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열 살 )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외투를 입으려던 순간
살짝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쿵!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그 순간,
눈앞에 있던
작고 검은 점이
크고 동그랗게 확대되는 듯싶더니
이내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생겨났다
놀란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다리에 들러붙은 그 녀석을 떼어내려
나는 마구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녀석은 더욱더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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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리 부부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사달이 났다.
시누이에겐
별이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있다
어느 날,
한적한 길을 운전하던 중
길 중앙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
"냐~옹" 하며 울고 있던 별이.
그 시절
마음이 힘든 시누이에겐
별이가 그리도 마음에 걸렸더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별이.
한참을 주변에서 기다려보아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안쓰러움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녀석.
하필,
아들이 넘어지던 그 순간
그곳에 별이가 있었나 보다.
"엄마, 어디야? 빨리 와줘"
"왜? 무슨 일이야?"
"나 별이한테 공격당했어"
떨리던 아들의 목소리,
그럼에도 울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안심했다. 별 일 아니겠지.
"엄마 빨리 와주면 안 돼?"
"왜? 많이 다쳤어?"
"응. 아니. 피가 계속 나"
"그래?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냐? "
"고모가 소독해주고 있어"
"그래? 많이 아파?"
"응. 근데 빨리 오면 안 돼?"
"엄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피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말에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 병원도 아니고
집에서 소독하는 중이라고 하니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나,
도착해서 보니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아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늘 어딜 가든
고모 차만 타겠다던 녀석이
그냥 엄마 옆에만 붙어있겠다고.
병원에 가기 위해
차 뒷좌석에 함께 앉는 순간
아들 녀석이 한 마디를 던진다.
"엄마. 나 울어도 돼요?"
"많이 놀라고 아팠을 텐데 안 울었어?"
"응. 난 엄마가 없으면 울 수가 없단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성통곡을 하는 아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가 곁에 없을 땐 고모가 엄마랬잖아.
고모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좀 울지 그랬어"
"싫어. 난 엄마 없으면 못 운단 말이야."
한참을 울다 진정이 되었는지 아들이 말했다.
"엄마 다쳐서 미안해요.
나 때문에 많이 속상하죠?"
"괜찮아.
엄마는 그냥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것뿐이야"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제가 다쳐서 엄마도 울고 싶죠?
이제 울어도 돼요."
하아. 다친 건 본인인데... 아직도 많이 아플 텐데...
속상할 테니 나더러 울어도 된단다.
"엄마한테는 안 그래도 돼.
넌 아직 9살 어린아이 일 뿐이야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슬프면 그냥 울고..
넌 그냥 솔직하기만 하면 돼.
그리고 엄만 괜찮아.
엄마가 울어버리면 넌 누구에게 기대니.
엄마는 엄마잖아. 그러니까 다 괜찮아. "
사실, 아들의 그 말 때문에 정말이지 울 뻔했다.
이제 겨우 9살의 어린 네가
왜 벌써부터 이렇게나 속 깊은 어른 같은 모습을 보이는지.
"아들. 아파서 아프다고 우는 건 흉 아니야
속상해서 우는 것도 마찬가지야.
작은 일에도 항상 우는 건 좀 그렇겠지만
마음이건 몸이건 네가 생각하기에
많이 아프고 힘들면 우는 게 맞는 거야.
그건 흉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참지 마 알겠지?"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을 할 때마다
우리 집에 계시는 그분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거드신다.
(이따금 장금이로,
평상시엔 곰탱이로 변신하시는 남자사람)
"남자가 그렇게 자주 우는 거 아냐.
넌 별 거 아닌 일에 너무 징징대며 울어."
뜨악.
울만한 상황이니 우는 건데
아프고 슬픈 것에
남자가 어디 있고 여자가 어디 있는가.
울고 싶으면 우는 거지.
(이 분 뭘까.
심지어 나보다 한 살이나 젊은 분께서.
왜 이렇게 고리타분하시지? 뭐지. 이거?! )
그래서인지 사실 그분의 속내도
평소엔 좀처럼 알 길이 없다
(물론,
취중 취조로 모든 궁금증은 해결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참으로 걱정스럽다.
또래들에 비해
비교적 감정표현을 잘하는 편이라는
지금의 아들이 이 정도라면,
좀 더 자라고 나면
얼마나 더 스스로를 포장하게 될까.
또한.
걱정스러운 한 가지는.
상처야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겠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별이가
이제는 애정의 존재가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가 되어버린 듯해서
그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전지적 별이 시점]
바로 옆에서 쿵! 하며 큰 소리가 났다
'뭐지?'
놀란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이내 커다란 몸뚱이가 나를 향해 쓰러져 내린다.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찰나의 순간 다행히도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거대한 몸뚱이의 일부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