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제법 날이 맑았는데, 그새 뿌옇게 흐려진 하늘을 본다.
어제, 초등학교에 들러 코로나로 인한 체험학습(가정학습)신청서를 제출하고 왔다. 적어도 초반에는 다들 우왕좌왕 정신도 없을 테고, 나 또한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도저히 어려울 듯하여.. 쿨하게 체험학습 신청에 합의했다. '저희 아이는 당분간 등교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서류를 제출하러 가는 짧은 길이_ 저희 집은 학교 코앞입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_ 새삼 너무도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여 또 한 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어느새 '나 여름이 왔소'라고 하듯 햇살은 따뜻함을 넘어 살짝 더운 기운을 뿜는다. 백 미터도 채 되지 않는 이 거리를..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면서 어느새 뜨거운 열기로 마스크는 축축한 기운을 뿜어낸다.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현관 앞에는 빼꼼히 고개를 내민 뜬금없는 카메라 한 대가 나를 노려보며 서 있다. 체구도 위치도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조금은 허술해 보이던 녀석. 현관 밖과 안쪽엔 하얀 바구니에 덜렁 손 세정제가 하나씩 나를 쳐다보며 '이리 와. 무슨 뜻인지 알지?'라며 손짓을 한다. 나는 배움터 지킴이분께 가벼운 목례를 하고, 그는 살짝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보다는 "36.9도"하며 종이에 나의 체온을 무심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에 더 집중한다. 나는 손 세정제로 손을 닦고, 방문 기록을 남기고, 출입증을 받아 다시 현관을 나서 후관에 위치한 미니미의 교실로 향한다.
아이들의 밝은 기운과 에너지가 사라진 적막한 교정_ 돌봄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_ 쨍한 햇살도 외면한 듯한 학교는 어두침침함과 함께 스산한 기운마저 뿜어내고 있다. 후관의 열린 문 앞에 또다시 덩그러니 놓여있는 바구니. 그 속에 외로이 버티고선 손 세정제. 나는 무심하게 두어번 펌프질하여 손에 덜고 신경질적으로 마구 손을 비벼본다. 그리고 열려진 문으로 들어선다. 후관 2층에 위치한, 아직 미니미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미니미의 첫 교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다소 부산스러운 말소리들이 들려온다. "내일 아이들이 오면 신발을 들고... 급식시간은 아무래도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러니까요 선생님, 수업은.. 어쩔 수 없으니까.. 뭐... " 말소리가 들려오는 교실을 지나치며 복도창으로 슬며시 교실 안을 흘깃대본다. 선생님들로 보이는 여럿의 무리들이 주임 선생님으로 보이는 한 분의 선생님 앞으로 둥그렇게 모여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그렇게 서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계신다. 그곳을 지나 미니미의 반을 찾아드니 역시나 선생님은 부재중. 옆반에 계시던 분들이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맞나 보다. 잠시 나는 생각했다. 내가 다녀갔다는 걸 선생님이 지금 알아야할까. '굳이?!'라는 결론과 함께 교실안 선생님의 책상 위에 서류봉투만 살며시 올려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본관에 들러 방문증을 반납해야 하기에 이번에는 미니미의 교실과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본다. 급식실을 가로질러 외부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데, 계단에 발을 들이고 몇 칸이나 내려왔을까. 난데없이 진한 소독약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머리가 아파진다. 결국 나는 그 길로 향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까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나가기로 한다. 아까처럼 손을 소독하고, 방문증을 반납하고, 다시금 손을 소독하고.. 그렇게 나의 짧은 외출은 끝이 났다.
[TMI_ 잠시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체험학습 신청하시려면 내일까지 꼭 학교로 오셔서 직접 서류를 제출하셔야 합니다'라며 신신당부를 하시던 선생님께선 "언제 다녀가셨어요. 저희가 조금전까지 회의 중이었거든요 그때 다녀가셨나봐요. 체험학습 신청서 .. 이제 부득이한 경우에는 직접 방문하지 말고 사진으로 찍어서 제출하는 방안도 지금 논의 중이에요. 그러게요. 내일이 등교일인데, 오늘 논의가 되었네요" ... 그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