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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Aug 17. 2021

MZ세대의 엄마를 만나다.

꼰대가 될 줄이야...

MZ세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 키우고 살림 살면서 주부 생활한 지 십 년에서 2년 뺀 생활. 요즘 꼰대, 아재가 어쩌고 저쩌고, MZ세대의 출현에 대한 분석 기사를 읽어도 강 건너 이야기였다. 내게 라떼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혹은 신조어를 알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쓰는 말이었다.

 

이사 와서 품앗이 모임을 가지면서 다양한 나이의 엄마들을 만났다. 81년생부터 90년생까지의 엄마들이 모였다. 난 윗동네에 위치하는 엄마다. 예전 살던 곳에서는 내 아이의 친구 엄마들은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번 모임에서 90년 출생 이웃을 만나기 전까지 90년생과 길게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친척 중에 90년대 출생이 있으면 아랫사람 혹은 동생 같은 느낌으로 봤을 뿐, 그들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볼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90년생 엄마와 같은 엄마로서 모임 공동의 일을 추진하고 대화로 일상을 나누다 보니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종종 들었다.


나랑 너무 다른 MZ세대가 궁금해졌다. 무엇이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생각해 봤는데, 뚜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다. 우리가 충돌이나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닌데 다만 사는 결이 달라서 미운 감정이 싹트게 될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궁금해졌다.


MZ세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주말에 있었던 모임 때문이다. 이날 나는 젊은 엄마와 입장 차이가 분명함을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기본 전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마침 한 신문 기사에서 간호사가 MZ세대의 코로나 시대 적응에 관해 언급한 부분을 읽고서 이건 개인차이가 아니라 세대차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 젊은 층들, MZ세대야말로 트렌드나 주변 환경이 변할 때마다 적응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6월 말, 7월 초부터 확진자수가 급증했을 때도 끊임없이 여행 약속, 만남 약속 등을 잡았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를 피해 타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밀집도가 적은 곳에서 식사하는 등 코로나 시국에 '적응했다'고 표현한다. (......)'난 지금 이 코시국에 적응해서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태도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출처는 아래에 링크 연결)


나는 현상 유지, 즉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나의 이웃 MZ세대는 학교에 보내는 마당에 사회생활 못할 것 없지 않냐는 입장이었다. 나는 이 역병 시대에 사회생활을 줄이는 적응을 진화라고 생각하는데, MZ세대는 사회생활을 유지하면서 노출을 일상화하는 적응을 진화라고 여기고 있다. 매우 충격적인 깨달음이었다.


이렇게 다름을 확인하고 나니 MZ세대에게 내가 하는 말들, 예를 들어 모임에 관한 걱정이 꼰대 짓으로 비칠까 두렵다. 나로선 조심이 우선인데 이 세대에겐 지나친 노파심으로 읽힐까 봐 움츠러들게 된다. '또 태클이야?'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


직장에서 함께 조직생활을 하며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에게 적잖이 갈등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되겠다 싶다. 의견을 내놓는 데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하다가 사소한 갈등이 틈을 만들다가 깊은 불통의 계곡을 만들어내는 결말. 어후 생각만 해도 무섭다.


기회가 되면 한번 얘기해봐야겠다. 우리 서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이것도 꼰대 짓인가, 흠...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글을 쓸 때면 늘 상투적으로 쓰는 맺음말 같기도... 근데 어쩌나, 궁금한 걸 푸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궁금한 게 문제인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근데 그 엄마도 나를 궁금해할까?



https://news.v.daum.net/v/202108140900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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