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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라쥬 May 28. 2020

아홉 살 아들

( 지금은 열 살 )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외투를 입으려던 순간

살짝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쿵!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그 순간,


눈앞에 있던

작고 검은 점이

크고 동그랗게 확대되는 듯싶더니

이내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생겨났다


놀란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다리에 들러붙은 그 녀석을 떼어내려

나는 마구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녀석은 더욱더 사나워졌다.


------------------------------------


지난 주말,

우리 부부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사달이 났다.


시누이에겐

별이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있다


어느 날,

한적한 길을 운전하던 중

길 중앙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

"냐~옹" 하며 울고 있던 별이.


그 시절

마음이 힘든 시누이에겐

별이가 그리도 마음에 걸렸더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별이.


한참을 주변에서 기다려보아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안쓰러움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녀석.


하필,

아들이 넘어지던 그 순간

그곳에 별이가 있었나 보다.


"엄마, 어디야? 빨리 와줘"

"왜? 무슨 일이야?"

"나 별이한테 공격당했어"


떨리던 아들의 목소리,

그럼에도 울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안심했다. 별 일 아니겠지.


"엄마 빨리 와주면 안 돼?"

"왜? 많이 다쳤어?"

"응. 아니. 피가 계속 나"

"그래?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냐? "

"고모가 소독해주고 있어"

"그래? 많이 아파?"

"응. 근데 빨리 오면 안 돼?"

"엄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피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말에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 병원도 아니고

집에서 소독하는 중이라고 하니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나,

도착해서 보니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아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늘 어딜 가든

고모 차만 타겠다던 녀석이

그냥 엄마 옆에만 붙어있겠다고.


병원에 가기 위해

차 뒷좌석에 함께 앉는 순간

아들 녀석이 한 마디를 던진다.


"엄마. 나 울어도 돼요?"

"많이 놀라고 아팠을 텐데 안 울었어?"

"응. 난 엄마가 없으면 울 수가 없단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성통곡을 하는 아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가 곁에 없을 땐 고모가 엄마랬잖아.

 고모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좀 울지 그랬어"


"싫어. 난 엄마 없으면 못 운단 말이야."


한참을 울다 진정이 되었는지 아들이 말했다.


"엄마 다쳐서 미안해요.

 나 때문에 많이 속상하죠?"


"괜찮아.

 엄마는 그냥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것뿐이야"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제가 다쳐서 엄마도 울고 싶죠?

 이제 울어도 돼요."


하아. 다친 건 본인인데... 아직도 많이 아플 텐데...

속상할 테니 나더러 울어도 된단다.


"엄마한테는 안 그래도 돼.

 넌 아직 9살 어린아이 일 뿐이야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슬프면 그냥 울고..

 넌 그냥 솔직하기만 하면 돼.


 그리고 엄만 괜찮아.

 엄마가 울어버리면 넌 누구에게 기대니.

 엄마는 엄마잖아. 그러니까 다 괜찮아. "


사실, 아들의 그 말 때문에 정말이지 울 뻔했다.


이제 겨우 9살의 어린 네가

왜 벌써부터 이렇게나 속 깊은 어른 같은 모습을 보이는지.


"아들. 아파서 아프다고 우는 건 흉 아니야

 속상해서 우는 것도 마찬가지야.

 작은 일에도 항상 우는 건 좀 그렇겠지만

 마음이건 몸이건 네가 생각하기에

 많이 아프고 힘들면 우는 게 맞는 거야.

 그건 흉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참지 마 알겠지?"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을 할 때마다

우리 집에 계시는 그분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거드신다.

(이따금 장금이로,

평상시엔 곰탱이로 변신하시는 남자사람)


"남자가 그렇게 자주 우는 거 아냐.

 넌 별 거 아닌 일에 너무 징징대며 울어."


뜨악. 

울만한 상황이니 우는 건데

아프고 슬픈 것에 

남자가 어디 있고 여자가 어디 있는가.

울고 싶으면 우는 거지.


(이 분 뭘까.

 심지어 나보다 한 살이나 젊은 분께서.

 왜 이렇게 고리타분하시지? 뭐지. 이거?! )


그래서인지 사실 그분의 속내도

평소엔 좀처럼 알 길이 없다


(물론,

 취중 취조로 모든 궁금증은 해결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참으로 걱정스럽다.


또래들에 비해 

비교적 감정표현을 잘하는 편이라는

지금의 아들이 이 정도라면,

좀 더 자라고 나면

얼마나 더 스스로를 포장하게 될까.


또한.

걱정스러운 한 가지는.


상처야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겠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별이가

이제는 애정의 존재가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가 되어버린 듯해서

그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전지적 별이 시점]


바로 옆에서 쿵! 하며 큰 소리가 났다


'뭐지?'


놀란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이내 커다란 몸뚱이가 나를 향해 쓰러져 내린다.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찰나의 순간 다행히도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거대한 몸뚱이의 일부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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