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게임학습콘텐츠의 기초 이해
근래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 ESG,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주로 기업교육 및 조직문화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데요. 각 분야별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를 탐구하기에 앞서,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구현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알아보기 앞서, 게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장하는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나열해 보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연구까지 살펴보았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요? 게임을 구성하는 요건의 가짓수가 점점 적어지고, 용어가 일반적인 언어로 변하는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의 게임은 PC방으로 대변되는 PC기반의 마니아 문화에서부터, 2010년대에 이르러선 모바일 기반의 대중문화로 발전했습니다. 학자들의 게임에 대한 정의도 이런 게임의 대중화, 보편문화가 되어가는 흐름에 맞추어 변화했습니다.
그럼 위에 정리된 정의 중 가장 최근 정의인 Mcgonigal (2011)이 제시한 네 가지 게임의 특성인 목표, 규칙, 피드백, 자발적 참여를 가지고 제가 제시하는 네 가지 활동을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첫째, 윷놀이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목표] 윷놀이의 게임 목표는 ‘가장 먼저 모든 말을 목적지까지 옮긴다.’로 명확합니다. → O
[규칙] 윷놀이의 규칙은 굉장히 심플하고 명료하죠! → O
[피드백] 게임 내에선 나의 윷을 던진 결과에 따른 의사결정, 타인의 의사결정에 따른 나의 말의 위치 변경 등 다양한 피드백이 존재합니다. → O
[자발적 참여] 윷놀이는 일반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활동이죠! → O
모든 요건을 만족하므로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사실 윷놀이는 이론적인 점검 없이도 직관적으로 윷놀이는 게임이라고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럼 두 번째, 영유아들이 즐기는 ‘역할 놀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게요.
[목표] 역할 놀이라는 활동의 목표가 있나요? 목표지점이나 놀이의 끝이 없습니다. → X
[규칙] 역할놀이의 규칙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는 엄마역할, 누구는 아들역할을 맡아 역할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하지만, 윷놀이만큼 명료하진 않고 다소 느슨하다 할 수 있습니다. → △
[피드백] 한편, 피드백은 명확합니다. 나의 발언과 역할 연기를 상대방이 받아 피드백을 하고, 그 피드백을 내가 다시 피드백을 하는 연속입니다. → O
[자발적 참여] 마지막으로 자발적 참여는 말할 것도 없지요. 누구든 역할놀이를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 있습니다. → O
목표와 규칙이 불명확한 역할놀이는 게임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놀이에 명확한 목표와 규칙을 부여하여 게임적인 틀을 완성하면 게임이 되겠죠!
*우리는 이것을 롤플레잉 게임 (RPG)라 부릅니다!
세 번째, ‘주식투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식투자는 게임일까요?
[목표] 주식투자는 나의 자산을 최대한으로 불리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 O
[규칙] 더불어, 투자자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여러 규칙(개장시간, 상한가, 수수료 등))들이 명료하게 존재합니다. → O
[피드백] 내가 매매 활동을 하는 것에 따라 이익과 손해라는 피드백이 명확히 존재하고요. → O
[자발적 참여] 주식투자를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발적 참여를 합니다. → O
우리의 프레임으로 보면 주식투자는 게임이라 부를 수 있어 보이네요! 실제로 주식투자에 푹 빠진 분들은 웬만한 모바일게임보다 중독에 가까운 재미와 몰입을 느낍니다.
마지막 ‘중간고사’입니다. 중간고사는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목표] 중간고사는 시험 성적을 가장 높게 받는다는 목표가 존재합니다. → O
[규칙] 각 시험별로 시험 방식(지필평가 / 수행평가), 시험 시간, 오픈북 여부 등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 O
[피드백] 시험이 끝나면 시험점수라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친절한 선생님이라면 성적향상을 위한 코멘트도 달아주시겠죠? → O
[자발적 참여] 대부분의 학생은 중간고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과목을 너무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가끔 자발적으로 참여할 겁니다. → △
흔히 공부와 게임이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다면 중간고사도 하나의 퀴즈 게임처럼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선 중간고사 성적에 따른 결과가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학생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그렇게 느끼긴 어렵겠죠.
게이미피케이션의 어원은 (Game + ification)으로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으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어떤 행동의 상황과 맥락을 적절히 바꾸어 게임의 속성을 잘 갖출 수 있다면, 게임이 아닌 것도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맥락을 바꾸어주는 일련의 활동이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좋은 게이미피케이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이것은 다음 아티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