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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Feb 20. 2022

여러분은 돈을 믿으십니까?

<사피엔스> ‘10장. 돈의 향기’ 읽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남들이 믿으니까 돈을 믿는다고 말한다. 경제학자의 연구를 근거 삼았다. 지역 간에 교역이 시작되면, A라는 지역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을 상인들이 B나 C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 공급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B와 C의 지역 사람들도 예전엔 관심 갖지 않았던 그 물건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되고, A, B, C 지역에서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주화나 별보배 고둥 껍데기 같은 돈을 믿는 사람들이 있기만 하면 종교나 정치체계에 상관없이 돈의 영향력이 실현되는 것이다.


저자는 돈을 상상 속의 약속 일뿐이라고 말한다. 세계 화폐의 총량은 약 60조 달러인데, 실제 세계에 유통되는 지폐와 주화의 총액은 6조 달러 미만이라며, 컴퓨터 상에 그 차액이 존재함을 지적한다. 너도나도 실체도 없는 돈을 믿는 이유가 뭘까? 돈을 믿지 않는다면?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인류 역사에서 돈 없는 사회가 있었을까? 사람들은 왜 돈을 만들게 됐을까? 저자는 수렵채집 사회, 농경사회, 도시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돈의 탄생을 찾는다. 수렵채집 사회와 초기 농경사회까지만 해도 ‘호의와 의무’를 바탕으로 물물교환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수송수단이 발달하게 되면서 전문직업인이 생겨나고, 여러 사람이 얽힌 복잡한 관계에서 물물교환의 한계가 드러났다. 사람들은 화폐로 장애물을 제거했다.


화폐는 “순수한 정신적 혁명”으로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새로운 상호 주관적 실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폐는 어떤 제도든지 간에 한번 시작되면 멈출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화폐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이것은 화폐가 가진 특징 3가지 때문이기도 하다. 신속성, 이동성, 저장성. 서로 화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다면, 일일이 물건의 가치를 매기지 않아도 되고, 들고 다니기 편하며, 모으기도 쉽기 때문에 돈을 없앨 수 없다. 화폐는 효율적인 신뢰 시스템이다.

 

저자는 돈이 공동체의 인간적 가치를 파괴하는 동시에 주식시장 변동과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돈을 믿는 이유가 심리적인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서 공동체 가치나 전통적 인간관계가 부식되기도 하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사회나 종교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돈에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고,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데, 종교가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고 국가가 이방인과 야만인을 만들어낸 것처럼 돈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사람들 사이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벽을 만들지 않았나? 더군다나 돈은 종교와 달리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믿으니 차별하는 함이 더 강력하지 않은가? 요즘은 공동체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돈이 돈에 눈먼 자들 앞에서 공동체의 질서나 안전이 선전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 돈, 남들이 믿는다고 나도 믿어도 되는 걸까? 나의 순응이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믿는 돈은 그런 게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돈의 장점만을 이용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실물의 돈만을 거래하는 세상이어야 하는 걸까? 돈의 영향력과 돈의 미래, 이 책 나머지 부분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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