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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Dec 02. 2022

폴라티 예찬


폴라티셔츠는 나의 겨울 교복이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졌다 싶으면 긴소매 옷을 찾는  아니라 폴라티셔츠부터 꺼내서 다음 해 여름이  때까지 입는다. 환절기 옷장 정리보다도 폴라티셔츠를 찾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외출복으로만 입는 게 아니라 잠잘 때도 입는다. 외출복으로 입던 옷이 낡으면 집에서 입는 옷이 되는데, 대부분의 긴팔 소매 옷이 목티셔츠이다 보니 여름 빼고 온 계절 동안 폴라티셔츠와 반 폴라 티셔츠를 입는다.


폴라티셔츠에 대한 사랑은 아이를 낳고부터 시작됐다. 갓난아이 데리고 외출 한번 할라치면 짐이 한 보따리인데 내 목도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웠다. 멋보다도 간편함과 신속함이 더 중요했다.


이젠 어쩌다가 멋 낸다고 라운드넥 스웨터를 입고 목도리를 하면, 어깨 위 목도리가 무겁다. 어릴 때는 목티셔츠만 봐도 세상 답답하고, 그 옷을 어떻게 입을 수 있는지 이해불가였다. 이제는 목티셔츠가 있는 게 너무 고마울 지경이다.


또 고마운 이유가 있는데, 목폴라티셔츠만 입으면 쇼핑 시간이 줄어든다. 옷을 사러 가서 반 폴라티셔츠나 폴라티셔츠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검정 아니면, 흰색, 그것도 아니면 회색 중에서 고르면 끝이다. 디자인은 따져볼 게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폴라티셔츠들 중에 프린트가 들어가거나 화려한 색깔의 옷은 본 적이 없다. 사이즈와 적당한 가격만이 고려대상일 뿐. 그래서 아침마다 입을 옷을 고르는 것도 엄청 편하다. 서랍을 열어서 바로 위에 있는 옷을 꺼내 입으면 된다. 얼마나 따뜻하고 편한 삶인지.


어릴 때 엄마가 폴라티셔츠를 사 줬을 때 투정 부린 게 죄송하다. 왜 진작 몰랐을까. 나이가 그만큼 들었다는 증거겠지. 엄마가 그 옷을 사줬을 때 나이와 지금의 내 나이가 비슷할 것이다. 이런 평행이론이라니… 나중에 내 딸들이 폴라티셔츠를 입지 않겠다고 고집부려도 화를 내면 안 된다.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한테 화를 내 봤자 나만 손해다. 나처럼 언젠가는 엄마 마음 알아줄 날이 오겠거니 하고, 그날이 올 때까지 목티셔츠를 입고 건강을 지키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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