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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Jan 19. 2022

자유고 복지고, 내가 그 처지면 다 개나발 같은 소리

<정의란 무엇인가> 읽기


4장에서 병역 배분과 대리모 출산 허용에 관한 논의 부분을 읽었다. 자유지상주의와 공리주의는 자유의 존중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모병제를 옹호하고, 대리모 출산을 찬성한다고 한다.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은 군에 지원한 사람들이나 대리모 계약을 한 사람들이 정말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시장 안에 있는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 후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는지를 물으며 그들의 선택이 강제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 한다.


내가 논란의 당사자가 되어 책을 읽으면, 자유지상주의자와 공리주의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가 없다. 사회적 소수 혹은 약자로서 나의 꿈과 자유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공동체의 이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마이클 조던처럼 운이 없는 게 한탄스러울 뿐이다. (앞서 저자가 마이클 조던의 어마어마한 부의 축적은 운의 영향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각자 힘들고 어려운 사람의 처지에 자신을 놓을 수 있다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더 살기 편한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왜 상상하지 않을까? 한편, 지금처럼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기는 여러모로 힘든 일이라서 사회적 약자를 모두 안고 가는 것은 어려울 텐데, 방법이 없을까? 우리가 도덕적 추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도덕적 추론을 타인을 설득하는 수단이자 어떤 신념을 왜 믿는지 이해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분별하는 수단으로 설명했다. 판단에 비추어 원칙을 재조정하고, 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글과 영화 같은 콘텐츠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생각하고, 대화를 하며 자신의 신념을 정리하는 일이 일상에서 반복된다면? 상상력의 깊이와 넓이가 넓어지면서 타인과 긴밀하게 이어지고, 사회가 안정되고 튼튼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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