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 나를 위한 옷은 단 하나가 아니다.

부제 : 한 가지 일에만 나를 한정짓지 말기. 하고 싶은 일들을 확장하기

by 글둥지


'하고 싶은 일'을 오롯이 직업으로 삼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그 하고 싶은 일을 평생토록 재밌어하고 만족하며 다니는 경우는 더욱 많지 않다.


대학 때 그렇게 고심하며 내 성향에 맞는 만족한 직장을 찾았음에도 사람의 갈증과 만족에 대한 탐욕은 끝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내게 주어진 것들이 더이상 감사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고, 재밌게 했던 일들도 점점 지루하고 하기 싫어지게 되면서 불평을 하는 날들이 많아져 갔다. 좀 더 새로운 '다른 걸' 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평생 한결 같이 좋아할 순 없고 똑같이 어느 시기엔 슬럼프도 오고 번아웃도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 나같은 MZ들이 멀쩡한 직장 잘 다니다 또 다른 꿈을 찾아 '퇴사' 또는 '이직'을 하는 영상들이 쏟아졌다.

나도 순간 혹~ 하는 마음에 계속 영상들을 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내 성격에 절대 '퇴사'는 아니다 싶었다.

나는 생각보다 자유가 주어지면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며 적당한 규율과 울타리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겐 퇴사와 이직보단 직장을 활용하거나 또는 개인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내가 추구하는 또 다른 일들을 하는 게 더 맞는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단 1개의 직업만 가져라.'는 인식보다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일들에 여러 개의 직함을 가지며 사는 시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내가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때때로 슬럼프나 싫증의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마다 들리는 또 다른 마음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말하는 '해보고 싶은 또 다른 일'에 도전해 가며 살아본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이 지루하지 않도록 그저 살아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재미와 기대로 풍성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보고 있다.




1. 영어 방송 일을 해보다!

내가 사는 지역에 '영어방송국'이 있었고 우리 회사와 유관기관이었다. 그곳에도 가끔 외부 게스트를 초청해서 방송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에서 이 일에 관련된 일을 하진 않기에 무턱대고 내가 지원할 순 없었고 막연히 같이 일했던 팀장님에게 넌지시 “저도 언젠가 영어방송 일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것이 2년 정도 지난 후에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때마침 PD가 주1회 10분 정도 주간 문화예술 행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영어할 줄 아는 사람이 하면 적합할 거 같다며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고 감사하게도 나를 떠올려 주시고 제안을 주신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끝에 땀이 맺혔다.

그저 꿈꾸고 말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신기하고 뭉클한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렇게 약 2년 반 정도 영어방송국에서 주1회 게스트로서 라디오 방송 일을 해볼 수 있었다. 회사 일로써 하는 일이였기에 책임감도 생겨 좋았다. 내 인생에서 라디오 방송이라니!


2. 영어 강사 일을 해보다!

나는 전적으로 친구들과 '대화(Talking)'를 하면서 영어를 재밌게 공부했던 터라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사실 직장인이라면 때때로 프리랜서의 삶을 꿈꿔보지 않던가. 주어진 업무가 아닌, 누구에게 검토 받는 보고서가 아닌, 내 스스로 커리큘럼도 짜보고 프리하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동네의 한 문화센터에 이력서 한 장을 들고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제가 이러이러한 사람인데요. 여기서 한 번 영어 프리토킹 반을 수업해 보고 싶어요."

가끔은 무모한 도전이 기가 막히게 수락되는 경우도 있다. 신기하게도 문화센터 담당자는 흔쾌히 알았다는 답변을 주셨고 한 학기는 수강생 모집이 되지 않아 무산이 되었지만 다음 학기에 수강생 4명을 시작으로 나는 '영어 프리토킹 수업'을 해볼 수 있었다. 이 또한 2년 정도 했었는데 이때 수강생으로 만났던 분들과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남녀노소 상관 없이 순수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좋고 해보고 싶어 모인 사람들과의 만남.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나 또한 많이 배우고 즐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3. 영어 통역사로 봉사해보다!

마지막으로 막연하게나마 꿈꾸던 영어통역사. 그중에서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교회에서 설교를 영어로 통역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될지 몰라, 유튜브로 영어설교도 듣고 영한번역 책도 읽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설교통역 제안이 들어왔고 현재까지 여러 해 동안 봉사해 오고 있다. 사실 직장 일을 하면서 종종 행사장에서 만나게 되는 프리랜서 영어통역사 분들을 동경해왔다. 그래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하곤 했다. 프리랜서 통역사로 살기엔 내가 추구하는 직업관과 나의 역량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봉사라는 또 다른 방법을 통해 충족해 보기로 한 것이다.


직장 일을 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면서 느낀 게 있다.

첫 째는, 세상에 정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직장의 소중함을 느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거나 지금 직장 일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바로 그만두는 용기는 없다. 내겐 ‘소속감’과 ‘안정감’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기엔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역량이 필요함을 느꼈다. 특히나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려면 끊임없이 나의 능력을 증명해야 된다는 사실이 내겐 참 어려웠다. 그것을 잘하는 사람은 그 길을 택하면 되고, 나처럼 그런 용기가 없는 사람은 취미의 한 형태로 누리면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따르면 된다.


그래서 나는 내게 딱 맞는 옷 한 가지(=직장)를 안정성 있게 입고 있되, 가끔 기분을 전환하고 싶거나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땐, 조그마한 악세서리나 사이드 소품을 걸치는 것(=직업 외 일로 확장해서 취미로 하기)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 삶은 내게 직장으로부터 오는 번아웃에 소소한 활력을 주는 엣지로 작용했다.

내가 가진 단 하나의 직업에 나를 한정짓지 않고 좀 더 확장된 시야로 내가 정말 좋아하고 현재 하고 싶은 일들을 소소하게 해나가 보고자 한다.



사진: UnsplashAmanda V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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