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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Jan 12. 2022

마스크 없이 밖에 나온 날, 수치심을 느끼다

마스크, 도대체 너는…….ㅠㅠ





















아이들 등원 길, 애 둘 잠바 입히고 가방 챙기고 마스크 씌워주느라 바빠서 내 마스크는 빼먹고 나왔다. 시계와 엘리베이터 층수 화면을 번갈아 보느라 눈이 예리한 첫째 마저도 내가 마스크를 안 한 것을 몰랐다. 현관에서 나와 아이들 두 손 잡고 걷는 순간 시원한 공기가 입 속을 한 바퀴 돌아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아뿔싸, 노 마스크다. “얘들아~ 엄마 마스크 안 하고 나왔어. 어쩌지?” 하지만 그대로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야 하나 집으로 다시 가야 하나 고민도 사치일 만큼 1분 1초가 바빴기에 옷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버스로 향해 달렸다.


버스가 출발하고 집으로 가는 길, 입과 코를 꼭 막고 있는 내 손을 보며 마치 속옷을 안 입은 것 마냥 몸을 가리고 있음을 느꼈다. 부끄러웠다. 남들에게 보여주면 큰일 날 것처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이제는 마스크가 내 몸의 보호장치를 뛰어넘어서 사회적 수치심을 자아내는 도구가 되고야 말았다. 앞으로는 장담컨대, 속옷 같은 마스크를 깜빡하고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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