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리얼 직장 체험기, 명품 직장은 없다. '맞는 직장'만 있을 뿐
폴란드에서의 교환학생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고민이 되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마지막 학기만 남았고 그 뒤엔 졸업이니 취업을 해야 한다.
문화예술 국제교류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진로로 정했다.
하지만, 그 다음 걱정은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시켜 ‘직장’을 찾을 수 있을 지가 막막하였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 내에선 이쪽 분야로 진로를 정한 선배가 없었다.
그나마 대학교 안에 국제교류 협력과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이곳에선 주로 학교 간 유학생 유치 및 관리의 업무가 주된 일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문화’를 통한 ‘국제교류’ 이었다.
여러 날 동안 고민을 하다 결국은 내게 맞는 ‘전투복(직업)’을 찾기 위해선 역시나 내가 대학생 때 했던 방법과 동일하게 직접 ‘전쟁터(직업 전선)’로 뛰어들어 겪어볼 수밖에 없다 생각하였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지역의 한 국제교류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센터)에서 인턴십을 했던 것이 거름이 되었다.
직업은 내 성향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세상이 정한 ‘좋은 기업(회사)’ 순위가 있다.
물론 다수가 좋다고 인정한 곳은 정말 좋은 곳이다. 옷으로 말하면 ‘명품’인 것이다. 하지만, 그 명품 옷이 내겐 정말 안 어울릴 수 있고 내가 입고 생활하기엔 편하거나 그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여러 옷들을 입고 내게 가장 맞고 편한 옷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폴란드 학기 마무리 중 나는 중앙 공공기관 성격의 교류재단에 인턴십 지원을 하였다. 감사하게도 합격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 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공보과(공공외교 파트)에서도 단기 인턴십을 했다. 그렇게 총 3군데의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들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 내가 어떤 성격의 기관에 가장 잘 맞는지 알고 선택지를 좁힐 수 있었다.
나는 직업을 고를 때 그 회사의 장·단점이 중요하기보다 그 특징들이 자신과 맞는 지 혹은 맞지 않는 지가 더 중요한 고려 요건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누구에게도 좋은 회사는 없고 설령 좋은 회사도 상황에 따라 나의 여건에 따라 시간이 가면서 더이상 자신에게 최상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경험한 단 3개의 기관만으로 일반화 할 수 없지만, 내가 경험한 환경 안에서 나의 성향과 직업관, 우선순위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결정해 보기로 했다.
먼저, ‘비영리단체(센터)’는 자체적으로 조직된 사단법인이여서 수직적인 조직문화보다는 좀 더 담당자가 한 사업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아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다만, 단체의 사업 운영비가 후원금(회원제)을 바탕으로 운영되어 센터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열심히 사업을 유치해야 되는 재정적인 부담감이 있었다. 또한, 일의 양이 많기에 잦은 야근 및 주말 근무가 상당했던 점은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장기적으로 근무하기엔 어려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재단)’은 정부 산하 기관이기에 좀 더 조직적이고 사무적인 느낌이 강했고 사업을 하더라도 업무 매뉴얼, 회계규정, 지출규정 등 다양한 규정과 법령을 토대로 일을 해야 했기에 행정적인 일들이 많은 편이었다. 반면, 정부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예산이 내려오기에 재정적, 조직적 안정감이 크게 느껴졌다.(특히 월급 밀릴 걱정은 없을 것 같은) 그리고 법적으로 규정된 다양한 복지(육아휴직, 연가 등) 등이 잘 보장되어 있어서 내겐 이 점이 제일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대사관’은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일을 하지만 외국(해당 국가)의 규정을 따랐다. 회사 내부에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 근무함으로 의사소통이든, 업무든 상시 외국어 사용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여 만약 외국어 능력이 통달한 수준이 아니라면 꾸준히 공부해야 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이 들었다. 대사관 내의 업무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는 생각보다 다양해서 국제적인 커리어와 인맥을 쌓기엔 최고로 좋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규 채용은 거의 나지 않는 편이었다.
세 곳의 기관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나는 내 삶과 일에 대해서 가장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어떤 조건과 환경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지에 대한 것이다. 친구들은 하나 같이 ‘대사관’ 쪽으로 선택하길 권했다. 아니면 오히려 해외로 나가 취업을 하길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도권에서의 취업이 우리가 고생해서 했던 공부에 대한 보상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해외도, 수도권도, 대사관도 아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비수도권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에 최종 입사하였다. 내겐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내 개인적인 삶과 직장에서의 삶이 잘 분리될 수 있도록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는 곳이 중요했다. 또한, 내겐 해외와 수도권은 마음의 휴식처가 되기엔 너무 번잡한 장소였다. 솔직히 프라이드와 삶의 확장성 면에서 대사관으로의 취업도 욕심이 났지만 나의 역량이 내가 그곳에서 전문적으로 일을 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니 답은 더 쉬워졌다.
어떤 직장도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곳은 없듯이 나는 최대한 나의 성향과 일에 대한 가치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느 정도는 충족하여 할 수 있는 직장으로 감사하게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곳에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