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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Aug 12. 2020

지구를 걱정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본다


기나긴 비요일 속에서 지구를 걱정한다. 장마가 길어졌다고 하지만, 장마가 아닌 것 같다. 기상이변이다. 예년에 비해 장마 기간이 늘어났다고 하면, 올해가 불운이었을 뿐 내년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의 날씨 뉴스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지구가 아파서 비가 오랫동안 많이 내린다. 금방 나을 병이 아니다. 이번 여름 나만 아니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는 비가 더 많이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계속......


신랑과 종종 하는 얘깃거리 중에 '우리는 무엇 때문에 망할까'라는 주제가 있다. 미중 대립이 심할 땐 전쟁 때문에, 환경오염 이슈가 부각될 땐 쓰레기 때문에, 올봄엔 바이러스 때문에 없어질 거라고 말했었다. 어제였나 그저께였나, 북극 빙하가 20년 내에 다 녹을 거란 분석을 내놓은 뉴스를 봤다. 매우 사실 같은 뉴스였고, 사실 이대로라면 20년도 채 되지 않아 다 녹아서 이렇게 지구가 망가질 것 같다며 신랑과 얘기했다. 싼샤댐에 고인 물 때문에 지구의 자전축이 변할 수도 있다고 미국 나사에서 분석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선 우리는 기후 변화로 멸망하겠다고 걱정했다. 


기후변화, 쓰레기, 방사능, 자원 고갈 등등... 신랑과 나의 생각은 뭐든 도긴개긴의 문제일 뿐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기운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나면 아이들이 불쌍하다. 허무해진다. 이쯤 되면 생각을 해도 해도 어찌 해결할 방법이 없고, 슬퍼지기만 하므로 생각을 다른 주제로 급하게 돌리곤 했었다. 


계속되는 재난안전 문자 알림 소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봐야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으로든 지구에 20년 내에 대재앙이 닥쳐 내가 생존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가정하면, 20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구를 집으로 비유하자면, 집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두 번째 고민을 생각해봤다. 우선 내가 지구라는 집을 버리고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집을 뜯어서 새로운 자재를 써서 고치거나, 혹은 망가진 상태에서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보수를 하거나, 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내 생각엔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보수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뭘 더하려고 하면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불필요한 에너지만 쓰게 된다. 이제 인내심이 굉장히 중요다. 조금은 나빠도, 혹은 보기 안 좋거나 불편해도 참아야 한다. 나는 잘 참을 수 있을까? 음, 참는 거 잘 못하는데 해봐야겠다.


아, 지난주 일이 생각난다.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신발장 문짝 안쪽이 스크래치로 한가득이어서 지난주 하자 보수팀 직원이 와서 문짝 하나를 통째로 바꿔주셨다. 그때 거대한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기능상 문제는 전혀 없었고 미관상 문제가 있을 뿐이었는데,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에어컨을 새로 사고 냉장고를 새것으로 바꾸면서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었네.ㅜㅜ 냉장고를 바꾼 이유는 일차적으로 미적 목적이고, 식재료가 쌀 때 많이 사두고 친정과 시가에서 음식을 받아놓으려는 게 두 번째다. 에어컨을 바꾼 이유는 실외기를 하나 더 놓기 싫어서였다. 뜨끔하다. 이렇게 참지 못해서야....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문제가 되겠다 싶은 느낌. 


20년 생존이라면, 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까.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나 자신과 가족, 세상의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음,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까? 심어야 한다. 지구에 빙하기가 오거나 간빙기가 오거나, 이런저런 상황에도 어떤 존재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 존재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 한계를 한탄하고 흥청망청할 것이 아니라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다.


집중호우에 식재료비가 두 배, 세 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하는 뉴스가 수시로 나온다. 앞으로도 이런 기후 재난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농약이나 비닐하우스 같은 첨단 기술 혹은 외국에서 식자재를 수입을 해올 것이다. 나는 그럴수록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먹도록 하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안 먹고살고, 농사가 잘되어 풍작이면 풍작임을 감사하며 즐겁게 먹겠다. 과일을 무척 좋아하지만 요즘은 단물이 없다고 안 사 먹었다. 비싸기도 비싸고.... 대신 키위가 그나마 맛있고 가격이 괜찮다며 사 왔는데, 이젠 자제해야겠다. 


그리고 쓰레기를 안 만들어야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뭘까 생각해봤다. 난 기능성 제품을 지목하고 싶다. 기능성 제품은 자연에 반한다. 소재 개발과 생산, 홍보, 소비, 재고 처리 과정이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는 자본주의 경제 그 자체가 아닌가. 의류나 침구, 가전 등 모든 곳에서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성 제품이 냉난방기 사용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이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르고 나면 기술 발달은 상승곡선이 아니라 부가적인 것들이 붙어서 첨단 기술이라는 이름을 얻는다는 생각을 한다. '신기술, 기능성 소재' 이런 문구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대신 덥거나 추워도 좀 참아보려고 한다. 


신토불이, 기능성 제품 소비 자제.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쓰레기를 얼마나 만드는 가에 대해 늘 생각하는 습관.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리를 해봤다. 그런데 나 혼자면 괜찮은데, 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다. 그래서 떠오른 궁금증이 있다. 내가 아이들의 욕구와 고통(?)을 내 식대로 다뤄도 되는 걸까? 내가 안 먹는 건 괜찮은데, 애들까지 막는 거 괜찮은지 모르겠다. 


큰 애가 어릴 땐 바나나는 안 먹였다. 단일 종자와 플랜테이션 인력 착취, 농약 같은 문제 때문에 안 먹였는데, 애들 간식으로 만만한 게 바나나이다 보니 별나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쳐서 그냥 먹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즐겨 먹었던 외국산 포도나 오렌지도 이젠 잘 안 사는 편이긴 한데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사게 된다. 바나나도 먹이는데 포도와 오렌지가 대수냐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음, 내가 신념껏 잘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나는 아보카도를 안 먹는다. 미국에 살 땐 즐겨 먹었다. 몇 해 전에 중국 사람들이 아보카도를 즐겨먹게 되면서 아마존 삼림을 엄청나게 태워 그곳에 아보카도 나무를 경작한다는 뉴스를 보고서 나라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큰 애가 호기심에 먹고 싶다고 해도 우리가 그걸 먹으면 나무 한 그루가 죽는다며 안 산다. 아보카도는 수시로 먹는 과일 같은 게 아니라서 통제가 쉬운 편일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혼자 하려고 하면 힘들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함께 갈 길을 만들어 나가면 되겠다. 작은 애는 어려서 말이 아직 안 통하지만 여섯 살 큰애는 이제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할 줄 알고 대안을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지구가 이만큼 아픈데,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까. 독단적인 엄마의 모습에서도 벗어나고....


이만큼 쓰고 나니 이 글은 타일러 라쉬 씨를 인터뷰한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 같다. 이번 주 받아 든 글 주제가 '어떻게 살 것인가'였고, 부제가 '어릴 적 혹은 지금의 꿈'이었다. 타일러는 자신의 꿈을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단체와 연대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책에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도 계속되는 비와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며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가족과 함께 지구를 아끼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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