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다
한땐 생맥주 오천도 끄떡없었다
생맥주 오백은 기본 입가심으로
본 게임을 부르는 애피타이저 삼았다
생맥주 삼천이면 그럭저럭 취기가 올랐다
그저 양볼에 살짜기 열이 슬쩍 스쳐갈 뿐
약한 취기는 나만이 알 수 있었다
생맥주 오천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적당한 알딸딸과 함께 이유 없는 웃음이
자제할 새도 없이 뿌려지기 시작했고
그 후론 마냥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오백짜리 캔맥주 하나에
바알갛게 쑥스러운 민낯이 드러나고
캔 맥주 두 캔을 채 비우기도 전에
입안의 혀가 따로 논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제 그만
뇌에게서 자유롭고 싶다며...
그냥 술을 끊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