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사천 에어쇼와 진주 탈춤 한마당에 갔다. 에어쇼는 정말 사람이 많아도 많아도 그렇게 많을 수가 있나. 2주 전에 진주 유등축제에 갔을 때 애들한테 ‘태어나서 이렇게 사람 많은 거 처음 보지?’ 말했는데, 에어쇼에서 그 기록 경신한 듯. 아, 그러고 보니 그전에 영주 풍기 인삼엑스포에서 우리 애들 사람 제일 많이 본 날이라고 처음 말했구나.
코로나 팬데믹 때 못한 잔치 구경을 주말마다 하면서 사람 구경도 원 없이 다 해본다. 다들 그렇겠지. 그런 한편으로 축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비교를 하게 되는데, 가장 재밌었던 축제는 진주 탈춤 한마당이다. 관 주도로 주최되는 축제가 아니고 민간단체가 꾸려나가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지 않고 편안하다. 다른 축제들에 비해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날이 잔뜩 서게 되지도 않고, 아름다운 강과 산을 배경으로 설치된 무대 가까이에 앉아 평화롭게 공연 보는 맛이 좋다.
내가 재밌게 본 공연은 토요일 오전에 열린 진주검무 발표회다. 진주 곳곳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과 진주검무 동아리를 운영하여 연습한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전통 검무를 추는 팀도 있었고, 창작무를 보여주는 팀도 있었다. 전통 검무만 보았다면 지루했을 텐데, 창작공연을 보면서 전통춤의 동작과 비교를 통해 진주검무의 원형을 알 수 있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나와 딸들도 배워보면 좋겠다 생각이 들기도…….
일요일 오후에 본 줄타기 공연과 저글링 쇼, 비눗방울 쇼도 재밌었다. 북청사자탈춤과 창작 판소리, 하회별신굿을 꼭 보고 싶어 갔었는데, 끼니 챙기느라 놓치고, 아이들이 지루해해서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못 봤다. 사실 아이들 핑계 아니라도 전통탈춤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었다. 아이들 방해 없이 집중해서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그때도 재미없다고 하려나? 줄타기 전수자는 아직 배우고 계시다고 하던데, 지금도 재밌게 잘하시는데 내년엔 얼마나 멋진 줄타기를 보여주실지 기대가 된다. 이자람 님 에세이를 읽고서 판소리 공연에 관심이 생겼는데, 좋은 기회라고 갔지만 볼 기회가 안 난 게 너무 아쉽다. 전날 오정해 님 공연도 놓쳐서 아쉽고.
진주탈춤 한마당에선 바쁘게 움직일 것도 없고, 사람들에게 치일 것도 없이, 앉아서 즐겁게 손뼉 치고 웃고 소리치며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내년에 꼭 챙겨서 가 볼 축제다. (오전에 갔던 에어쇼에선 시간에 쫓기고 사람들에게 밀려서 피곤하기만 했는데……) 아니다, 진주탈춤 한마당은 해마다 가야지. (아, 안동탈춤축제도 갔었는데, 제대로 돌아본 게 아니라서 비교하긴 거시기하지만 시에서 안동 경제 살리기 하려고 애썼다 싶은 축제였다. ‘탈춤’ 축제가 아니라… 사실 요즘 축제들 웬만하면 다 고만고만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