할까 봐 "3시 예약인데 조금 늦어서 어쩌죠?" 하니까 주차는 5시간까지 가능하니 걱정 말라고 한다. 참... 애플 직원분들은 키워드 보고 자동으로 대답하는 챗 봇처럼 고객 질문의 내용이나 니즈 파악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들이 교육받은 것을 최대한 무리 없이 딜리버리 하는 것에만 중점을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힘이 완전히 빠졌다.
예약시간인 3시에서 3시 15분 사이에 도착했지만 줄 서서 20분쯤 기다려서야 매니저가 눈빛으로 부른 여성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w로 시작하는 번호를 제시하고 기다리니 쇼핑봉투에 맥북 프로가 담겨 나왔다. 나는 아이가 쓸거라 직접 수령 예약한 건데 같이 못 왔으니 주의 사항과 애플케어 등록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고 여성 직원분은 내 핸드폰에서 애플 공식 페이지를 열어 Today at Apple at Home을 알려 주었다. 거기에서 온라인 세션:Mac사용 시작하기를 눌러 예약을 하면 1시간 정도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 링크를 아이에게 톡으로 보내고 나의 Mac 파동은 끝을 맺었다. 직접 올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아이 손잡고 맥북 직접 받아서 손에 쥐어 주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대학 등록금 하러 소 팔던 시절 그런 정서 아닌가.
택배로 받지 않고 매장을 찾아 직접 수령을 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데 옛 직장 동료가 전화를 해왔다. 2주 전 즘에 온라인 수학 강의를 개발하는 아들의 맥북 구매를 위해 서로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나도 이번 애플과의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정말 애플 상담사와 전화를 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간 먹는 기계'라고 했다. 답이 나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정말 오늘의 나처럼 잘못 걸리면 아무런 소득도 없이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
상품 수령 예약시간을 3시에서 2시로 바꿀 수 있냐고 문의하러 전화했을 때 애플 상담사님이 "물건 도착은 되어있으니 대기시간 생각하시고 조금 일찍 도착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라던가 아니 사실, 서울에 2개밖에 없는 애플 스토어와 전화 통화가 안된다는 거 말이 되는지? 고객이 직접 통화하는 게 귀찮으면 상담사를 통해서 현장에 물건이 있는지 상황은 어떤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예약시간 1시간 변경하려고 전화 한 고객에게 매장과의 연락 방법은 이 메일 밖에 없으며 이메일 답장은 2-3일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정말 말이 되냐고요?
기분 좋게 선물 한번 하고 싶은 엄마 마음 이렇게 처참하게 문들어지게 해도 되냐고요?
아니 마음을 떠나 매장 상황 확인하는데 2-3일이 걸린다는 상담사의 말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애플 관계자님 이거 보시면 한 번만 생각해 주세요.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어 미리 여쭈려고 상담사 어렵게 연결했는데 그게 가능한지 알아보려면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고 답은 2-3일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그래도 소용없다. 애플도 삼성도 나의 모든 것을 갖고 좌지 우지 하니. 개인 정보, 가족 정보, 스케줄, 친구, 업무, 컨택, 금융, 십수년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 꿈을 적은 다이어리 까지. 그러니 내가 맞춰야지 무슨 탓을 해....
애플 상담사님이 조금만 상식적으로 대처했다면, 아니 고객의 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이 사람이 왜 전화를 했는지 생각하고 대처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품 수령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도 되냐는 질문에 십 수차례 오후 3시에 도착하라고 말하고, 그걸 바꾸려면 이 메일 밖에는 없고 응답을 받으려면 2-3일 소요가 된다니ᆢ 축제처럼 기대했던 맥북 수령식은 개밥그릇 대 참사로 발전되었고 마루에도 마음에도 상처가 나버렸다.
그래도 다 내 탓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지. 그래도 속상하다. 억울하다. 애플 사장님. 정말로 애플 스토어 여의도 매장에는 전화가 없나요? 이메일 연락 밖에 안되고 회신받는데 2-3일 걸리나요? 저를 상담해주신 분이 사실과 다르게 말하신 거라면
"애플의 사과' 받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