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게임학습콘텐츠의 기초 이해
교육과정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만나는 고객사 담당자의 목소리를 빌려보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어려운 개념을 게임으로 쉽게 설명하고 싶어요."
"교육받는 느낌보단 게임처럼 확 끌리는 과정을 만들고 싶어요."
"게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성찰과 토론을 이끌면 좋겠어요!"
"이런 고객사의 문제를 게임학습콘텐츠로 풀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오 그렇군요. 그럼, 좋은 게임학습콘텐츠를 만들면, 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겠네요?"
"아니오! ㅜㅜ"
게임학습콘텐츠를 널리 전파하고 싶은 제 입장에서는, 게임학습콘텐츠가 만병 통치약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 게임학습콘텐츠를 여러 현장에 적용해 본 결과, 각각의 콘텐츠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임학습콘텐츠를 만들 때,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세 가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직관성입니다.
게임 박스를 열자마자, 게임 앱을 켜자마자 학습자가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게임이면 직관성이 좋은 게임이라고 평가합니다. 게임 룰 자체가 간단해서 직관적인 경우(가위바위보, 젠가 등)가 있고, 다소 복잡하더라도 모두에게 익숙한 규칙이어서 직관적인 경우(윷놀이, 원카드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둘째, 게임성입니다.
게임 경험이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선택에 따른 점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을 통해 강력한 몰입을 유발하는 게임일수록 게임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다양해야 하고, 보상구조가 정교할수록 더 긴 시간 동안 깊은 몰입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 게임과 묵찌빠 게임을 비교해 보면, 기초 규칙은 공유하지만, 묵찌빠가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기 때문에 묵찌빠 게임을 더 게임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학습성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플레이 경험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고등학습이 일어나는 학습일수록 학습성이 높은 게임학습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기백기' 게임의 경우, 가녜의 학습위계에서 2단계인 Stimulus Response Learning(신호-반응 학습)이 강조되는 한편, '모두의 마블'의 경우, 돈을 벌고 쓰는 규칙을 기반으로 1등을 달성하는 Problem Solving(문제 해결 학습)이 강조되어, '모두의 마블'이 '청기백기' 게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학습성을 띄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개념은 한 가지가 강조되면 다른 한 가지가 약화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학습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관성을 강조하다 보면, 게임 규칙과 구조가 단순해져 게임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학습자가 새로운 개념을 습득하고, 고등사고를 촉진하기 위해 게임학습콘텐츠의 학습성을 강조하다 보면, 게임으로서의 매력과 흥미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럼, 게임학습콘텐츠는 무용한 걸까요?
아닙니다!
교육 요구에 맞게 트레이드-오프를 잘 활용하면, 멋진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 요구에 따른 사례와 함께 볼게요.
전사원 대상 핵심가치 / 경영방침 교육과 같이, 직무 및 직급을 특정하지 않는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많이 요구합니다. 일단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기 위해선, 게임의 직관성이 확보되어야 하고요. 한편,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선 게임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럴 때 저는 윷놀이, 모두의 마블 같이 많은 세대에 걸쳐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게임 틀에 핵심가치/경영방침 콘텐츠를 적용하는 방안을 즐겨 제안합니다. 여러분도 위 그림만 봐도 대충 어떻게 플레이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나요?
물론, 이 경우 핵심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게임 경험에서 녹여내긴 어렵기 때문에, 게임 후 리플렉션 및 토론 활동으로 부족한 학습성을 채워 넣기를 함께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소개하거나 고민해야 하는 콘텐츠는 게임성과 학습성을 모두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웁니다. 회사에 이슈에 공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를 경영해 보는 경험입니다. 회사의 밸류체인을 경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활동에 여러 경쟁요소,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경영진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영 게임을 만듭니다.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은 밸류체인 이해뿐만 아니라, 여러 학습 장면에도 활용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핵심가치 교육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핵심가치도 결국 비즈니스라는 맥락에서 도출된 가치관이기 때문에, 학습자가 모의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핵심가치가 도출된 이유와 맥락을 짚어보며, 핵심가치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죠. 경영자의 시각에서 하는 게임이니, 연출하기에 따라서 리더십 교육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죠?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병통치약처럼 설명드렸지만, 여러 제약도 있습니다. 게임성과 학습성을 강조한 나머지, 직관성을 포기한 케이스이다 보니, 참가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숙지하고 수행해 보기 위한 예행연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게임성을 내려놓는 방법도 방법입니다. 게임성 없는 게임학습콘텐츠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대표적으로 질문젠가, 밸런스게임 같은 예능 콘텐츠를 떠올려 볼게요.
게임성을 뺀 게임학습콘텐츠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선 누가 이기고 지는 상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승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활동 본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습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양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럼으로써 게임이라 부르기엔 아쉽지만, 훌륭한 퍼실리테이션 툴이 되기엔 충분합니다.
한편, 이런 콘텐츠는 승패에 따른 보상이 빠져있는 만큼, 내재적 동기부여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참가자가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자에게 제시되는 활동이 흥미로운 한편, 안전감을 충분히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게임적인 선택지와 보상 없이도 학습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가운데, 자발적 토론과 성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론은 조직 또는 학습자가 어떤 학습환경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꼭 맞는 게임학습콘텐츠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늘 콘텐츠를 새로 만들고, 또 만들고 있지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계신가요?
문제에 꼭 들어맞는 게임학습콘텐츠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