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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Nov 30. 2022

관계가 좋아지는 비법

피터 비에리의 <자유의 기술> 읽기



요즘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소재 걱정을 안고 산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분이 소재를 꿈으로 하나 내려 주셔서 오늘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꿈에서 나는 아이들 운동회를 보러 갔다. 갑자기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새 체육복을 나눠 주면서 입으라고 했다. 받은 옷에서는 새 옷 특유의 기름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대체로 옷을 사면 먼저 빨아 입기 때문에 선뜻 새 옷을 입기가 불편했는데, 화학품 냄새까지 나니 머리까지 아팠다. 아무런 공지 없이 갑자기 옷을 갈아입으라는 처사도 부당하게 느껴져서 화가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부모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겹쳐 있거나, 갈아입고 있었다. 결국 눈치를 보면서 결국 옷을 갈아입고 말았는데,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명분이 있으면 소속감이 생기는구나, 이건 글쓰기 소재다. 기록해 둬야 해.’

 

이 생각을 하는 동시에 꿈인 것을 알아차렸다. ‘메모해두지 않으면 분명 까먹을 텐데, 그렇다고 종이와 펜을 찾아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긴 싫고, 어쩐담. 할 수 없지, 계속 생각하자. 다시 잠들기 전까지 생각한다. 명분이 있으면 소속감이 생긴다. 명분이 있으면 소속감이 생긴다. 명분이 있으면 소속감이 생긴다…….’


끝까지 보살펴 주신 그분의 도움으로 다행히 안 까먹고 글쓰기 소재로 살아남았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명분과 소속감의 화살표 관계가 반대로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해졌다.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개인적 신념을 저버릴 명분을 만들었다. 개인의 욕구보다 집단 내에서 문젯거리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앞세웠으니까.


실제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 그곳의 분위기에 달라질 것 같다. 선생님께 옷을 갈아 입지 못할 이유를 말하며 내 의사를 전달할 용기…. 지금으로선 엄두 안 난다. 아마도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옷을 갈아입지 않은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눈치를 보다가 마지못해 체육복을 입게 되지 않을까. 그사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학교 측에 건의하기를 기다리면서.


이럴 때면 나는 자유로운 사람인가 의심이 생긴다. <자유의 기술>에서 저자, 피터 비에리는 규칙을 인지하고, 선택권을 지닌 상태에서 결정(의지의 형성)을 내릴 수 있다면 “의지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한다. 나는 운동회에서 최면에 걸린 것도, 세뇌당한 것도, 강박적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나의 소망과 의지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거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서 ‘인격 존재로서 믿는 훈련’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 훈련은 이런 것이다. 피터 비에리는 인격 존재는 도덕적 감정을 전제로 하는데, 타인이나 자신에게 향한 도덕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분노, 경악, 혐오감, 원망, 후회, 수치심, 거북한 양심의 공격’을 얻게 되고, 반대의 경우엔 존경과 경탄,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썼다. 도덕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연습을 계속한다면, 나의 인격 존재를 믿게 되고, 나의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결과가 따를 것 같다. 나의 양심과 신념을 수행하면서 자랑스러움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운동회에서 선생님께 일단 건의를 드려 보는 용기를 갖거나, 나의 말에 힘을 더하기 위해 먼저 부모들과 의견을 나누는 게 방법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개꿈치곤 메시지가 있는 게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이것은 요즘 읽고 있는 <자유의 기술>을 깊이 생각해보라는 그분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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