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정도 읽었다. 가장 궁금한 것은 근연도를 바탕으로 생각하자면 우리는 모계중심의 사회를 살아야 할 거 같은데, 왜 부계사회를 살고 있는지, 그 이유다.
한 아이가 외조부모와 하나의 유전자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조부모와 관계에서는 사실이 아닐 수 있고, 이모나 외삼촌과는 유전자가 나눠진 건 확실한 반면, 고모나 삼촌과는 아닐 수도 있는데 왜 우린 부계사회에 살고 있는 건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왜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왔는가 하는 게 나의 물음이다.
책을 따르면, 유전자는 자신(유전자)을 유지하고 운반할 기계로서 동물을 만들어냈다. 유전자의 이기성을 바탕으로 하자면 자신과 더 근연도가 높은 개체에 더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프로그램을 개체에 심어 놨을 것인데, 왜 인간은 모계보다는 부계를 따르는지?
저자는 성행위는 상호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체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다. 남녀 모두, 유전자를 운반하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근연도가 높은 자손을 갖도록 프로그램된 기계로 생각하면,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배의 수가 제한적이니 더 우위? 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모계사회가 더 자연선택적으로 느껴지는데 왜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봤다. 근연도가 가까울수록 근친상간이 될 확률도 높아지니까, 부계사회로 지향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되었을 수도 있겠다.
저자는 새로운 개체를 낳는 것과 현존 개체를 돌보는 것은 여러 가지 혼합 전략이 ESS가 된다고 했다. 인간은 대체로 낳고 키우는 것을 여성이 전담한다. 모성이라는 신화까지 만들어내면서. 유전자 측면에서 혹은 자연선택 면에서도 이게 적합한 것이었을까?
저자는 동형 생식세포에서 암수 생식세포로 나눠질 때 수컷의 암컷 착취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세포의 크기와 운동성, 기여분의 차이에서. 정직한 배우자는 난자로, 착취하는 배우자는 정자로. 정자는 근본적으로 그런 건가? 그러기엔 분명 모계사회로 꾸려지는 부족사회가 있다고 배웠고, 우리나라 역사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하니 근본을 운운하는 건은 무리수다.
우리나라 역사가 나왔으니 말인데 유교문화의 전래와 도입과정, 이후 일제를 거치면서 지금의 가부장제 사회의 모습이 된 것 같은데, 이때 유전자는 어떻게 적응한 것일까, 어떻게 프로그램을 깔았을까, 돌연변이는 없었나 등등 궁금해진다. 자연선택의 결과가 이 사회인가....
한편 저자는 "인간의 생활양식"은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고 한다. 동물들이 서식지의 생태환경에 따라지는 것처럼 인간은 "세부적 문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 김이 샌다. 유전자의 이기성으로는 가부장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일까?
이번 주부터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기 시작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나머지는 2월에 읽을 예정이다. 1월과 2월은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는 차원에서 과학과 여성주의를 선택했는데, 묘하게 두 권의 책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우연인 듯 우연 아닌 인연ㅋ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의문을 갖고 시작한 읽기가 아니었는데 두 권이 그렇게 엮여버렸다.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어떤 답을 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