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친정부모님은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새벽 4시 반에 농장에 가신다. 점심때 맞춰서 일을 마치고 나오셔서, 나와 딸을 데리고 맛있는 식당에 찾아다니면서 밥을 사주신다. 그러고 오후 내내 딸들을 봐주시면서 재워주고 놀아주신다. 큰 애가 2살 되던 무렵부터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일상이다.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버겁다. 아빠와 대화할 시간이 늘어나는 부분이 부담스럽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나 사회이슈에 서로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는 잠자코 얘기를 듣고만 있는데, 답답하다. 어제는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 딸들 그러니까 아빠의 손녀들이 부담해야 할 빚이 걱정이라며 걱정하셨다.
주변 어른들의 18번 멘트가 정부를 비판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너네가, 너네 자식들이 고생을 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난 그 말이 참 듣기 싫다. 앞으로 세상이,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알아서 나와 아이들이 사회적 빚을 지게 될지, 반대로 여유가 생길지 누가 안단 말인가. 후손들의 어두운 미래가 그리도 걱정이라면 환경오염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있다. 자원이 고갈되고 쓰레기는 쌓여서 지구의 신음소리가 더 심해지고 있다. 숨도 못 쉬고, 마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빚이 대수롭겠냐 싶다.
신랑에게 아빠의 걱정에 대해 말하면서 환경보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더니, 신랑은 분배의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부는 충분한데 제대로 분배가 되지 않고, 쏠림현상이 심해서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회 전체의 부를 공정하게 나눈다면 모두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빚을 질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도 맞다. 금수저 집단이 갖고 있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그 외 집단과의 부의 격차를 늘리는 데 사용되면 나와 나의 자식들, 후손들은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음... 베이비부머 세대 이전 출생한 어르신들이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나는 왜 후손들이 어렵게 살게 될 거라고 걱정하는가? 기술의 발달로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왜 생각을 하지 못하는지 스스로 한 번쯤은 파헤쳐보셨으면 좋겠다. 황색언론의 선동에서 벗어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