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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Nov 18. 2021

SNS에 글을 쓸 때 명심해야 할 것

나의 의도는 무엇일까.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짤막하게 비엔날레 관람 후기를 썼다. 전시 구성이 아쉽다는 것과 전시 작품 중에서 우리 집에 가져가고 싶은 작품들을 고르는 게 재밌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무명의 계정이라도 하루 안에 몇 개의 '좋아요'가 붙는데, 이 피드에는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후기를 왜 쓴 것일까 자책하며,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궁금해졌다. 나는 무슨 목적으로 후기를 쓴 것일까? 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일까? 단순히 다녀온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내 행적을 보여주고 싶어서? 전시 관람을 추천하고 싶어서? 작가와 비엔날레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여가시간에 전시를 보고 감상을 할 줄 아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과시욕구..... 그래서 내 짧은 글에는 뭔가 꼬투리를 찾아 지적하고, 멋진 작품이라며 소유하고 싶다고 으쓱거리는 내가 있었다. 이런 글에는 나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왜 좋았는지 이유를 밝히면 사람에게 인상을 남길 수도 있고, 나도 더 구체적으로 기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은 하기 싫고 자랑은 하고 싶은 모지리 같은 행동이었다.


유명인들이 그들의 계정에 그냥 가볍게 인사 포스팅만 해도 사람들은 반가워한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행적이 궁금하니까, 반응할 것이다. 나도 그런 인사가 감사하다. 내가 팔로잉하는 계정은 어떤 계정들인가 생각해봤다.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내가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이벤트로 책을 나눠주는 계정이다. 그렇다. 이게 내가 글을 쓸 때 똑똑하게 써야 하는 이유다. 반응을 하나라도 받고자 한다면.


인스타그램에 매우 짧은 글을 쓰더라도 일단 나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것이라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것인지, 읽은 것을 정리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한 것이 생긴 것인지, 이해나 공감의 폭을 넓혀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 선 의도 파악, 후 글쓰기다. 이제까진 '에이, 뭐 이 짧은 글에 무슨 의도가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써 왔겠지만, 아무리 간단한 글이라도 분명 의도가 있기 때문에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해질 필요도 있겠다.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긍정의 기운이 담긴 자랑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비겁하게 남을 깎아내리며 나를 치켜세우고자 하는 자랑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사랑받지 못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의도는 나의 반성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 나는 이 나비 장석이 좋았다. 작품은 아니고, 행사장 입구에 걸린 걸개그림을 장식하고 있는  나비를 한두 개도 아니고 열개 넘게 만들어서 양쪽 날개 무늬가 대칭되게끔 일정하걱 찍어내고, 더듬이를 표현한 정교함에 감탄했다. 예스러운 금속 소재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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