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돌아다니는 카페, 아이를 반겨주는 시골

토요일 아침 버스 여행, 그리고 사랑받는 아이로 자란다는

by 귀촌 아빠

아내가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는 탓에, 주말 아침은 온전히 딸과 나 둘만의 데이트 시간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내일 아침 데이트 코스를 짜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다 문득 헛웃음이 났다. 데이트 코스를 고민하고 리드해야 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남자들에게 주어진 오래된 숙명이었던가?


갑자기 찾아온 겨울 추위에 활동 반경이 조금 줄긴 했지만, 우리 부녀(父女)의 데이트는 주로 논산 시내버스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덜컹거리는 버스 창밖을 구경하다가 아이와 함께 내릴만한 곳이 보이면 즉흥적으로 내리는 재미. 그것이 우리의 여행법이다.


날이 좋았던 최근까지는 '아빠를 위한 카페인 충전'과 '아이를 위한 놀이'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주된 코스였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세련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를 이루지만, 이곳 시골에는 사장님의 철학과 일상이 짙게 배어있는 개성 있는 카페들이 보물처럼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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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우리 딸이 요즘 푹 빠져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돼지'**가 활보하는 카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품에 안길 듯 작고 귀여운 돼지였는데, 지금은 아이가 겁을 먹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녀석이 카페 테이블 사이사이를 유유자적 누비고 다닌다. 이 정도 압도감은 있어야 애견 카페나 고양이 카페와 차별화가 되는 걸까?

내이름은 밤비


돼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사실 우리가 이곳을 단골로 삼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장님의 '환대'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장님은 언제나 환한 미소로 아이를 반겨주신다. 비단 이 카페뿐만이 아니다. 시골 생활을 하며 느낀 가장 큰 따뜻함은 식당이나 카페, 그 어느 공공장소를 가더라도 아이를 성가신 존재가 아닌 '귀한 손님'으로 여겨주는 시선이다. 노키즈존을 검색하며 눈치 보던 도시와는 달리, 이곳엔 아이를 향한 다정한 눈맞춤이 있다.


나도 모르게 이곳 생활에 스며들게 되어 버린 건, 아마도 그 따스한 공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예쁜 나이에, 가장 많은 사랑과 환대를 받는 곳에서 아이를 자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 줄수 있는 자랑스런 선물중 하나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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