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이모 Oct 01. 2021

지니 이모의 보스턴 3대 맛집 2탄

보스턴 미술관 자리였던 Fairmont Copley Plaza 1층

혹시나 하고 짐가방에 넣었던 와인색에 비즈 단추가 화려한 니트 원피스를 챙겨 입었다.  딸아이는 블랙 스리브리스 미니 원피스에 숏재킷을 걸쳤다.  지난 몇 주간 내 허리춤에서 여행자의 어깨를 편하게 해 주던 범 백 (Bum bag)은 잠시 풀러 두었다.  나는 아마존으로 구매한 원피스와 잘 매치되는 숄더백을 들고 딸은 지난달 생일 선물로 받은 미니 백을 가볍게 들고 상쾌하게 집을 나섰다.  오늘은 호텔 1층에서 밥 먹는 날^^


날씨가 흐린듯해도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걸어서 13분.  이럴 경우 20분은 잡아야 맘도 발걸음도 편하다.  혹 비가 와도 걱정 없다.  늘 내 가방 안엔 양산이 두 개.  그중 하나는 회사 다니던 시절 친한 후배랑 방문한 환기미술관에서 데려온 김환기 화백의 뉴욕시대 (1963-1974) 작품 '색연필 점화' 모티브로 제작된 3단 양산.  한때 보스턴 미술관 자리였던 곳에 식사를 하러 갈 때 딱 어울리지 않는가.  어쩌면 김환기 화백이 부인 김향안 여사와 함께 방문했었을 수도 있는 이곳.  지금은 Marriott 회원사로 Fairmont Copley Plaza호텔.  1층에 위치한  Oak Long bar + Kitchen에 두 명을 위한 테이블을 예약했다.


이름에 Long bar가 먼저 나오듯 이곳은 주로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모임을 위해 드링크를 하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손에 잔을 하나씩 든 사람들이 서서 칵테일과 담소를 즐기고 있다.  관심 없는 듯해도 곁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예약이 되어 있으니 성큼성큼 들어가 안내를 받았다.  중간에 아주 긴 바가 있고 식사 테이블은 식당 벽면 쪽에 10개 정도 그리고 야외에 또 십여 개.  야외는 이미 만석이고 날씨도 조금 흐려서 식당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정해 놓은 메뉴를 몇 개 시켰다.  엊그제 예약하러 왔을 때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메뉴 한 장을 주면서 가져가서 더 보라고 했던 것.  New England 대표 메뉴인 클램 챠우더와 랍스터 롤을 시켰다.  그리고 담당 웨이터의 추천을 받아 광어 구이 주문.  정식 메뉴 이름은 Georges Banks Halibut, charred corn and tomatoes, poached leeks, spanish pebre, spiced pepita seeds.  매사추세츠 주 동남해안의 조지퇴 (Goerges Bank)에서 갓 잡은 광어를 구워서 숯불에 그을린 옥수수와 데친 부추와 방울토마토에 곁들어 주는 요리.  생선도 크지만 깔려있는 옥수수 등의 양이 정말 많아서 혼자는 도저히 먹을 수 없지만 이야기하면서 계속 공약하다 보면 결국 바닥이 드러난다.


광어구이,  랍스터  롤. 자몽 모히토
뉴 잉글랜드 크램챠우더스프과 Fairmont Copley Plaza 로비



클램 챠우더는 한 컵에 9불, 큰 볼에 받으면 12불.  랍스터 롤은 하드 롤 빵에 랍스터를 넣어 주는데 정말 또 랍스터 양이 어마어마해서 남길 뻔.  하나를 시키면 반을 잘라 주는데 그 반쪽만 먹어도 충분히 식사가 된다.  36불.   광어구이 35불.   드링크는 spirit free, 즉 무알콜로 시키려니 초이스가 2개 밖에는 없어 각각 시켜 보기로. 자몽 모히토와 크렌베리와 레몬을 넣은 슈퍼 프레시 각 8불.


건물의 우아함과 최근 레노베이션을 끝낸 식당의 인테리어, 그리고 아주 친절한 직원분들의 서비스로 지니 이모의 보스턴 3대 맛집 2위를 하게 된 Oak Long bar + Kitchen.  Oak로 시작하는 다른 식당도 있으니 꼭 Fairmont Copley Plaza 1층의 식당으로 가보시기를.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1층 로비를 꼭 한번 걸어보시기를.  로비를 걷게 되면 약 2m 간격으로 피카소, 마티스 등 최고의 미술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천정 모습이며, 벽, 카펫 모두 우아하고 아름답기가 참 이런 게 전통이구나, 이런 게 예술이구나 감탄을 하게 한다.  


그러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개인적인 의견으로 뽑는 보스턴 3대 맛집이라도 Oak Long bar + Kitchen이 2위가 되는 것은 결코 음식의 맛과 양 때문은 아니다.  100여 년 전 이 건물이 지어질 때의 보스턴의 분위기와 문화, 역사 그리고 그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  지니 이모의 보스턴 맛집 2위.  Fairmont Copley Plaze 1층.  Oak Long bar+kitchen.  맛난 음식뿐 아니라 잘 보존된 역사와 예술로 또 다른 허기짐 까지 채워주는 아주 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니 이모의 보스턴 3대 맛집 1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